임영범이 섟김에 덤벼보지만 경찰의 저지를 뚫고 아버지 임사공의 주검 앞으로 다가서는데 역부족이다. 옆에 있던 조희오가 사촌형 임영범을 두남둬 보지만 처지가 어금버금했다.

“제민호 승조원들에게 알린다!…”

선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해경 소속 경비정 258호가 곧 도착할 것이니 제민호에 있는 4구의 시신을 옮겨 실으라는 내용이었다. 잠시 뒤, 258호가 도착했고, 광목에 덮인 4구의 시신은 경찰에 의해 제민호에서 258호로 옮겨졌다.

“아버지! 엉어어어… 이모부! 어엉어어…”

서해훼리호 승무원 시신 4구를 실은 258호가 제민호 선체에서 떨어지려고 후진을 시작하자 임영범, 조희오, 조희택은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짖었다. 통곡소리는 258가 제민호 선미 뒤편에서 급선회한 뒤 고군산군도 쪽으로 500m쯤 미끄러져 갈 때까지 계속됐다.

“삼촌, 군산항으로 갑시다! 저 258홀 좀 쫓아가자구요, 흐으윽…”

제민호에서 삼성호 갑판 위로 건너 온 임영범이 외삼촌 이윤복에게 눈물로 간청했다. 브릿지 뒤편에서 창나무를 잡고 있던 이윤복은 지체하지 않고 제민호에서 삼성호의 뱃머리를 뗐다.

“문수야, 넌 어떡할꺼냐? 너도 군산 같이 갈래?”

제민호에 묶어 놓았던 벌이줄을 풀어서 손에 쥐고 후진하는 삼성호 뱃머리로 뛰어내린 조희오가 기관실 앞 갑판 위에 서 있는 박문수에게 물었다.  

“난 내일 만수형이랑 상경하기로 돼 있잖어! 미안하지만 다른 배에 내려주면 좋겠는데…”

박문수가 자신의 난처한 입장을 설명하자 조희오는 급히 브릿지 뒤편으로 건너가서 이윤복에게 그 사정을 전했다.  

“그러믄 말이다. 쩌그 칠산호다 퍼주믄 되겄고만 잉!”

조희오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사실 그는 그젯밤, 본가인 대리 조희진네 집에서 작은형 조희택과 대판 싸운 바 있다. 그 뒤 본가를 나왔다. 그날 밤, 조희오는 박문수네 집에서 잠을 잤고, 어제는 외가인 이윤복네 집에서 묵었다. 그는 어제 오후 2시쯤, 박일수네 고깃배 현대호를 타고 이곳 인당수에 나왔는데, 근처에 떠 있는 칠산호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조희오는 현대호 조타실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되도록 조희진과 조희택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저녁 7시쯤, 칠산호가 대리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당수를 떠났다. 그래서 그는 저녁 무렵부터 자유롭게 현대호 갑판에 나와서 시신 인양작업을 지켜보았다. 현대호를 임대해서 인당수에 나온 사람들은 참사 전날 삼성민박에 투숙했던 낚시꾼들의 유족들이었다. 그들은 해질 무렵까지 시신 인양작업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려고 준비해 온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인양된 일부 시신의 참혹함에 몸서리치며 혹시 물속에 있는 가족의 주검이 조류에 떠내려간다면 영원한 실종자로 남을 것이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유가족들과 함께 시신 인양작업을 지켜보던 조희오는 오늘 새벽 1시쯤 벌금항으로 들어갔다. 밤새 악몽에 시달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잔 그는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오늘 아침엔 삼성호를 타고 참사 현장에 나왔다. 그는 오늘도 칠산호를 타고 인당수에 나온 두 형 때문에 점심 무렵까지 삼성호 브릿지 안에 몸을 숨겼다. 꼴도 보기 싫은 두 형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러던 중 임사공의 시신이 인양되자 제민호 선상에서 작은형 조희택과 마주친 것이다.

