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가 독립언론인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로 이적할 예정이다. 이번 이직이 확정되면 뉴스파타에는 KBS 출신 5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뉴스타파에는 MBC 출신 2명, YTN 출신 1명이 일하고 있다.

11일 KBS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인보 KBS 기자(공채 31기)는 지난 8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결재는 보통 바로 이뤄지는 데 심 기자의 경우 결재가 사나흘째 안 되고 있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심 기자는 “이직의 자유가 있는데 안 해 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심 기자는 2010년 방송된 KBS <추척60분- 천안함의 의문> 편 제작에 동참했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무실 운영을 고발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또 2012년 KBS 파업과 올해 세월호 사건 이후 길환영 KBS 사장 퇴진 및 방송 정상화를 내건 파업 등에서 KBS기자협회 보도 개입 진상조사단 간사를 맡는 등 공정방송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심 기자의 이직을 두고 KBS 보도국 내부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KBS 한 기자는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었던 선배고 파업 때도 많은 의지가 됐던 소중한 선배가 떠난다고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함께 보도를 통해 KBS를 바꿔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KBS보도가 마음에 안 들어 나가는 거라면 섭섭함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 지난 5월 KBS 양대 노조인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함께 파업을 하고 있다.출처=KBS본부

 

 

KBS 내에서는 이직을 고민하는 젊은 기자들이 2~3명 더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한 KBS 관계자는 “이직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아직 현실화 된 건 아니다”며 “최대한 잡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심 기자의 이직에는 현장 취재 기사가 보도에 반영되지 않는 현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심 기자는 2012년 파업 이후 사회부에서 경찰 출입 기자로 발령을 받았으면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취재했다.

심 기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바이스(경찰 출입기자팀 부팀장)를 맡아서 나름 기사에 발언권을 가질 만도 했지만 팀장이나 부장도 별다른 발언권이 없을 정도였다”며 “그 당시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심 기자는 그러면서 “KBS는 조직이 크고 의사결정 구조가 위계적이어서 개인의 노력으로 좋은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점들이 확인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나 올해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보도 등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KBS는 지난 5월 파업 이후 길환영 사장 퇴진이라는 성취를 이뤄냈지만 권력자 입장에서 보면 ‘관리 실패’일 뿐이었다는 게 심 기자의 판단이다.

KBS에는 길환영 사장 사퇴 후 조대현 사장이 취임했다. 새로 임명된 이인호 이사장은 친일 논란이 일며 권력 친화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심 기자는 “올해 파업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지만 외면적으로 사장이 바뀌었을 뿐 모든 기자가 요구했던 편집국장 직선제나 보도위원회 강화 등을 통한 편집권 강화안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변화 속도는 느리고 젊고 열정을 가지고 일 할 수 있을 때 다른 곳에서라도 열정을 가지고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심 기자는 “함께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선배나 후배들에게 굉장히 미안하다”며 “KBS에는 유능한 선후배가 많기 때문에 언젠가는 정상화 될 것이다. 그 일원이 되지 못하는 게 제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이번주까지만 KBS로 출근할 예정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한두 달 가량 쉬고 뉴스타파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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