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확정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 5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진상규명을 위한 불편부당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텐데 새누리당이 선발한 인사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관련기사 : 일베글 퍼나르던 방문진 이사가 세월호 조사위원?>

새누리당은 11일 상임 조사위원으로 삼성비자금의혹특별검사보를 지낸 조대환 법무법인 하우림 대표변호사(58)를, 비상임 조사위원으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감사(65),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51),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고문변호사(54), 황전원 전 한국교총 대변인(51) 등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조대환 변호사는 박근혜 대선 캠프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석 변호사는 지난 7월 재‧보궐 선거 당시 새누리당에 부산 해운대‧기장갑 공천 신청을 했다. 

언론계는 이들 만큼이나 방문진 두 인사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차기환 이사는 2009년부터 방문진 이사를 맡았고, 고영주 감사는 2012년 선임됐다. 이들은 방문진에서 대표 극우 인사로 꼽혀 왔다. 방문진은 MBC 대주주로 관리‧감독 및 사장에 대한 선임권을 갖고 있다.

   
▲ 차기환 방문진 이사. (사진 = YTN)
 

차 이사는 광우병 보도와 관련, 2009년 에 깊숙하게 개입하며 제작진을 흔드는 데 일조했고, 2012년 김재철 사장과 언론노조 MBC본부가 격렬하게 대립할 때는 김 사장을 적극 비호해 임기를 연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고 감사는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된 부림사건의 공안검사였다. 그는 지난 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산주의 건설을 위한 명백한 의식화 교육 사건”이라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던 부림사건 실체를 부정하고 고문 사실까지도 전면 부인했다. 그가 2008년 주도했던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지난 2010년 ‘친북 반국가행위 인명사전’을 만들었는데 박원순 시장 등을 ‘종북인사’라고 공격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언론이 오보를 쏟아내고 있을 때,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MBC를 추켜세우기 바빴다. 지난 6월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나와 세월호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차 이사와 고 감사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참석했던 이사와 기자들 사이에서 전해졌다.  

“MBC 보도는 객관성이 돋보였다. 아주 신중했고 MBN·JTBC처럼 선동도 안 하고 잘했다.”(차기환)
“해경이 79명을 구조했는데 (MBC보도에서는) 왜 한 명도 구조하지 못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느냐. 사람 건져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무엇을 못했다고 하느냐.”(고영주) 
“선박 회사에 비판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정부를 왜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영주)

이날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진숙 본부장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보도를 질타했지만 차 이사와 고 감사를 포함한 여당 측 인사들은 MBC와 정부를 두둔하는 태도와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알려졌다. 

   
▲ 고영주 방문진 감사. (사진 =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지난 12일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발언과 세월호 참사의 객관적 실체에 대해 비상식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인사들”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세월호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안고 출범하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새누리당이 이 같은 인사를 추천한다는 것은 원활한 위원회 활동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후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조류독감에 비유하다 뭇매를 맞았고,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종북 색깔론’으로 매도했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뒷전이었다.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고, 정윤회 문건 유출, 사자방 국조 논의 등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론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새누리당이 극우 ‘불청객’을 불러들였다. 유가족에게는 테러나 다름 없는 인사다. 다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생겼다.

   
▲ 차기환 방문진 이사 트위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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