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혐의와 관련 없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다음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들여다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정진우 부대표는 지난 10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9월 18일 종로경찰서로부터 받은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 검증 집행사실 통지서'를 공개하고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신 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가 압수수색 당했다고 폭로했다. 

정 부대표는 세월호 관련 ‘청와대 만민공동회’ 집회 현장에서 연행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 통지서를 보고 혐의와 무관한 카카오톡 대화방과 대화 내용 등을 수사당국이 들여다봤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카카오톡 압수수색 논란이 벌어지면서 정 부대표의 재판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지만 27일 공판을 앞두고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그리고 정진우 부대표 변호인이 해당 자료의 열람 등사를 요청하면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전문 자료를 입수했다.

정 부대표와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는 다음 카카오 측이 지난 6월 20일 이메일을 통해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톡 대화 전문 자료는 지난 6월 10일 당시 정 부대표가 참여한 대화방 23개를 공유하고 있던 3000여명 규모의 개인정보(연락처)와 대화 내용 일체이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만난 정 부대표는 "대화 내용 중에는 밀양 송전탑 회의 내용도 들어가 있다. 정보기관에 흘러들어갈 경우 민감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밀양송전탑 공권력 투입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의 대응과 역할을 공지한 내용이다. 범죄 혐의점과 관련이 없지만 수사당국에게 중요한 정보일 수 있는 내용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정 부대표는 또한 "(제 혐의와) 무관한 내용까지 제출돼 있다. 600명이 가입돼 있는 대화방에 저는 아무 대화도 하지 않고 초대돼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방)대화록이 전부 넘어갔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순대국 먹으로 가자'는 사적인 대화도 포함돼 있다. 30~40명이 있는 기자 정보 공유방과 기자들과 일대일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지금 당장이라도 일선 검사와 검찰 수뇌부가 (카카오톡 압수수색 수사에 대한)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 불안을 초래한 것은 정권과 검찰 책임이 크다. 솔직하게 (카톡 수사의)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다음 카카오를 향해서도 "아직까지도 국민이 바라볼 때는 정보 권력에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적인 조치를 떠나서 솔직하게 답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검찰이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 자료 증거 목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 부대표 변호인 측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현재 공식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증거로 채택될 경우에도 재판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대화 전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두고 공방을 주고 받으면 구체적인 대화 전문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 부대표 변호인은 오는 12월 18일 다음 공판에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증거 자료 채택 동의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힐 계획이다. 

정진우 부대표와 대화조차도 하지 않았는데 같은 대화방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화내용과 개인정보(연락처)를 검찰이 들여다본 것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헌법소원 청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참여했던 시민활동가 그룹 채팅방을 공유했던 이요상씨는 검찰이 제3의 특정 대화 내용을 들여다봤는지 확인될 경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8조를 위배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정 부대표는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대조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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