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보름 만인 지난 26일 씨앤앰(C&M)측이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진정성 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 소속 임정균(38)씨와 협력업체 해고자 강병덕(35)씨가 전광판 위에서 16일째 고공농성 중인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은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씨앤앰 정규직지부와 순환파업 중인 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송주명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케이블방송 씨앤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정당·시민사회·종교‧언론‧학계·노동단체 대표자 1090명은 이 지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일방적인 3자 협의체(원청 씨앤앰, 파트너사 협의회, 노동조합) 제안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씨앤앰과 MBK는 ‘109명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변죽만 울리며 언론플레이만 할 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결을 위한 실질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씨앤앰 사태 정상화를 위한 사회정치적 압박이 거세지자 MBK(씨앤앰 대주주)와 김병주 회장을 보호하려고 노동청 중재 하에 3자 협의기구 구성 운운하는 기만적인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씨앤앰이 내일(28일) 오전 11시에 3자 협의 교섭을 시작하자고 공문 보내왔다. 당신들이 교섭자리에 앉으면 우리가 고마워할지 아는 모양인데 아니다”라며 “당신들은 원해서 그 자리에 나온 게 아니라 여기 노동자들의 투쟁과 바람과 결기가 무서워서 나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케이블방송 씨앤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정당·시민사회·종교‧언론‧학계·노동단체 대표자 1090명은 해고노동자의 원직복직과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사측이 교섭에 나와 ‘(고공농성자) 두 명이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교섭이 될 수 있다’거나 ‘109명 해고자 문제만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따위의 이상한 말은 하지 않길 바란다”며 “만일 내일 이런 소리를 한다면 희망연대 노조는 오늘 1090인 선언을 한 시민사회와 정당, 법조·학계·언론 모든 연대 세력과 함께 씨앤앰과 대주주인 MBK, 맥쿼리를 대한민국에서 지워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씨앤앰은 240만 가입자의 것이고 그들과 만나 영업하며 회사를 일구고 집행한 노동자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영보 씨앤앰 대표이사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향해 “일주일 안에 교섭을 끝내지 않으면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와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는 전면 총파업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학술 4단체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연 씨앤앰 노동자의 고공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씨앤앰 사측은 3자 협의체 구성과 교섭을 제안하면서도 지난해 노조와 약속했던 고용승계는 의무가 아니며 단지 ‘협조 의무’일 뿐이라는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노조와의 합의 존중을 위한 전제로 노조 활동과정에서 해고된 109명 노동자를 즉각 원직 복직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해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원청회사인 MBK 진짜 사장이 나서서 씨앤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임금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노사협약을 실질화해야 한다”며 “MBK와 맥쿼리는 케이블방송 씨앤앰의 공공성 준수를 약속하고 향후 매각과정에서 투명성과 노조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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