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변 방사능물질 검출에 ‘억울하다’는 정부?
원전 주변 방사능물질 검출에 ‘억울하다’는 정부?
고리원전 인근 검출 요오드 타지보다 10배 높아…KINS “원전서 멀수록 농도 높아”

국내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어류와 해조류 등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분석한 결과,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능물질 검출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10배 높게 나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해당 방사능물질의 검출 원인은 주로 의료용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소속 정호준 의원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개최한 ‘원전 주변 방사능오염 저감 및 안전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원전 주변의 방사능물질 검출 결과에 대해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치열한 논쟁을 주고받았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온 이윤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소장은 최근 원전 주변의 수산물과 토양의 방사능 오염 분석결과와 관련해 “원전 주변과 전국 국토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이번 조사결과와 정부 조사 결과를 보면, 원전 주변 해조류에서 검출된 요오드-131의 농도는 일반 지역의 검출 농도보다 약 10배 정도 높게 검출되고 있다”며 “시료 채취 일자와 분석 일자 간의 차이를 고려할 때 분석된 농도보다 실제 오염 농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과자치연구소·광주환경운동연합·경주환경운동연합 등 4개 단체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고리·영광·월성·울진 원전 반경 5㎞ 이내에서 채취한 해조류와 어류, 토양의 방사성 오염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부산 기장의 고리원전 1호기 배수구 인근에서 채취한 해초와 다시마 등 해조류 24개 시료 중 4개 시료에서 요오드-131이 검출됐다. 이 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방사능이 검출된 시료수는 59개로 제한적이어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요오드의 자연반감기(8일)을 고려한다면 검출 자체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24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소속 정호준 의원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개최한 ‘원전 주변 방사능오염 저감 및 안전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반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자체 조사 결과, 발전소와 관계없는 지역에서 검출된 세슘-137 등의 농도는 최근 5년간 큰 변화가 없었고, 요오드-131의 농도도 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높게 검출됐다고 반박했다.

김용재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능분석센터 박사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하천수와 해조류를 조사한 결과 발전소 주변보다 멀리 떨어진 해운대와 수영강 쪽의 하천수와 해조류에서 요오드-131이 더 높게 검출됐다”며 “검출 빈도와 농도를 놓고 보면 서울이 가장 높고 인구가 많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많이 몰려있다. 원전 주변도 일부 있지만 전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어서 발전소를 배출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리원전을 비롯해 월성과 울진 등도 발전소에서 멀어질수록 요오드 농도가 높게 검출되는 조사 결과도 있어 발전소의 영향보다 의료행위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세슘 등 원전 주변 방사능물질도 대부분 과거의 변동 범위 안에 있으며 원전과 무관한 일반 지역의 농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윤근 소장은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등의 조사 결과가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방사능 오염이 안 된 군산과 여수 등 바다 지역에 비해 고리와 월성 지역 해조류에서 검출된 요오드양과 농도가 실제로 높게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갑상선암 치료용으로 쓰이는 요오드 농도는 짧은 반감기를 감안하면 소변 배출 시 현저히 떨어지고 원전에서 하루 평균 배출하는 양과도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여 년을 고리원전 인근에서 살다가 아내의 갑상선암 발병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17일 1심에서 승소해 주목을 받았던 이진섭(50)씨도 이날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씨는 “우리 마을에 400가구가 사는데 그중 40명이나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됐는데 재판이 끝나고 공동소송 준비를 위해 갑상선암 발생을 신고한 기장군 주민만 140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씨는 원전 피해 주민에 대한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도 “만약 정부에서 우리 지역 주민 전수의 갑상선암 검사와 역학조사를 실시한다면 나는 소송을 취하할 수도 있다”면서 “내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국회를 비롯해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고리원전에서도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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