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논란이 뜨겁습니다. <관련기사 : “대한항공의 사과는 ‘따님’을 향한 것인가”> 조 전 부사장이 서울 강서구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로 출두해 사과를 하던 지난 12일. 저는 두 매체의 보도를 주목했습니다. 

국민TV가 만드는 뉴스K는 이날 ‘뉴스혹’이라는 순서에서 조 전 부사장이 기자단 앞에 서서 사과를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뉴스K는 그가 도착하기 전 상황도 조명했습니다. 이 영상에서 대한항공 관계자는 취재진에 취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아까 제가 부탁 드린 그것 좀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차에서 내리시면요, 한 4~5미터는 걸어와서 서시고요. 서시고, 10초 동안 서서 앞을 보시다가 사과의 말씀을 시작하실 겁니다. 그게 끝나면 질문 세 개를 하고 인사를 한 다음에 올라갈 겁니다.”

 

 

뉴스K는 조 전 부사장이 사전 각본 그대로 사과를 하고 움직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주요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취재현장의 이면을 드러내고 풍자하는 내용인데요, 대안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MBC 보도를 보면 이런 섣부른 생각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3번째, 4번째, 5번째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특히 5번째 꼭지 <‘오만’과 ‘반기업’ 넘어서야>는 ‘데스크리포트’였습니다. 데스크리포트는 MBC의 데스크급 기자들이 나와 해설을 덧붙이고, 한 사안을 집중 분석하는 순서입니다. 

MBC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항공기만 돌려세운 게 아니”라며 “대기업 오너 일가를 바라보던 대중들의 마음도 함께 후진시켰다. 재벌 3세의 절제되지 않은 리더십은 대한항공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더욱 증폭됐다”고 비판했습니다. 

MBC는 재벌가의 특권 의식을 비판하면서도,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합니다. MBC는 “그렇지만 이 사건이 대한항공을 악덕기업으로 몰고, 음해와 흠집 내기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개인적 잘못은 그 행동으로 비판을 받아야지 반기업 정서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관련이 없는 호텔 건립과 이 사건을 연결시키는 것 또한 비슷한 경우”라고 했습니다. 

   
▲ MBC 뉴스데스크 12일자 보도.
 

이어, MBC는 “한 명의 실수로 반재벌적 정서가 퍼져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대중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힘썼던 대기업 오너들로서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런 억울함 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특권의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과 기업이 대립각을 세우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민영방송 SBS도 리포트 <비뚤어진 특권의식 ‘오너 3세 리스크’>를 통해 “이번 사건은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처신이 회사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 지 잘 보여준 사례다. 특히 경험과 배려심은 없고 특권 의식만 강한 일부 오너 3세들의 행태가 회사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추락시키는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며 재벌 오너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대중의 분노가 재벌에 대한 이유 없는 반발이 아닌데도 느닷없이 ‘반기업 정서’를 운운한 것에 MBC가 재벌을 지나치게 두둔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 PD 출신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현아 사태에 반기업 정서 걱정하는 MBC뉴스, 니네들 기자 맞니”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스K와 MBC, 두 매체 보도는 잃어버린 공영방송과, 그 빈 공간을 어렵게 메꾸고 있는 대안언론의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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