“그럼 희오야, 군산 잘 다녀오고, 제발 부탁인데 너 마음 단단히 먹고 이 시련을 잘 견뎌야 한다 잉! 어머니허고 동해 시신이  발견되면 바로 연락주고… 아차! 그러고 말야, 군산 가거든 큰 병원에 가서 그 머리 정밀 진단 좀 받어 봐, 알었냐?…”

인당수에 닻을 내리고 있는 제민호 뒷편엔 위도의 소형 어선 수 십 척이 무리 지어 떠 있다. 선단의 맨 왼쪽에 있는 칠산호로 갈아탈 준비를 하며 박문수가 이렇게 소리쳤다. 삼성호 브릿지 안에 들어가 있는 조희오는 머리에 감긴, 보풀이 지저분하게 일고 피가 번져 굳어서 흉측한 붕대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통에 잠긴 얼굴로 작별인사를 나누는 친구 조희오 때문에 박문수는 눈시울을 붉히며 칠산호로 건너갔다. 박문수를 내려 준 뒤 삼성호가 후진을 시작하자 칠산호 갑판 위에서 조희진이 소리쳤다.

“삼촌, 지는 말요, 시방 진리 방파지로 가서 이모헌티 이모부 시신이 발견됐다고 알리구요, 이몰 격포다 태워다 드릴턴께 영범이랑 군산 잘 댕겨오시오 잉! 먼 일 있으믄 즉각 연락 주시고요!…”

“어, 알었응께, 너그 이몬 외숙모나 궁자헌티 부탁혀서 군산으로 모시고 나오라고 혀라 잉!…”

이윤복은 이렇게 당부한 뒤, 급히 뱃머리를 고군산군도 쪽으로 돌렸다. 해경 경비정 258호는 벌써 아스라이 멀어졌다. 쾌속정인 258호를 따라잡을 수 없는 삼성호는 2시간 뒤엔 고군산군도의 말도, 방축도, 연도 등 여러 섬을 지나 군산항에 입항할 것이다.

“언니! 춘녀 언니! 지발 정신 좀 차리란 말이네, 지발 정신을 좀 차리고 눈 좀 떠 보란 말이여! 엉어어어…”

남편 임사공의 시신이 인양되어 경비정이 군산항으로 싣고 갔다는 소식을 조카 조희택이 전하는 순간 이춘녀는 안방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조희택은 급히 전화기를 들고 위도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계속 통화 중인 보건소에 전화 연결이 안되자 그는 집 밖으로 뛰어 나갔다. 300m쯤 떨어진 위도면사무소 안에 위도보건소가 있다 보니 직접 보건소장을 데리러 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희택이 이춘녀네 집에 당도하기 전, 신궁자는 몸져누워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한 이춘녀의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 이집에 들렀다. 늦은 점심상을 물리고 난 직후, 집안으로 뛰어 들어 온 조희택이 인당수의 비보를 전하자 이춘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희택인 어쩌 안 온다냐, 이 썩을 놈이 어쩌 아직까장 안 오냐고?…”

조희택이 안방에서 나간 시간은 1분도 채 안된다. 그런데도 신궁자는 허둥거리며 이렇게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이춘녀의 정신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궁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마당으로 뛰어 나가 수돗가에 있는 큰 대야에서 바가지를 집어 들었다. 시거에 이춘녀의 얼굴에 찬물을 뿌릴 모양이었다.

“언니! 정신 좀 차리란 말이네, 언니! 제발 정신 좀 차리랑께! 흐으윽, 엉어어어…”

신궁자는 이렇게 울부짖으며 바가지에 퍼온 물을 한 모금씩 입에 물고 뿜어서 이춘녀의 얼굴에 뿌려보지만 여전히 그미는 의식불명이다. 

“언니, 얼른 눈을 좀 떠 보소! 지발 눈을 좀 떠보랑께!…”

신궁자는 손바닥으로 이춘녀의 얼굴을 두들겨보고 눈꺼풀을 뒤집어 보지만 실신한 이춘녀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춘녀의 몸은 축 늘어져 있고, 수척한 얼굴엔 핏기도 없다. 머리는 헝클어진 채 깔딱깔딱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응급조치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신궁자는 애가 탄다. 그런데 얼마 뒤, 이춘녀의 눈꺼풀에 작은 경련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언니, 살었네, 살었어! 우리 언니, 인자 살었다고!… 언니! 엉어어어…”

정신이 돌아 온 이춘녀를 부둥켜안고 신궁자는 다시 통곡했다. 하지만 이춘녀는 여전히 멍한 상태다.

“이모, 괜찮으요?…”

조희택이 안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눈을 뜨고 있는 이춘녀를 보고 물었다. 

