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검색 어뷰징을 잡는다며 뉴스 검색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으나 오히려 어뷰징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5일 뉴스 검색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클러스터링 기법을 도입해 검색 결과를 시간 순이나 정확도 순으로 늘어놓지 않고, 비슷한 주제의 기사를 묶어 3개의 기사만 노출하고 추가로 더 보려면 관련 기사 보기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모바일에서도 검색 제휴사의 기사를 같이 결과에 노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맞춰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이른바 검색 어뷰징으로 건당 최대 10만건까지 페이지뷰를 올리는 언론사들이 많았지만 네이버가 검색 기준을 바꾸면서 트래픽이 급감했다. 특히 모바일에서는 콘텐츠 제휴사(네이버가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구매하는 언론사) 기사만 검색 결과에 노출됐으나 지난 5일부터는 검색 제휴사 기사가 검색 결과에 포함되면서 콘텐츠 제휴사들의 노출 빈도가 더욱 낮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사 온라인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노출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 “조중동 등이 신문협회를 내세워 제휴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편 이전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가장 낚시질을 심하게 했는데 아무런 제재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 본부장은 “비슷한 기사를 수백 개씩 나열하던 과거의 방식과 비교하면 확실히 시각적으로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뷰징을 하면 트래픽을 얻을 수 있고 클러스트의 상단에 묶인 기사들은 오히려 트래픽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뉴스를 묶을 때 유력 매체 위주로 묶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을 만큼 일부 언론의 노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개편으로 기사 어뷰징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언론사 내부에 준비가 되지 않았고 알고리즘이 복잡하지 않을 것이므로 언론사들이 어떻게든 적응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이용자들에게 유익이 있느냐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다음과 네이트 등에서 학습한 만큼 큰 불편 없이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검색 개편에 맞춰 나타난 신종 어뷰징 기법.
 
   
네이버 검색 개편에 맞춰 나타난 신종 어뷰징 기법.
 

실제로 개편 이후에도 어뷰징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9일에는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 일부 언론들은 100건 이상의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일부 언론사는 검색 키워드를 기사 하단에 반복해서 붙여넣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기사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개편 이후 오히려 어뷰징 경쟁이 가열되는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센터 이사는 “일부 언론사는 명백히 제휴 가이드 위반으로 보인다”면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윤식 네이버 홍보팀 팀장은 “검색 알고리즘은 영업비밀이기도 하고 만약 이게 공개된다면 그에 맞춰서 또 다른 어뷰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원 팀장은 “일부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지켜보면 특정 언론사에게 유리한 알고리즘이 아니라는 걸 이용자들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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