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YTN 기자들 ‘해고무효 소송’ 대법원 판결 소식이 있었지만 뉴스K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이 사건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당사자도 아니고 뉴스K 보도책임자이자 시청자를 직접 만나는 앵커입니다. 대선캠프 출신 인사는, 대통령을 다룰 수밖에 없는 보도전문채널의 사장이 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정말 특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뉴스K 마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국민TV가 만드는 <뉴스K> 노종면 앵커의 27일자 클로징 멘트입니다. 대법원은 이날 노종면 기자 등 YTN지부 조합원 9명이 제기한 징계무효 소송과 관련, 원피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해직기자 6명(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가운데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한 것입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맡았던 구본홍씨의 YTN 사장 선임을 ‘낙하산 반대투쟁’으로 맞서다 2008년에 해고됐습니다.

노 앵커는 한국 언론사에 ‘흑역사’로 남을 이번 판결을 리포트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까닭은 자신과 직접 연관된 사건이었다는 건데요,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사장과 그가 어떤 심지로 싸웠는지 짐작이 갑니다. 

   
▲ 국민TV가 만드는 ‘뉴스K’ 27일자 클로징 장면.
 

<뉴스K> 방송에 앞서 2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상암동 YTN 신사옥에서는 언론노조 YTN지부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조합원 50여 명과 해직기자 5명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노 앵커는 <뉴스K> 준비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집회 전에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사실 해고자들보다 조합원들 얼굴이 더 어두웠습니다. 분하고 억울하고, 무엇보다 해고자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겠지요. 조승호 기자는 되레 웃음을 보이며 “후배들과 동료들이 저를 위로해야 하는데, 여러분 제가 꿈과 희망과 격려를 드릴 테니까 너무 위축되지 말아 달라”고 동료들을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YTN을 찾은 해직 언론인들은 어떤 말을 나누었을까요. 그들의 말과 사진을 전합니다.

   
▲ 언론노조 YTN지부는 27일 오후 6시 30분 집회를 열고, 해직 언론인 5명과 만남을 가졌다.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우장균 기자

“6년 전 45세에 해직이 됐다가 51세에 복직하게 됐다. 조합원 동지들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 드린다. 한편으로는 다른 동료기자와 다함께 복직하지 못하게 돼 참으로 송구하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공정방송‧복직 투쟁 계속 해나가겠다. 여러분에게 고맙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명령만 내리면, 모든 걸 다하겠다.”

조승호 기자

“판결이 나고 실감이 안 났다. 어안이 벙벙했는데 곁에 있는 후배들이 우니까 당혹스러웠다.(웃음) 저에 대해서 걱정 안 해주셔도 된다. 내심 6:0으로 전원 복직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아군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등에 칼을 꽂은 느낌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기대 하지 않았다. 이 빌딩 위에 있는 ‘기레기’ 원조들에게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군이라고 믿었던 사법부가 비수를 꽂았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 달라. 인생은 검은 돌과 흰 돌이 똑같이 들어 있는 주머니라고 생각한다. 검은 돌 뽑았다고 속상해 하지 말고, 아직 주머니엔 흰 돌이 더 많이 남아 있다. 후배들과 동료들이 저를 위로해야 하는데.(웃음) 여러분 제가 꿈과 희망과 격려를 드릴 테니까 너무 위축되지 말아 달라.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힘내겠다.”

   
▲ 언론노조 YTN지부는 27일 오후 6시 30분 집회를 열고, 해직 언론인 5명과 만남을 가졌다. 한 조합원과 조승호 기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 언론노조 YTN지부는 27일 오후 6시 30분 집회를 열고, 해직 언론인 5명과 만남을 가졌다. 우장균 기자가 한 조합원을 끌어 안고 있다.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현덕수 기자

“직장은 제2의 가정이다. 때론 가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직장은 삶의 중심축이다. 우리 싸움은 이런 직장이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항의와 저항이었다. 어떠한 이념이나 주의에 이끌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과 상식에의 부름이었다. 한때는 형님, 누나와도 같았던 회사 선배들은 해고의 굴레를 씌웠고 원인을 제공한 정권은 우리를 좌파 언론인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믿었던 법원은 정의와 진실을 좇지 않았다. 스스로 오명을 더했다. 법원 판결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이 격려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하다.”

정유신 기자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고민이 된다. 먼저 복직했다고 나머지 3명을 두고 출근해야 하는지 솔직히 고민이 된다. 복직한 3명과 그렇지 못한 3명이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언론인으로서 옳다고 믿는 걸 행동하는 게 ‘양심’인 줄 알았다.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이 사람들은 검찰에게 부당하게 체포까지 됐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당시 항소심 법원은 자기들이 보고 싶은 부분만 봤다. 그 부분만 강조해서 오늘까지 오게 됐다.” 

   
▲ 언론노조 YTN지부는 27일 오후 6시 30분 집회를 열고, 해직 언론인 5명과 만남을 가졌다. 정유신 기자.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법원 탓만 할 게 아니다. 여기 위에 있는 배석규 사장 책임이다. 오늘 나온 회사 입장을 보니 기가 찼다. 1심 판결 결과에 따르겠다고 4‧1 합의한 건 회사 간부였다. (당시 간부였던 배 사장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 입장이)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리는 거라고 한다. 합의 당사자 구본홍 전 사장은 ‘1심 전에 해고자 문제를 끝내려고 했고, 법원 판결은 1심 판결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나.” 

“또 종편이 등장한 이후 YTN 경쟁력 저하가 해직자 때문이라고, 노사화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매력적인 대통령’을 운운하는 뉴스를 누가 보고 싶어 하나. 조합원들과 함께 지키려 했던 YTN 가치나 보도를, 우리 양심에 따라 할 수 있을지 두렵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까지 울면서 기다려주셨다. 노력하겠다. 언제나 그랬듯,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해법을 찾아왔으니까 선후배와 같이 고민하면서 이겨낼 것이다. 여기까지 같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다.”

권석재 기자

“6년 동안 눈물이 마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눈물이 남아 있었다. 6명이 함께 돌아오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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