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보도를 계기로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과 영향력이 종합편성채널로 쏠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방송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총 6곳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정윤회씨 관련 의혹을 KBS·MBC·SBS 등 지상파 메인뉴스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종편이 적극적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간 지상파 보도 건수를 종합하면 KBS 12건(19분28초), MBC 8건(10분50초), SBS 9건(18분44초)이다. 종편은 TV조선이 33건(1시간19분51초), 채널A 28건(56분34초), JTBC 29건(1시간18분2초)으로 관련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종편 3사는 이 기간 동안 총 90건(3시간34분27초)을 쏟아낸데 반해 지상파는 29건(49분2초)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종편은 지상파보다 보도량으로는 3배, 시간상으로 4배 더 할애하며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 JTBC 뉴스 보도 갈무리
 

구체적으로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지상파는 각각 1~2건을 넘지 않는 선에서 3분 이내에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종편은 메인뉴스 첫 기사에 관련 내용을 배치하며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지상파 중에서는 MBC가 정윤회씨 관련 보도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MBC는 이 기간 동안 메인뉴스에서 관련 뉴스를 헤드라인(톱기사)으로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종편에선 TV조선이 초반 첫 번째나 두 번째 기사로 보도하다가 지난달 30일부터 다섯 번째 이후로 기사를 배치했다. 

   
 
ⓒ최민희의원실.
 

정윤회씨 관련 보도의 변곡점은 지난 1일이었다. 지난 1일과 2일을 계기로 지상파와 종편 모두 정윤회씨와 관련한 보도 건수가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편이 지상파를 압도했다. 지난 1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사건과 관련해 언급한 날이었으며,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적극 인터뷰에 나서기 시작한 때다. 

이를 기점으로 종편은 메인뉴스에서 정씨 관련 보도를 하루 평균 6~9건을 보도했다. 시간도 최소 10분에서 최대 20분 가량을 정윤회씨 관련 보도에 할애했다. KBS는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을 첫 뉴스로 시작해 총 5건(7분57초)을 관련 뉴스로 채웠다. 종편은 지난 1~2일 메인뉴스에서 6~9건 관련 소식을 다루면서 최소 10분에서 20분을 정씨 관련 의혹보도에 할애했다. 

최민희 의원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는 박 대통령이 자기 입맛대로 사건 성격을 규정하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KBS와 MBC는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보도했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만든 프레임에 따라 의제 증폭에 적극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보도 형태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실 분석 결과, 단독보도·심층취재·대담·토론 등 다양한 보도 형태를 통해 사안을 다양한 구성으로 보도한 곳은 종편이었다. 

최민희 의원은 정윤회씨 첫 육성인터뷰(JTBC), 정윤회씨 감찰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 첫 인터뷰(TV조선) 등 특종성 단독보도를 내보내는 등 지상파에 비해 보도 내용도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최 의원은 “이번 사건 보도를 보면 지상파의 의제 설정 기능은 완전히 실종됐다”며 “지상파가 더 이상 우리 사회 공론장 형성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그 영향력 또한 급격히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지상파가 이번 사안에서 ‘청와대 눈치 보기’와 ‘수박 겉핥기’식 보도를 하는 것은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누적된 방송장악 결과”라며 “이대로 간다면 지상파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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