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개국 3년, 우리 눈앞에 TV조선과 JTBC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으로 공영방송이 공론장 기능을 상실한 뒤 마주한 종편의 두 얼굴이다. TV조선이 극우보수 세력을 대변하며 시사보도중심 편성으로 살아남았다면, JTBC는 지상파 편성전략을 따라가며 ‘손석희’라는 영향력 1위 언론인을 영입해 보도경쟁력을 높였다. 

두 종편채널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최고시청률만 봐도 알 수 있다. TV조선은 2013년 9월 4일 ‘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 보도를 했던 뉴스특보에서 평균시청률 5.59%(닐슨코리아, 수도권유료가구)를 기록했다. 2014년 4월 28일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 현지에서 특집으로 내보낸 JTBC 은 평균시청률 5.47%를 기록했다.

TV조선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전 북한특수부대 장교의 발언을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았다. JTBC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소식을 전하며 김재연 통진당 대변인을 출연시켜 편향적 의견만 반영했다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통보받았다. 법정제재수위는 같지만 내용은 딴 판이다.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의결현황에 따르면 종편4사의 뉴스·시사보도 심의제재건수는 모두 135건으로 이 중 TV조선이 66건으로 가장 빈번했다. “김한길 대표는 바지사장”, “안철수는 새철수”와 같은 막말에 의한 품위유지 위반이 많았다. 그러나 건수에 비해 징계 수위는 낮았다. 반면 JTBC는 제재건수가 15건으로 제일 적었지만 타사에 비해 징계 수위는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박창신 신부와의 인터뷰가 불공정했다는 심의결과를 두고는 정치적 외압이란 비판이 많았다. 

   
▲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TV조선 '뉴스특보'의 한 장면.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의 공론장 기능이 약해지자 이를 대체하는 JTBC가 나타났고, TV조선은 지상파가 제공하지 않던 편향에 의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종편의 성장으로 지상파의 존재가치는 더욱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27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방송사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JTBC는 24.6%로 KBS를 제치고 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 종편도입 반대진영에서 보면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다. 

TV조선 역시 예측을 뛰어넘은 ‘돌연변이’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팀이 지난 11월 3일부터 16일까지 종편채널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 TV조선은 뉴스·시사프로그램을 보름간 5100분 편성했다. KBS 1TV(2975분)의 1.7배 수준이다. TV조선은 2013년 168억 원 적자로 종편 4사중 가장 적은 적자폭을 나타냈다. <강적들>, <황금펀치> 등 스튜디오 중심의 저비용 시사토크쇼를 집중 편성한 결과다.

반면 JTBC의 2013년 제작비는 2001억 원으로 2012년 대비 389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TV조선 제작비의 3배다. JTBC는 2013년 1540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히든싱어>, <유나의 거리> 등 예능·드라마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TV조선의 전략을 두고 “조선일보의 영향력마저 약해지는 상황에서 시사보도의 집중배치를 통해 제작비를 줄이고 보수 세력의 담론을 형성하고 언론사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JTBC의 채널전략에 대해선 “공정보도와 적극적 투자를 통해 종편이란 테두리에서 빠져나오는 게 살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라 설명했다. 개국 3년차 JTBC와 TV조선의 모습은 지상파의 영광을 잊게 만들거나, 또는 지상파의 영광을 그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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