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법은 시를 잣는 연장 중 하나다. 그 중 은유(隱喩)는 ‘~같이’ ‘~처럼’과 같이 연결어를 쓰는 직유(直喩)와 달리, 두 사물이 가진 속성의 비슷함을 활용해 시적 의도를 표현하는 기법이다. 대화에서도 비유를 자주 쓴다. 그러나 막상 설명하려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속담은 이 개념을 설명하려는 말 같다. 기역 자 모양 낫을 보면서도 기역 자를 모른다는 뜻으로, 무식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은 푼다.

KBS(한국방송)가 15일 '뉴스9'와 '뉴스라인'(밤 11시), 다음날 아침 '뉴스광장'에서 3번 <11월 8일 * 마켓 Value 회의 詩>라는 자막(사진)을 내보냈다.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의 소위 ‘갑질’이 여전하다는 뉴스였다.

그 화면의 배경엔 ‘개선 필요사항(* 마켓 Value 회의 時)’라는 제목이 보인다. 날 일(日)자가 붙는 시(時)는 ‘때’, 타임이다. 회의 때[時]의 논의사항을 적은 문건인 듯. 이 제목을 자막으로 옮겨 적으면서 詩자를 쓴 것이다. 詩는 ‘시’다, 포엠(poem)이다. 훈(訓 뜻)이 ‘말씀’인 언 자(字) 붙은 글자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이럴 때 쓰는 말이려니.   

   
▲ KBS 15일자 ‘뉴스9’ 갈무리
 

바보상자라고들 하지만 이런 ‘바보질’까지 보게 될 줄이야. KBS 프로그램 말미에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료로 만들었다’는 표지가 붙는다. ‘내 돈’으로 만드는 것이다. 돈 내고 바보 된 듯, 하릴없다.

신문에도 오자(誤字)는 생긴다. 실수로 큰 제목의 대통령(大統領)이 견(犬)통령이나 태(太)통령으로 나갈 수도 있다. 틀리면 고친다. KBS는 안 고친다. 요즘 KBS의 비슷한 사례들을 보면 마치 ‘바른 말, 옳은 글’의 원칙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오자는 실수로 생기는 경우와 몰라서(잘 못 알아서) 생기는 경우가 있다. 時와 詩의 구분을 할 수 없었다면 이는 후자다. 오자를 만든 측은 실수라고 주장하겠지만, 이 경우 (문자에) 무식해서 생긴 오자일 가능성도 크다.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에서 ‘시’를 쓰고 한자변환 키를 누르면 85개의 ‘시’자가 나온다. 마트도 아는 글자를 KBS가 (잘) 모르고 있다면 황당하다. 안다는 것은 (옳은 것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등 스펙들 확실하고, 세상일에 두루 밝아도 말과 글이 또렷하지 않으면 그가 어찌 ‘언론인’일까? 그 직책(職責)의 최종병기는 ‘말씀’[言]이다.

   

▲ 강상헌 평론가·우리글진흥원장

 

 

< 토/막/새/김 >

한자 중 가장 흔한 것이 時나 詩 같은 형성(形聲)의 짜임[구조(構造)]이다. 형(形)은 뜻, 성(聲)은 소리다. 날 일(日)자는 뜻요소[形], 사(寺)는 소리요소[聲]다. 日과 寺의 합체가 시간 시(時)다. 말씀 언(言)과 寺의 합체는 시 시(詩)다. 소리요소 寺는 사찰(절)의 뜻으로 발음은 [사]지만, [시]로 읽는 글자도 있다. 또 중국어 발음은 [시]다. [시] 발음이 여기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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