“희택아, 너그 이모 정신이 돌아왔다. 너그 이모 안 죽고 살어났다고, 흐으윽!…”

신궁자가 다소 화색이 도는 얼굴로 조희택을 이렇게 반기는 참인데, 왕진 가방을 든 보건소장이 방으로 들어섰다.

“소장님, 우리 언니, 언능 진찰 좀 혀 주시오. 언능 진찰 좀 해보시랑께요!…”

벌써 보건소장은 누워 있는 이춘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진찰하고 있다. 끔벅거리는 그미의 두 눈꺼풀을 몇 번 뒤집어 보고, 맥박을 체크 한 뒤, 청진기로 가슴과 복부를 진찰했다.

“소장님, 우리 언니 암시랑 안 컸지라우? 우리 언니 벨일은 읎것지요?…”

“네, 별일은 없을텐데요. 지금 사모님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큰 충격을 받아서 잠시 정신을 잃으신 것 같은데, 당분간 심신의 안정을 취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네요.”

보건소장의 진단에 신궁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조희택을 바라보았다.     

“영범이가 갔응께, 언닌 안가도 되잖여!”

신궁녀의 말은 임사공의 시신을 보러 임영범이 군산으로 갔으니 이춘녀는 군산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조희택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인데, 드러누워 있는 이춘녀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는 듯 몸을 뒤척였다.  

“아니, 언니, 어쩌 이러능가? 어쩌서 일어날라고 용을 쓰냐고?…”

신궁자가 눈을 똑바로 뜨고 묻자 이춘녀는 어름어름 중얼거렸다. 

“언니, 시방 먼 말을 헐라고 이러는 것이여? 한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응께 말을 쫌 더 크게 차근차근 또박또박 혀 보란 말이네!…”

신궁자는 어릿거리는 이춘녀의 입에 귀를 들이댔다.

“머시라고? 언닐 일으켜 달라고? 근께 일어나서 멋을 어찌기 허것다고?… 멋이여, 군산엘 가겄다고?…”

이춘녀의 모기소리 같은 말을 알아차린 신궁자는 겁먹은 표정으로 보건소장과 조희택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묻는 눈빛이다. 

“사모님은 지금 병원에 가시는 것이 급한데, 만약에 군산에 가서 큰 충격을 받게 되면 다시 또 정신을 잃을지 모르는데, 이것 참…”

보건소장은 지난해 추석 무렵, 부안읍내의 한 보건소에 근무하다가 위도보건소로 발령받았다. 위도지서 아래에 있는 망월상회에 하루 세끼 식사를 대놓고 먹고 있는데다 관사가 위도면사무소 오른쪽에 있고, 관사 근처에 있는 진리교회 신도여서 동네 주민들을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사 다음 날, 파장금항 여객선 선착장 근처에 설치된 임시진료소에서 서해훼리호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의료활동을 해 온 터라 현재 이춘녀가 처한 상황을 빠삭하게 꿰고 있다. 그리고 아까 보건소에 들렀던 조희택으로부터 임사공 등 서해훼리호 승무원 시신 인양소식을 대충 들어서 이춘녀가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군산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짐작하고 있다. 그래서 이춘녀가 남편 시신을 확인하러 군산공설운동장에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장님, 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다요? 이러다 참말로 이 집에 줄초상이 나믄 그땐 어쩐다요, 흐으윽!…”

신궁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춘녀가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듯 스스로 일어나 앉았다.

“희택아, 언능 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이춘녀가 조카 조희택에게 서둘러 격포로 나가자고 재촉했다. 

“이모, 정말 괜찮으요?”

“죽기야 허것냐만 내가 죽더라도, 언능 가자! 군산 가서 너그 이모부 얼굴은 보고 죽어야 헐 것 아녀!…”

그미는 그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은 말라버렸지만 작은 목소리엔 비장함이 묻어났다.    

“이모, 그럼 갑시다. 지금 희진이 형님이 배에서 기다리고 있응께 언능 가십시다. 근데 이모, 한 가지 부탁 좀 헙시다. 군산 가기 전에 부안 병원엘 꼭 좀 들렀다 갑시다 잉!…”

이춘녀는 아무 대꾸가 없다. 표정만 딱딱하게 굳어 있다. 

“언니, 가방은 내가 쌀랑께 세수도 좀 허고 머리 손질도 좀 허고 가세 잉!…”

이번에도 이춘녀는 아무 말이 없다. 그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롱 속에서 가방과 옷가지를 챙기던 신궁자가 등을 돌리더니 조희오를 노려보았다. 

