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인 13일은 해고된 동료들이 법적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따지는 대법원 판결이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해고된 동료들에겐 어쩌면 가장 기쁜 날이 될 수도 가장 살 떨리는 날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6년간 오로지 복직만을 기다리며 버텨 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는 매일매일 출근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해고자 문제는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고용의 문제입니다.”

지난 12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 유인물이 배포됐다. 해고된 동료들이 복직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13일 대법원은 쌍용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쌍용차지부 조합원 노아무개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과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평택공장 현장에서는 대법원 판단과는 무관하게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라고 할 정도로 회복됐기에 털고 가자는 것이다. 평택공장에 근무하는 A씨는 “회사는 해고자들이 괘씸할 수 있겠지만 일하는 동료들은 같이 일을 했으면 하는 분위기”라며 “6년간 너무 고생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도 “2009년에 비하면 정상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며 “해고자 문제를 계속 끄는 것이 회사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정상화는 여러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환율 하락·통상임금 비용 증가 등으로 쌍용차의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되긴 했지만 지난해까지 쌍용차의 영업손실은 꾸준히 줄었다. 2009년 쌍용차 영업손실은 2934억 원에 달했으나 2011년 1410억 원, 2012년 981억 원, 2013년 89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자동차 생산량 역시 2009년 3만 4700대에서 올해 15만 500대로 늘었다. 이마저도 애초 16만대에서 하향조정 된 것이다.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등에서 수요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 2009년 점거 파업 당시 쌍용차 평택공장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내년에는 신차 X-100도 출시된다. X-100은 쌍용차가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 보이는 신차로 현재 평택공장에서 시험 생산되고 있다. 또 쌍용차는 해마다 신차를 출시해 향후 3~4년 안에 공장 가동률을 지금의 50%에서 10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도 지난 10월 파리모터쇼에서 “X100을 내년 초 출시하고 연간 12만대 이상을 생산하게 되면 내년 말께는 희망퇴직자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는 업무강도에서도 확인된다. 현장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을 말하는 것도 이 같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A씨에 따르면 무급휴직자가 복직하기 전인 2013년 3월 이전에는 오후 11시까지 잔업을 하곤 했다. 그는 “오전 8시반에 출근해 저녁 먹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추가잔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동차 생산은 많은데 주간 근무만 돌리다보니 못 따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 해 3월 무급휴직자와 징계자 등 450여명을 전원복직 시켰다. 그때부터 3개 라인 중 1개 라인을 주야 교대로 작업을 한다. 그럼에도 업무강도는 여전히 세다. 지난 해 복직된 C씨는 “가령 10분 타임에 3가지 조립을 하는 게 정상이라면 지금은 5개 아이템을 조립하는 식이다. 타임에 여유가 없다”며 “작년 하반기만 해도 법적 근로시간 이상으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본다면 X-100이 출시되는 내년에는 인력충원이 불가피하다. A씨는 “주야간에 들어가면 한 라인당 400-500명 가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도 “X-100디젤이 나오면 현재 인력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애초 올해 10월 700-800명 채용계획이 있었으나 수출 악화 등 변수로 인해 채용이 무산됐다”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때 희망퇴직자 뿐 아니라 해고노동자들도 포함되느냐 여부다. C씨는 “회사가 관리하기 쉬운 건 희망퇴직자”라면서도 “그런데 회사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서라도 6년 동안 복직만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빼놓고 희망퇴직자만 충원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도 “해고자들은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한 사람들”이라며 “지금까지 싸운 것을 봐서라도 들어와서 일을 해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2009년 파업 종료 직후 쌍용차 노사는 “향후 경영 상태가 호전돼 신규 인력이 필요한 경우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 분사자를 순차적으로 복귀 또는 채용한다”고 노조와 합의했다. 다만 정리해고자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기에 ‘복귀’는 보장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김득중 지부장은 “선택권 없이 희망퇴직만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쌍용차 지부는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 판결로 그나마 존재하던 법적 완충지대는 사라졌다”면서 “3000명을 해고하고 25명이 죽인 회사가 버젓이 돌아가는 모습을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쌍용차 지부는 “이 질긴 싸움이 끝나는 건 3가지 경우의 수밖에 이젠 남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포기하는 경우와 우리 모두가 죽는 경우, 그리고 회사가 공장 문을 여는 것. 완충지대와 중간지대는 오늘로 사라졌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회사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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