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지진파가 폭발이 아닌 113m의 대형 잠수함과 충돌했을 때 나타나는 고유진동수(주파수)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김황수 경성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와 영국 캠브리지대 연구원 머로 카레스타 박사는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음향학과 진동학의 진전(Advances in Acoustics and Vibration)’에 게재된 학술논문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What Really Caused the ROKS Cheonan Warship Sinking?)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지진파가 폭발의 '움직일 수 없는 데이터'로 주장돼 왔으나 실제 연구결과는 폭발이 아닌 충돌에서 나타나는 주파수였다는 것은 천안함 학계에도 충격적인 분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써 천안함의 원인이 폭발론 뿐 아니라 충돌론도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지진파에서 나오는 특유의 주파수, 조화주파수에 주목해 이 주파수의 특징과 패턴을 분석한 결과, 버블제트 폭발에서 나타나는 주파수와 무관하며, 오히려 거대한 강철로 이뤄진 잠수함과의 충돌시 나타나는 주파수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논문에 대해 “천안함의 침몰과 사고순간 기록된 지진파 신호 대역에 대한 것으로, 그 지진파 스펙트럼은 8.5 헤르츠 대역에서 강한 피크의 진폭과 조화주파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주파수들은 수중폭발로 나타난 물기둥의 진동들로 설명돼 왔으나 과학계에서조차 그것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와 머로 카레스타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연구원의 공동 학술논문 이미지.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와 머로 카레스타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연구원의 공동 학술논문 이미지. 천안함과 충돌한 것으로 설정한 튜브형 잠수함 개념도(오른쪽).
 

이들은 “이 연구가 천안함 사고 순간 발생한 지진파가 113m 길이의 잠수함에서 나오는 진동의 고유주파수와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같은 발견은 천안함이 어뢰나 수중기뢰에 의한 폭발 보다는 오히려 대형 잠수함과 충돌 때문에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핵심적으로 제시하는 지진파의 특성은 “천안함 사고당시 기록된 지진파의 스펙트럼 대역에서 8.5㎐(헤르츠)와 그 정수배에서 나타나는 최고값(peaks)들이 113m 길이의 잠수함에서 나오는 고유진동수와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결과는 천안함이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대형 잠수함 선체의 두께가 고강철로 만들어진 6cm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천안함의 두께는 1.2cm의 철과 알루미늄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잠수함이 입었을 손상은 거의 무시할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천안함 사고 당시 “이 연구는 천안함 사고당시 기록된 지진파(신호)의 최대 스펙트럼 대역에서 특유의 주파수가 113m 길이의 대형 잠수함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며, 진동의 선대칭 모드(n=0)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원인인 잠수함과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것을 제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연구가 46명의 죽음을 낳은 천안함 침몰의 미스터리한 원인을 밝히는 새로운 조사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 논문 저자인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논문을 쓰게 된 동기는 순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작동한 것이고, 따라서 학문적 가치가 있기에 이 분야 저널에 실린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논문의 연구범위에 대해 “113 미터 잠수함에 고유진동수중 가장 낮은 주파수 대역인 0.1~40Hz에 국한된 것으로, 이 주파수 대역에서는 잠수함을 단순히 튜브(보온병 같은)로 보고 (이 진동수가) 그 축 진동의 기본 진동수에 해당된다”며 “이것이 지진파 주파수 스펙트럼과 잘 맞다”고 밝혔다. 오차범위에 대해 김 교수는 10% 정도라고 제시했다.

   
김황수 경성대 명예교수(물리학)와 머로 카레스타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연구원의 공동 학술논문 이미지. 천안함 지진파가 전달되는 경로도.
 

특히 천안함 사고 당시 나타난 지진파의 파형이 수중폭발의 파형이 아니라는 근거에 대해 김 교수는 “이 파형의 특징은 8.5Hz와 이 주파수의 약 2배(17.7㎐), 2배(17.7㎐), 4배(34㎐)가 (잇달아) 관측되는데, 만약 버블제트 (폭발시의) 파형이려면, ‘2배’와 ‘4배’의 주파수는 없어야 한다”며 “그렇다면 이 파형이 나온 것은 당연히 튜브형 잠수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이 연구는 군사적 측면에서 새롭고 이용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연구의 효용성 측면도 언급했다.

서재정 전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논문의 결론은 나로서도 놀랍다”며 “피타고라스가 발견했던 것을 수학적으로 좀 정교하게 다듬은 것인데 지진파에서 이러한 하모닉스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서 전 교수는 “김황수 교수가 오랫동안 추적을 해서 알아낸 것으로, 공저자인 카레스타 영국박사는 이전에도 러시아 잠수함인가의 충돌을 유사한 방식으로 입증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논문에서 사용된 분석방법도 그 때 사용됐으며,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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