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만든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뉴스Y) 신입사원 필기시험으로 정부 홍보성 기사작성 문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연합뉴스TV와 연합뉴스TV 응시자들에 따르면, 지난 7일 진행된 연합뉴스TV 신입기자 공개채용 2차 필기전형에서 정부가 발표한 두 개의 보도자료를 제시한 후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

하지만 기사작성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 ‘홍보성’이라는 문구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일부 문항을 현장에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생들이 받은 시험지에는 분명히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당초 시험 예정 시간이 10~20분 미뤄지면서 시험 감독관들은 ‘홍보성이라는 부분을 지우고 비판적 기사를 써도 된다’고 다시 안내했다.

이날 필기시험을 본 한 응시생은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감독관들이 시험지를 나눠주고 펴보지 말라고 해서 20분 동안 진행을 안 하다가 시험 진행 담당자들이 각 고사실을 돌아다니며 ‘홍보성’ 문구를 신경 쓰지 말고 비판성 기사를 써도 된다고 했다”며 “칠판에도 이런 내용을 적었고 감독관들은 홍보성으로 써도 상관없고 비판적으로 써도 되니 자유롭게 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응시생은 “문제지 자체에는 홍보성으로 작성하라고 나와 있었지만 추후통보하면서 홍보성으로 써도 된다는 말은 안 했고, 홍보성 문구를 지우고 그냥 기사를 써도 되고 비판적 기사를 써도 된다고 전달받았다”며 “시험 주최 측에서 문제라고 판단해 수정하라고 한 것 같고, 사실 논제 자체도 정부에서 발표한 홍보성이 짙은 보도자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TV 채용 홈페이지
 

이날 연합뉴스TV 필기시험에는 국어와 상식 문항과 함께 기사작성 형식의 논술문제가 출제됐다. 논제로 제시된 보도자료는 지난 8월 국방부가 발표한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클로버 위원회) 공식 출범식 및 지난 9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년 고용 종합대책’에 대한 내용이었다. 

연합뉴스TV의 시험문제와 관련, 언론사 준비생들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언론사 논술 문제로 정부 홍보성 기사작성을 하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카페 회원은 “기자를 뽑고 싶었던 것인지 홍보팀 직원을 뽑으려던 건지 논술문제가 정부 부처 보도자료 보고 홍보성 기사 쓰기라니, 생각해 보니 역대 최악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회원도 “인쇄물에는 분명히 홍보성 기사를 쓰라고 돼 있었다. 문제가 미리 감독관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을 테고, 시험 당일 감독관들이 문제를 보고 이의를 제기해서 급히 고친 것일지도 모른다”며 “고치기 전 문제는 말 그대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홍보성 기사작성 시험 논란에 대해 연합뉴스TV 인사총무팀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시험문제가 정정된 것은 아니고 ‘홍보성’이라는 말은 응시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혼동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설명해 줬다”며 “홍보성 기사작성 부분에 대해 본인 주장을 담아 논술해도 괜찮다고 보충설명을 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하지 않고 외부 위탁을 줘서 시험 당일에서야 문제를 발견한 것 같다”며 “시험 현장에 있던 임원들이 문제를 나눠주기 전에 이런 부분이 응시생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사전에 설명해주고 문제를 치르게 하는 게 적합할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모집하는 신입·경력 기자들의 ‘1년 계약직 후 정규직 전환’ 채용 방침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신입뿐만 아니라 경력기자와 다른 직군도 사규에 따라 1년간 계약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직 근무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돼 있다”며 “지금까지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아직까지 안 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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