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언론사들은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대형 오보를 냈다. KBS는 ‘선내에 엉켜 있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자극적인 뉴스를 내보냈고, MBN은 참사로 부모와 형을 잃은 7살 어린이에게 당시 상항과 가족의 구조 등에 대한 답변을 유도하는 인터뷰를 했다. 

SBS는 경조 리조트 붕괴 사고로 사망한 학생의 아버지에게 자식의 시신 훼손 상태와 죽음에 대한 심정을 묻는 인터뷰를 했다. 판교 지하철 환풍구 붕괴사고를 전한 JTBC 등 몇몇 언론들은 ‘피해자 대부분이 학생들’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했다. 

재난 상황을 신속하고도 정확해야 알려야 하는 재난보도가 오히려 오보와 선정적 보도로 얼룩지고 있다. 폭탄·붕괴·테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뉴스가 오히려 ‘재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보도로 인한 논란을 계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5일 개최한 ‘재난방송과 방송심의’ 국제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영국과 일본, 대만의 재난방송 사례가 자세히 소개됐다. 

대만에서도 뉴스가 재난이 된 사례가 있었다. 태풍과 폭우 소식을 전하는 방송 기자가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 들어가서 리포트를 했다.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는 모습이다. 대만에서는 산불 소식을 전하는 한 방송사는 산불이 몸에 붙은 노인의 모습을 그대로 뉴스 영상에 내보냈다. 이 방송사는 대만 국가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6000달러의 과징금 제재를 당했다. 

첸이닝 대만 국가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이날 “언론이 특정 지역만의 피해를 부각해 재해 규모를 과장한다거나 재난방지의 중요성보다는 사소한 사건사고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시적 지진 발생 위협에 시달리는 일본의 공영방송사 NHK는 재난보도 훈련을 일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츠지무라 카즈토 NHK 보도국 재난안전정보센터장은 “도쿄 뉴스센터에서는 매일 지진 발생을 가장한 뉴스 송신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쿄에 있는 NHK 본사가 피해를 입어 송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400㎞ 떨어진 오사카 방송에서 방송할 수 있는 백업시스템을 마련해 놓았다. 이와 관련한 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동일본 대지지 사태 이후 지진 해일로 수몰될 수 있는 5개 지역의 방송사의 경우, 높은 곳에 서브스테이션과 백업 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츠지무라 센터장은 “어떤 재난이 발생해도 계속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NHK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5일 개최한 '재난보도와 방송심의' 국제 라운드 테이블. (사진제공=방통심의위)
 

영국 공영방송사 BBC는 제작가이드라인 제7절 4조 38항 ‘죽음, 육체적 고통 및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도 준칙’에서 재난보도에 대한 언론인의 취재 원칙을 구체적으로 규정해놨다. 

“사건, 재난, 소요, 개인에 대한 폭력이나 전쟁을 보도할 때, 정확한 보도를 통해 공익과 피해자의 입장을 배려하고 부당한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적나라하게 묘사할 때는 편집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생방송이나 속보 영상이 필요한 경우라도 그것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려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

BBC는 재난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해도 그 유가족이나 친인척이 이 소식을 알기 전에는 절대 사망자의 실명을 보도하지 않는다. 조 플로토 BBC 아시아·태평양지부 국장은 “남편이 TV를 켰다가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자막을 통해 알게 된다는 건 정말 끔찍한 경험이다”고 말했다. 

또한 BBC는 보도에 대한 모든 민원에 대해 2주 안에 답변해야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플로토 국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이므로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잘못된 사실을 적시했을 경우 신속하게 정정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BBC가 항상 칭찬받는 재난보도를 했던 건 아니었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폭탄테러 사건을 보도하면서 구급대원, 소방대원 등의 얼굴을 뉴스를 통해 공개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속보경쟁과는 반대로 지난친 늑장보도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플로토 국장은 “2005년 지하철 폭발의 원인이 테러라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정부가 확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도했다”면서 “이를 실수였다고 인지해 현재는 신뢰할만하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보도한다”고 말했다. 

플로토 국장은 “기자들을 상황을 전달해줄 수 있는 취재원을 찾으러 발 빠르게 돌아다니지만 신뢰성 있는 취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항상 숙제”라면서 “속보경쟁 또한 무시할 수 없고, 신뢰할만한 취재원으로부터 오보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재난보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KBS, MBC, SBS, YTN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엄경철 KBS 보도국 과학재난부 팀장은 “재난주간방송사인 KBS는 15개 재난 유관 기관으로부터 62종의 문자 정보를 받고 있으며 이 기관들이 구축한 6000개의 CCTV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받을 수 있는 재난정보가 자연재해로 국한돼 있어 세월호 사고와 같은 사회 재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구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엄 팀장은 재난보도에 대한 KBS의 한계점도 지적했다. “받아쓰기식 보도를 할 때는 어떤 방식의 절차가 필요한지에 대한 내부적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KBS 보도에 대해 자체적으로 사후 심의를 하지만 이에 대한 사후 조치가 대단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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