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팅(curating) 매체 ‘인사이트’가 국내 한 PR회사 대표의 블로그 글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가 피해자가 소송 방침을 밝히자 사과문을 올리는 촌극을 벌였다. 하지만 인사이트의 사과문도 회사차원의 공식적 사과가 아닌 기자의 개인적 사과이고, 사과문이 게시된 날짜도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이어서 누리꾼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김수정 인사이트 기자는 지난달 30일 여준영 프레인글로벌 대표에게 “기획 기사를 작성하면서 여준영 프레인 대표의 글을 무단 인용한 점과 임의로 편집하고 대표의 이름을 기사에 표기한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바로 조치를 하지 않고 기분을 상하게 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나 스스로 돌아보고 기자로서 자질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Prain 여준영 대표님께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김 기자가 올린 사과문에는 고양이가 엎드려 있는 사진과 함께 사과문 작성일도 지난달 11일로 돼 있다. SNS에선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보이지 않고, 이미 지난 날짜의 기사를 수정해 올려 의도적으로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지 않게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30일 인사이트가 국내 한 PR회사 대표의 블로그 글 무단 사용과 관련해 사과문을 올렸다.
 

현재 해당 사과문에는 인사이트와 김 기자의 사과 태도를 문제 삼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사이트 측에 대한 비난은 이번 논란이 불거질 때부터 불거졌다. 여준영 대표가 인사이트의 블로그 글 무단 도용 사실을 처음 발견하고 기사를 내려달라고 항의 글을 남겼을 때, 김 기자는 기사를 임의로 수정한 후 여 대표의 댓글을 삭제하고 댓글 작성 권한도 차단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에서 인사이트에 비난 여론은 극에 달했다.

여 대표는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인사이트는 지난 2006년 내가 블로그에 썼던 이력서 쓰는 방법과 관련한 글을 전부 긁어서 내 이름과 함께 표현만 조금 바꿔서 기사화했다”며 “과거 우리 회사에 이력서를 낸 사람에게 한 얘기를 지금 취업준비생들이 보라고 옮기는 것은 옳지 않아 요즘 취업 사정에 맞게 다시 취재하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임의로 삭제해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인사이트 측에 사과하지 않을 거면 기사를 내려달라고 다시 댓글을 달려고 했지만 댓글마저 쓸 수 없게 되자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여 대표는 “그후 어제(30일) 저녁에 기사를 올린 기자로부터 사과 쪽지가 계속 왔고 사과 방식과 태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지만, 해당 기자만 피해를 볼 것 같아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기자가 회사 윗사람에게 혼이 많이 났다고 하는데, 기자를 혼낼 정신으로 나에게 사과를 할 생각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안길수 인사이트 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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