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는 설립자의 것인가. 지난 1월 대법원은 석정학원의 학교 매매를 무죄라고 판결했다. 지난 여름 상지대에서는 비리로 오래전에 퇴출되었던 김문기씨가 종전이사라는 자격으로 다시 총장 자리에 복귀했다. 사립학교 설립자들은 노무현 정부 때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사립학교법이 학교법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설립자가 개인 재산으로 학교를 설립했으니 법률규정과 상관없이 학교는 사실상 설립자의 것이라는 논리다. 

대법원이 석정학원의 학교 매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이유는 학교 운영권과 소유권은 별개이며, 사립학교법상 학교 운영권 매매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사립학교를 사유재산으로 보는 것으로 사립학교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공동소유라면 어떻게 운영권을 사고팔 수 있는가. 명백하게 매매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해도 1, 2심처럼 매매를 불법 행위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동안 뒷돈을 주고 사립학교 ‘운영권’을 암묵적으로 거래하는 행위가 횡행해왔는데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사립학교 운영권 매매 시장이 양성화될 수 있다. 지난 5월 진명학원 매매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도 그 여파로 볼 수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 사립학교가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동재산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4월 발의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사립대학 법인이 해산하면 잔여재산을 이용해 직업교육기관, 평생교육기관, 요양원 등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양원 등으로 운영하다가 문을 닫으면 그 재산은 그대로 설립자가 차지하는 것이 아닌가. 구조개혁법안은 교육을 위해 무상 기증된 재산에 대해 법적으로 소유권자를 창설해주는 모순적 결과를 낳는다.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학교를 지배할 경우 학교는 파행 운영되고 발전은 저해된다. 설립자와 가족이 학교를 계속 지배할 경우 횡령, 인사비리 등 전횡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설립자가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경우 졸업생들이 기부금을 잘 내지 않는다. 설립자 가족의 학교인데 기부금을 내면 그들만 살찌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연세대가 기부금을 많이 모으는 것은 특정한 가족이 학교를 지배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하버드 대학의 사례를 벤치마크 하여 주로 졸업생들로부터 매년 수백억 원의 기부금을 모은다. 고려대는  연세대와의 경쟁에서 뒤지자 위기를 느끼고 설립자 김씨 일족들이 학교 운영 일선에서 물러섰다. 대학 운영을 졸업생과 교수들이 주도하게 되자 기부금이 대폭 늘어났다. 한양대의 경우는 설립자 아들이 총장으로 십수년간 재임하는 동안 졸업생들은 기부금 내기를 회피했다. 총장에서 물러난 김종량씨가 재단 이사장을 맡아 학교를 지배하는 한 한양대의 미래는 어둡다.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을 설립자 가족이 상속으로 계속 소유하는가? 설립자는 교명에 이름이 붙는 등의 명예를 누릴 뿐이다.

학교법인 운영자는 학교의 설립 목적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할 의무를 진다. 학교 공금을 횡령하거나 뇌물을 받고 교원을 채용하는 등으로 학교 설립목적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설립자든 누구든 운영에서 배제되고 다른 관리자가 운영을 맡아야 한다. 교육부가 기존 정이사를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은 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학교가 정상화된 후 임시이사가 새로운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당연하다.

   

▲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법관들은 재산에는 국공유재산(public property)과 사유재산(private property) 외에 공동재산(common property)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표적 것이 마을 공동숲, 마을 공동갯벌 문중 재산, 교회 재산, 학교 재산 등이다. 사립학교는 공동재산이므로 공동재산 운영에 관한 국제 규범에 맞춰 관리해야 한다. 법인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립대학과 사립중고등학교는 국공유화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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