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 이후 국민안전을 책임지겠다며 대부처로 개편한 국민안전처가 지금까지의 대형사고의 원인을 국민들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린 업무보고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관리를 정부 영역이라 인식’한 것과 ‘정부주도의 안전관리’가 모두 잘못됐으며 비정상적 관행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던 안전처가 출발부터 “굉장히 위험한 인식을 하는 부처”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2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민안전처의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자료 ‘문제점 및 개선방향’ 항목의 ‘안전불감증 및 비정상적 관행’ 부분에서 “대부분의 대형사고가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 그간 안전관리는 정부의 영역으로만 인식(해왔다)”고 작성했다.

안전처는 자료에서 “높아진 국민의 안전욕구를 해결하는데 정부 주도의 안전관리는 생활주변 안전위해요소 파악 및 대처에 한계 노출”, “생활주변 위험요소를 가장 잘 아는 국민들이 안전개선 활동에 적극 참여 필요성 증대” 등을 제시했다. 안전처는 개선방향으로 “국민참여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비정상적 관행 혁신을 위한 범국민적 안전문화운동 및 교육확대”를 내놓았다.

대형사고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안전불감증 때문이며, 정부에만 안전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비정상적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국회 국민안전특위 소속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업무보고에 있는 굉장히 위험한 말”이라며 “대형사고 원인을 안전불감증으로 못박는 것은 장차관이 군 출신이니 군대식 발상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라며 “그 인식이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 장관내정자와 차관의 인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마우나리조트 경우 인허가가 잘못된 것으로 국가의 책임이고, 펜션사고 역시 국가의 책임이며, 판교사고는 기준조차 없었던 것이야말로 국가의 책임인데도 어떻게 안전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국가가 할 일을 다 해놓고 국민도 조심하라고 해도 될까말까인데, 안전불감증이 주요인이라는 인식은 완전히 거꾸로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성호(오른쪽) 신임 국민안전처 차관.
@연합뉴스
 

이 같은 인식은 지난 20일 국민안전처 신설 직후 처음 열린 국회 국민안전혁신특위에 출석한 이성호 신임 안전처 차관의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이 차관은 ‘국민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사고가 잦다고 판단한 것인지’에 대해 “그런 부분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어서 한 말”이라며 “사고가 나게 되면 국가에서 하는 일은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든가 필요한 법령 보완 등을 책임지고 하고 있다. (하지만) 법령 제도 만으로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김민기 의원은 당시 “그렇다면 애향단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 교련과목이라도 부활해야하느냐”며 “이렇게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느냐”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안전관리는 정부의 영역”이라며 “이런 괴팍한 논리로 (국민안전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우성현 국민안전처 홍보담당관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안전불감증이라는 것은 안전과 관련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의식없이 하거나 위험하거나 접근금지구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판교사고도 누가봐도 올라가면 위험한 곳에 무의식적으로 페스티벌 분위기 적응하기 위해 올라간 것으로, 안전불감증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도 안전불감증 탓에 발생했다는 것인지에 대해 우 담당관은 “그것은 내가 판단할 사안은 아니며,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인지 아닌지에 대해 검찰이 수사중”이라며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형사고시 안전관리를 소홀히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우 담당관은 “모든 문제가 동전의 양면처럼 양면성 있다”며 “정부책임 영역과 개인 영역 있을 것이니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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