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가 크게 탄압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11일 <언론인들, 한국정부의 언론 탄압이 두렵다>(In South Korea, journalists fear a government clampdown on the press)라는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현 정부가 언론에 고소를 남발해 언론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WP는 ‘정윤회 문건’과 관련, 박근혜 정부가 세계일보를 고소한 상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WP는 “민주주의가 정착한 이래 지난 27년 동안 한국은 북적거리는 선거 캠페인, 활발한 시위 문화 그리고 온갖 정치적 이슈를 망라한 수십 개의 일간 신문들이 존재하는 장소였다”며 “현재 분석가들과 언론인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언론의 자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WP는 “박근혜 정부는 호의적이지 않은 보도를 싣는 언론매체에 대해 공격적인 단속을 시작했다”며 “그 결과 수많은 명예훼손 사안들과 보수 일본 언론인(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고소 건이 불거져 나왔다”고 밝혔다. 

WP는 “지난해 2월 한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는 군사쿠테타로 권력을 거머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통치했던 육군 장성 박정희의 딸”이라며 “그 기간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시기였지만,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탄압 당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WP는 “이 과거 유산이 사법제도를 이용해 언론인들을 고소하는 사안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어떤 사람의 평판에 손상을 입히려는 의도가 있을 때 성립하지만, 언론 보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할 때는 예외로 간주된다. 이 예외가 일반적으로 언론을 보호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WP는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것을 두고 “세계일보는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인용한 것과 박근혜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가 국정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보도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며 “이 주장은 아직 한국에서 떠들썩하게 퍼지고 있고, 대통령에게 대단한 정치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산케이 보도와 관련해 “(산케이 보도 고발 사건은) 박근혜가 어떤 종류의 지도자인지, 그녀의 성격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한국 민주주의 현 상황을 볼 때 이런 정권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놀랄만하다”고 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발언도 실었다.

가토 다쓰야 전 국장은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직후 행적에 의혹을 제기했고,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기사 말미에서 WP는 지난 2일자 한겨레 사설 <‘국정 농단’ 눈감고 ‘유출·보도’에만 성낸 대통령>의 한 구절(“이런 비정상적인 나라를 만든 자신을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언론에 화를 내는 박 대통령은 얼마나 염치없는 대통령인가”)을 인용하며 “그러나 언론은 겁먹지 않고 있다. 적어도 완전하게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워싱턴포스트 기사 전문. 번역은 뉴스프로 임옥. 

언론인들, 한국정부의 언론 탄압이 두렵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이래 지난 27년 동안 한국은 북적거리는 선거 캠페인, 활발한 시위 문화 그리고 온갖 정치적 이슈를 망라하는 수십 개의 일간 신문들이 존재하는 장소였다. 한국은 누구에게라도 의견을 두 번 물을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 분석가들과 언론인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언론의 자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보도를 싣는 언론매체에 대해 공격적인 단속을 시작했고, 그 결과 국내의 수많은 명예훼손 사안들과 보수 일본 언론인에 대한 저 유명한 고소 건이 불거져 나왔다. 이것은 대통령으로서 스스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비교를 하게 한다.

“박근혜는 독재자인 자기 아버지가 했던 일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서울의 뉴패러다임 연구소 한국 전문가 피터 벡씨가 말했다. 지난해 2월 한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는 군사쿠테타로 권력을 거머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통치했던 육군 장성 박정희의 딸이다. 그 기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탄압 당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과거 유산이 사법제도를 이용해 언론인들을 고소하는 사안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어떤 사람의 평판에 손상을 입히려는 의도가 있을 때 성립하지만, 언론 보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것일 때는 예외로 간주된다. 이 예외가 일반적으로 언론을 보호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박근혜 보좌관들은 지난 4월 (세월호) 여객선 참사 현장에서 한 소녀와 함께 찍은 사진촬영이 연출된 것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여객선이 안전하지 않다는 보고를 정부가 무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진보 매체 한겨레를 고소했다.

대통령 보좌관들은 또 KT과 KB금융그룹의 회장 임명에 자신들이 연루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큰 신문인 조선일보와 시사저널을 고소했다. 세계일보는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인용한 것과 박근혜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가 국정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보도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 이 주장은 아직 한국에서 떠들썩하게 퍼지고 있고, 대통령에게 대단한 정치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유명희 청와대 외신대변인은 세계일보가 정부의 기밀 정보를 “사실을 확인하려는 최소한의 노력 없이” 공개했고 이로 인해 대중의 혼란을 야기했으며 정부기관과 고위 관료들의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그녀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는 지켜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기밀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해 부당하게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행동, 그리고 개인의 평판을 훼손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면 안 된다.”

한국 밖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사건은 가토 타츠야와 관련된 사건으로 그는 지난 8월에 쓴 기사로 기소될 때까지 일본 산케이신문의 서울 지국장이었다. 그가 보도한 것은 앞서 조선일보에 실렸던 기사를 바탕으로 했다. 그는 탑승객 대부분이 10대였던, 승객 304명이 침몰사고로 희생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박근혜가 어디에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가토 씨는 박근혜가 개인적 용무로 외출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소문을 재보도했다. 청와대는 그 루머들을 단호하게 부정했고,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포함한 세 개의 지지단체들이 가토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대단히 정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산케이 편집부의 입장 때문만은 아니다. 산케이는 일본의 가장 보수적 신문 중 하나로서 2차 세계 대전 동안 일본군에 의해 착취 당한 한국인 성노예들이 매춘부였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고소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토 씨는 지난 8월 이후 출국이 금지됐으며 – 그의 아내와 세 아이들은 동경으로 돌아갔다- 월요일 날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의 변호사들은, 항소 과정을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8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만일 유죄를 선고 받으면 가토 씨는 7년 징역형 또는 5천만 원(45,000달러) 벌금형에 처해진다.

유튜브에 게시된 동영상에 따르면, 지난주 사전심리 절차 후 가토 씨가 재판정을 떠나려 했을 때 한국 남성들이 가토 씨의 차를 에워싸고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고 차창에 계란을 던졌다.

가토 씨는 “이 사건은 박근혜가 어떤 종류의 지도자인지, 그녀의 성격이 어떤지를 보여준다”고 서울의 산케이 지국 내에서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한국 민주주의 현 상황을 볼 때 이런 정권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놀랄 만하다.”

2012년 대선에서 근소하게 패한 야당 국회의원 문재인 씨는 그녀가 비평가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겁주기 전략’을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나는 산케이 신문의 견해에 꼭 동의하지는 않으나, 잘못된 사실을 보도하는 개인을 기소하는 것은 바른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문 의원이 최근에 말했으며, 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대변인은 재판 중인 이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산케이의 기사가 조작됐고 명예를 훼손했으며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인용했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언급했다. 유 대변인은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이메일 성명서에서 말했다. 그는 “한국의 모든 언론기관은 그러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보도해 ‘명예훼손할 자유’로 확대되는 아니”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가토 씨나 다른 언론인들이 재판에서 이기기가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 한다. 그 이유는 기사가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해당 언론인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일하는 미국인 변호사인 브랜든 카는 검찰 고발을 당하는 건 언론의 의욕을 잃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정확하게 박근혜 정부가 바라는 효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현 한국정부는 정부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언론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박근혜가 전형적인 독재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민주주의는 이 정부 하에서 퇴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은 겁먹지 않고 있다. 적어도 완전하게 그렇지는 않다. 한겨레는 지난주 권력 농단 스캔들에 대한 사설에서 썼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국가로 만든 자신을 탓하기는커녕 언론에 화를 내는 박 대통령은 얼마나 염치없는 대통령인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