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했던 세계일보가 최근 회장을 전격 교체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신임 회장 선임이 정윤회씨 관련 문건 보도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측의 소송제기에 따른 검찰 수사에 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일보는 2일자 1면 알림 기사를 통해 “손대오 선문대학교 부총장이 1일 세계일보 회장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 1991년 세계일보 편집인 겸 주필 시절 ‘한보그룹 수서비리’ 특종을 이끈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의 대선자금 수수 관련 단독 보도를 윤전기를 멈추게 하며 막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세계일보 한 간부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손 회장 선임에 대해 “문국진 전임 회장은 2년 전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사실상 공석이어서 교체가 아니라 이제야 후임이 정해진 거라고 보는 게 맞다”며 “회장 자리는 상징적 측면이 큰데 손 회장은 통일교 재단 내에서도 재단의 주류와 맞서기도 했던 사장과 가까운 인사”라고 설명했다. 

   
▲ 세계일보 2일자 1면.
 

세계일보 한 기자는 “이전부터 회장 임명설이 돌았는데 예상보다 조금 빨리 인사가 단행됐다”며 “다만 사장이 정윤회 특종을 터뜨릴 때 재단과의 소통도 있었을 텐데 이번 회장 선임을 재단의 화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사장과 회장 모두 세계일보 출신이고 두 사람의 사이가 좋은데 사장은 재단 내의 입지가 약하다”며 “회장은 통일교 재단의 주류세력이므로 지금 상황에선 사장이 힘을 받기 힘든 구조였는데 이제 회장이 사장을 도와줄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보고서 단독 보도 이후 이렇다 할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기자는 “겨우 한두 쪽 문건만 갖고 싸움을 시작한 게 아니고, 더욱이 권력기관과 싸우는 일인데 쉽게 시작할 리가 있겠느냐”며 “전략적 차원에서 숨 고르기를 하며 상황을 지켜본 것이라고 보면 되고, 3일자 기사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도 “청와대에서 소송을 걸었는데 우리가 굳이 그걸 증명할 이유가 없고, 우리에게 카드가 있으면 검찰 조사 때 결정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1일 대통령 발표에 대해 바로 때리느냐 안 때리느냐의 문제인데, 조선일보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인터뷰만으로도 청와대가 휘청하는데 우리가 확실한 문건을 벌써 보여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일보는 지난달 2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 1월 초 정윤회씨가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에 개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첩보에는 정씨가 청탁의 대가로 수억 원을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 발언은 정씨를 잘 안다고 주장하는 육영재단 관계자 인척이 사석에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정씨의 국정개입 관련 추가 문건이나 취재원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세계일보 회장 교체와 관련해 통일교 내부 분위기도 보도와 운영 강화 차원에서 단행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공석이었던 회장 자리를 채우면서 검찰 수사에 앞서 세계일보 기반을 다진다는 얘기다. 통일교를 이끌고 있는 한학자 총재(고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 부인)를 포함한 통일교 고위 인사들이 이번 세계일보 보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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