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박근혜 정부의 배후권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정윤회씨가 실제 국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보도해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아무런 직책도, 공직도 맡고 있지 않은 그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릴 정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를 감찰한 청와대 라인이 사실상 ‘좌천’됐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공보특보였던 구본홍씨가 YTN 사장에 선임됐다. 이에 YTN 노조가 총력대응을 펼쳤고 6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이들이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무려 6년의 시간이 지난 후, 27일 대법원은 낙하산 사장과 맞서 싸운 언론인의 공정방송 수호투쟁이 해고사유로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규직 죽이기 총공세가 시작됐다. 보수성향 신문들이 일제히 나서 포를 쏘아대고 있다. 비정규직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언론들이, 정규직 때문에 비정규직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훈계에 나서고 있다. 정규직 특권을 어떻게 비정규직에게 나눌지, 제대로 된 설명도 없다. 그냥 이 전선을 정부-노동자에서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옮기는데 열중이다.

다음은 28일자 전국단위 일간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정부는 ‘뒤로’ 빠지고…국민들 편싸움만 조장>
국민일보 <“임금 깎자는 게 아니다 직무·성과 중심 개편해야”>
동아일보 <내년 경영계획 못짜는 대기업들>
서울신문 <3중 악재 한국경제 발목 ‘저성장 늪’ 일본도 이랬다>
세계일보 <정윤회 ‘국정개입’은 사실>
조선일보 <‘수퍼박테리아’ 河川을 점령하다>
중앙일보 <벤처 1세대 빅5 ‘벤처자선’ 뭉쳤다>
한겨레 <대법, 언론사에 기업 잣대…정권의 방송장악에 ‘면죄부’>
한국일보 <재계 사업재편 주판알 바빠진다>

십상시의 장량(정윤회), 하진(감찰라인)을 척살하다.

‘십상시’ 중국 후한 말, 국가 붕괴를 앞당긴 간신 내시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청와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중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내부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청와대 외부인사 4명이 ‘십상시’로 지목됐다.

   
▲ 세계일보 11월 28일자. 1면.
 

이들은 매달 두 차례 서울 강남의 중식집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과 정부 동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세계일보는 주장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초 사이 ‘증권가 찌라시’로 제기된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도 정윤회씨를 중심으로 한 이 모임으로부터 퍼져나갔다고 세계일보는 보도했다. 또한 검찰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세계일보는 1면 <정윤회 ‘국정개입’은 사실> 제하의 기사에서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정치권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세간의 ‘그림자 실세’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낸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며 “특히 청와대 비서관들이 내부 동향을 외부에 전달하는 것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11월 28일자. 3면.
 

이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올 1월6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감찰보고서를 작성했다. ‘십상시’는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감찰의 결과는 의외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A경정은 원대복귀했고,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문고리 권력’이 ‘감찰라인’을 ‘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권의 언론장악에 바친 대법원의 찬가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7일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통해 해고된 YTN 기자 6명 중 3명에 대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했던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YTN은 구본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보도공정성을 위해 낙하산 사장을 반대했지만 사측은 ‘업무방해’와 ‘인사명령 거부’ 등을 들어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우장균, 정유신, 권석재 기자를 해고했다.

결국 대법원이 정권의 언론장악에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라, 판결을 두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결국 정권의 방송 장악에 손들어준 대법원>에서 “대법원이 정권의 언론장악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우리사회 민주주의 성숙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한겨레 11월 28일자. 1면.
 

경향신문도 사설 <척박한 한국 언론 현실 외면한 ‘YTN 판결’>에서 “이번 판결은 한국 언론의 특성과 현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언론의 정치적 중립과 자유가 건강한 민주주의의 주요 지표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언론의 공적 이익에 소극적인 대법 YTN 판결> 사설에서 “이번 판결로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3년간 보수화로 역행한 대법원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YTN 판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새’가 된 황우여, ‘봉황’된 김재원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파행 중인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회동을 가진 뒤 “누리과정 관련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서로 간 신뢰를 지키면서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예결위 재가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 경향신문 11월 28일자. 4면.
 

하지만 난제는 남아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누리과정 예산, 담뱃세 인상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 누리과정의 경우 순증액분은 중앙정부가 우회지원한다는 기존합의가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고, 담뱃세는 1000~1500원 사이에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인세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법인세 문제를 담뱃세 인상과 연계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서민들에 대한 증세는 할 수 있는데, 어디서 재벌/대기업들에 대한 증세를 하려고 하냐는 것이다. 어쨌건 여야는 아직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보수언론의 총공세, 이제 실행만 남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정규직 해고요건완화, 기획재정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둘러댔지만, 정작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앞세워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언론은 여기에 지원사격을 퍼붓고 있는데, 기사 내용을 보면 과연 노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했던, 그 기자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 조선일보 11월 28일자. 3면.
 

조선일보는 3면 <비정규직 눈물 위에…“더 달라” 투쟁하는 정규직 노조> 기사에서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와 강경 투쟁 노선은 회사 성장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경제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독점하겠다는 투쟁 노선이 전체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게 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정규직 꾸짖기는 사설에서도 이어진다.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희생 없이 고임금 가능하겠나>에서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생떼를 부리기 일쑤”라며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사설 <망국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방치할 수 없다>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부담을 무릅쓰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끄집어낸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이는 거꾸로 노동시장 개혁이 한국 경제의 회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11월 28일자. 1면.
 

동아일보는 어떨까? 1면 <내년 경영계획 못짜는 대기업들> 기사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경영계획을 짜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내년에 ‘투자 및 채용 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 신문이 나름 역할을 잘 분담해 정규직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양극화의 문제는 재벌과 서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격차가 훨씬 큰 것들이 있음에도 이들 언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노노갈등을 부추기며 양극화 해소를 외치고 있다. 결국 재벌들의 이익은 손대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가진 것을 더 빼앗겠다는 주장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이유다. 특히 노동에 비해 임금이 부족하다 징징대던 그 노동조합 소속 기자들의 기사로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규직 노동조합이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해오고 이기주의 집단으로 변질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반성’을 촉구할 일이지 천문학적인 돈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재벌들을 놔두고 정규직의 밥그릇을 빼앗을 일은 아니다.

그 밖의 주요 소식

   
▲ 국민일보 11월 28일자. 13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조선일보를 사실상 인용해 보도했다가, 조선일보가 아닌 홀로 기소된 산케이신문 가토 전 서울지국장이 “독신녀 대통령의 남녀관계에 대한 보도가 명예훼손이냐”고 반박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윤회씨도 증인으로 신청됐다. 가토 지국장도 어느 정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새다.

   
▲ 한국일보 11월 28일자. 9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 교수가 27일 사표를 제출했고 서울대는 이를 받아들여 면직처분을 내렸다. 진상조사를 모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 교수는 정작 사직서에 ‘일신상의 이유’라고 적었고 성추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면직이 되면 퇴직금, 연금도 나올뿐더러 재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용기를 낸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재결정이 시급해 보인다.

   
▲ 서울신문 11월 28일자. 2면.
 

‘삼성맨’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취임 후 첫 언론회동을 가졌다.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출입기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한다. 이 처장은 공직사회를 미생에 비유하며 “장그래가 있으면 혁신처에서 뽑을 테니 추천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만큼 학벌 등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있는 인사를 뽑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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