“희택이 너, 양란이 언니헌티 전활 힛냐, 안 힜냐?”

“아차! 내 정신 좀 봐! 외갓집 숙모헌테 전활 헌다는 것이…”

조희택은 전화기를 들고 벌금리 박양란에게 전화를 걸고, 신궁자는 허급지급 가방을 싸고 있는데, 보건소장은 이춘녀의 안색과 몸놀림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성님, 잘 댕겨 오소 잉!”

진리 마을 앞 부둣가 작은 방파제에 정박한 칠산호 뱃머리 위로 조희택과 장영길의 부축을 받아 승선하고 있는 이춘녀에게 박양란이 전하는 인사말이었다. 하지만 허영거리며 삼성호에 오르는 이춘녀는 묵묵부답이다.

“궁자야, 니가 고생 좀 혀야 쓰것다. 흐으윽…”     

격포로 떠나는 이춘녀를 배웅하며 흐느끼는 사람은 비단 박양란만이 아니었다. 부둣가에 서 있는 진리 주민 수십 명이 모두 눈물을 훔쳤다.

“만수 넌 어찌기 헐래? 난 시방 격포로 나갈 참인디…”

파장금 동굴여관 1층 식당에 마주 앉은 이순신이 김만수에게 물었다.

“형님도 군산에 가실꺼요?”

“어, 대관이가 영범이 땜시 군산으로 간다혀서 나도 따라갈 참인디, 영범이 오메는 칠산홀 타고 세시쯤 위돌 떠났고, 여그 파장금 최 선장 가족들은 네시 쯤 위돌 떠났는디, 넌 어찌끼 헐쳐? 군산 들렀다가 상경 헐래, 아니믄 낼 문수랑 격포로 나가서 서울로 올라갈래?”

김만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이 새끼들이 인양된 승무원들 시신을 군산으로 실고 가서 어떻게 처리헐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래도 오늘 육지로 나가서 영범이허고 희오 얼굴을 보고 상경허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짐은 없간디?”

“딸랑 가방 하나니 낼 문수한테 챙겨갖고 나오라허믄 되것지요.”

“그려? 그러믄 언능 가보자. 대관이가 시방 배에 올라가서 출항 준빌 허고 있을턴께”

김만수는 동굴여관을 나서는 이순신을 따라 나섰다. 장세팔과 최지미가 동굴여관 앞 부둣가까지 따라 나와 두 사람을 배웅했다.  양대관의 개짓배 형제호에 오른 김만수는 뱃머리에 앉아 파장금항 위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는 열구름을 올려다보았다. 심하게 궂은 열구름이 파란 가을 하늘을 가리더니 왕등도쪽 수평선을 향해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는 태양까지 덮쳤다. 살랑대는 갯바람에 덧없이 흘러가는 열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형제호는 어느새 파장금항을 빠져 나와 통곡의 바다 인당수로 들어서고 있다. 형제호 뱃머리에 앉아 원망스런 인당수를 바라보며 설움을 쏟아내는 두 눈엔 뜨거운 눈물방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안 춥냐? 추우면 브릿지 안으로 들어가!…”

이순신이 담배를 권하며 김만수에게 큰소리로 명령하듯 말했다. 엔진소리 탓에 목청이 매우 컸다.   

“견딜만 한데요. 격포서 군산까지 두 어 시간 걸리죠?”  

이순신이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뒤 대답했다.

“어, 버스타고 가믄 그렇기 걸리는디, 이 배가 격포 도착허믄 여섯시 쯤 될턴게 격포서 택실 타고 출발허믄 일곱시 삼십 분쯤 군산에 도착허것지 뭐…”

알아들었다는 듯이 김만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순신이 담뱃불을 끄고 브릿지로 돌아간 뒤, 김만수는 멀거니 인당수를 바라보았다. 해경과 해군 소속 함정 수십 척이 떠 있고, 그 함정 수 보다 더 많은 위도의 소형 어선들이 나와 있는 인당수에 황혼녘이 되자 짙푸른 바닷물은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시커먼 파도가 넘실거리면서 품어내는 하얀 게거품은 칠산바다의 허기진 물귀신들이 먹잇감을 보고 군침을 질질 흘리는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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