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효종 위원장)가 일본 국가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틀어 논란을 빚었던 JTBC <비정상회담>에 대해 중징계(법정제재) 결정을 내렸다. JTBC는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를 보도하면서 ‘사상자 대부분이 학생’이라고 오보를 내보낸 건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받았다. 

방통심의위원회는 11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난 10월 27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일본인 출연자가 등장할 때 일본 국가이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기미가요를 배경음악으로 내보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경고’로 의결했다. 

<비정상회담>은 외국인들이 각 나라의 대표로 등장해 한국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문제가 된 방송에서 일본인 출연자 다케다 히로미츠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기미가요가 약 18초간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폭주했고 방통심의위에 무려 11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결국 JTBC는 홈페이지와 추후 방송을 통해 거듭 사과 입장을 밝혔고 책임프로듀서 겸 연출자는 경질, 외주 음악감독에 대해선 업무계약을 해지하는 자체 징계 조치를 취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권 추천 5명 위원 모두 ‘주의’ 이상의 법정제제를 주장한 반면, 야권 추천 위원들은 ‘문제없음’ 등 행정지도 의견을 냈다.

   
▲ 지난 10월 27일자 JTBC '비정상회담'의 방송 화면 갈무리
 

고대석 위원은 “제작진이 잘못을 시인하며 책임을 지겠다고 얘기하고 추후 조치를 한 것은 긍정적 받아들인다”면서도 “기미가요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최고봉에 있는 노래로, 지금도 기미가요를 들으면 일제 식민 지배를 연상하는 국민이 많아 중징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고 위원과 같이 ‘관계자 징계’ 의견을 낸 함귀용 위원도 “해당 프로그램에서 기미가요를 두 번이나 튼 것은 ‘방송은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를 손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얼마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방송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심의해야 하고 방송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번 건은 금기의 선을 넘은 방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 추천의 장낙인 위원은 이날 과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 출전한 일본팀을 중계했던 방송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연주를 내보낸 것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장 위원은 “만약 기미가요가 강조 안 되고 일본 공식 국가라고 했으면 이처럼 국민적 반감이 컸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아무리 미워도 상황에 따라 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이며, 다른 출연자들의 국가는 틀어도 문제가 안 되지만 일본 국가를 틀면 문제 된다면 향후 한일 간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훈열 위원은 “이 건은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문제이고 우리의 결정이 양국의 국민감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감정적으로 심의해선 안 된다”며 “나 역시 방송에 안 나가면 좋았을 것이라는 감정적 판단이 있지만, 이미 나간 부분을 국가기관에 준하는 심의위에서 제재할 경우 파생되는 여러 문제를 고려해 좀더 신중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비정상 회담> 제재조치에 관한 건은 위원들 간의 조정과 합의 절차를 거친 후 박효종 위원장과 김성묵 부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추천 위원(고대석·함귀용·하남신) 모두 ‘경고’로 뜻이 모여 법정제재를 받게 됐다.
 

   
▲ 지난 10일 17일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아울러 이날 방통심의위는 지난 10일 17일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를 보도하는 오프닝 멘트를 하면서 “사상자 대부분이 학생이었다”는 오보를 한 것에 대해서도 ‘경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날 판교 사고 관련 동일한 내용으로 오보를 낸 SBS <8 뉴스>는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에 해당하지만 ‘경고’보다는 한 단계 낮은 ‘주의’ 조치를 받아 ‘이중 잣대’ 논란이 예상된다.

JTBC 뉴스에 대해 소수 ‘권고’ 의견을 낸 야권 추천의 박신서 위원은 “진행자가 단정적으로 학생이라고 한 것 분명 잘못이긴 하나, 타 방송과 달리 진행자의 오프닝 멘트가 나가고 9분 후에 사망자로 확인된 사람이 학생들이 아니라고 정정보도를 했다”며 “재난 현장의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는데,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느냐가 방송의 자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객 전원구조 오보를 낸 9개 방송사에 대해 행정지도 조치인 ‘권고’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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