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실세들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4대강 사업, 해외자원외교 사업, 방위력개선사업 등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칼을 대려는’ 조짐이 나타나 주목된다.

이른바 ‘4자방’ 사업에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날린 경위 파악을 위해 감사원 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전예진 국무총리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실 사무관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감사원이 이미 석유공사에 대해 감사를 벌인 상태이고 조만간 감사결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자원외교 전반에 걸쳐 최근 시민단체에서 고발이 들어가 검찰이 수사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5일 미디어오늘이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이명박 정권 시절 이뤄진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 개최 현황’ 자료를 보면, 회의를 누가 주도했으며,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가 나온다. 특히 이 문건엔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관련 부처 차관 또는 실국장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참석한 부처 및 기관은 기재부·교과부·외교부·구 행안부·문화부·농림부·구 지경부·구 국토부 등 부처 뿐 아니라 원자력연구원, 한전, 한수원 원자력연구원, 석유공사, 수출입은행,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지질자원연구원, STX조선해양, KDI, KAIST, 무역보험공사, 해외자원개발협회 등 관련 공기업과 기관이 총망라돼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개발 정책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회의는 5년간 18차례 진행됐으며, 이 전 대통령과 당시 총리들의 순방을 통한 해외자원 개발 투자 기획 및 전략, 홍보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씌여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1월 UAE 원전 건설현장에서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자와 주변을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던 모습.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실장은 조중표(1대), 권태신(2대), 임채민(3대), 임종룡(4대) 등 4명이다. 회의엔 국무차장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명박 정권 실세 5인방의 한 명인 박영준씨로, 그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었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박씨는 지경부 차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을 것으로 노 의원은 보고 있다.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경부 1차관을 지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 의원이 입수한 문서에 대해 전예진 총리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실 사무관은 “총리실장이 주재하고 부처에서는 차관이나 실장국장급이 참석했으며, (박영준) 국무차장이 참석한 적도 있고 아닌 적도 있다”며 “박영준 차관의 참석여부는 확인해봐야 하며, 구체적인 참석자 명단을 현재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윤상직 장관과 최경환 장관의 참석여부에 대해 전 사무관은 “자세히는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 왼쪽부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해당 문서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 전 사무관은 “(이명박 정부시절 총리실 내에) 자원협력과라는 조직에서 2012년에 국회에 제출했던 자료인데, 이 부서가 (현 정부 들어) 없어졌으며, 우리도 이 업무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에 다시 국회에서 요청이 와 다시 찾아보고 제출한 것”이라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날’이라는 정유회사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다가 대부분 날린 사실이 밝혀진 것과 관련해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 장관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으며, 당시 석유공사 사장과 만나 투자여부를 상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장관은 지난 4일 대정부질문에서 “잘 판단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이명박 정부 핵심 사업에 박 대통령이 칼을 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과거부터 내려온 방위사업 비리 문제, 국민 혈세를 낭비해온 문제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단호하게 가려내서 국민 앞에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은 타협이 될 수 없으며 반드시 밝혀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주재한 국무회의. 사진=청와대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4자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적도 있으며, 원래 부패와 비리에 질색해오던 차에 이번에 확실히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재정손실을 입힌 데 대해 책임을 묻고 바로잡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가다보면 비리를 밝혀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B 세력과 결별 수순으로 보는 정치적 해석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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