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의 누리과정 예산안 합의를 무효화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20일 여·야·정의 누리과정 예산 합의를 전면 번복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여·야·정이 합의하려면 이미 공이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에게 넘어온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협의했어야 하는데,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보도가 나오니 ‘사실이 아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야 교문위 차원에서 예산 증액하고 예결위에서 깎으면 가능하다고 봤지만, 여야 원내지도부에서 결정하는 단계에 왔기 때문에 그런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며 “그래서 어제 그 소란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기자회견 뒤 “황우여 장관도 월권”이라며 강력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여 갈등으로 논란이 번지자 “갈등은 무슨 갈등”이냐며 신성범 새누리당 교문위 간사에 대해서는 “야당의 언론 공작에 당한 것으로 사퇴는 불가”하고 황우여 장관과는 “우리는 서로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김 원내수석부대표를 두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상임위 예산 심사를 하는데 주무부처 장관과 합의한 것을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뒤집고 마음대로 안 되니까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오만한 것”이라며 “아직 여당에서 연락이 없었지만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김재원(오른쪽)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노컷뉴스
 

김 원내수석부대표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은 이날 “부총리 위에 원내부대표가 있을 리 없으니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며 “새누리당 눈에는 청와대만 보일 뿐 국민은 보이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가히 자중지란”이라며 “소위 실세라는 사람이 어딘가로부터 지침을 받아 국가 백년대계와 아이들 밥그릇을 뒤집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여·야·정 합의안 존중을 강조했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도 “여당의 자중지란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으로 둘러댔다”며 “복지대란을 막기 위한 여야의 노력을 무책임하게 짓밟아 놓고 사과는 못할망정 야당 탓부터 하는 김 원내수석부대표의 행태는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공약파기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와 청와대 2중대가 돼 합의사항까지 뒤집는 여당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의 최후가 어떠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여·야·정이 합의한 누리과정 예산안에 대해 말 한마디로 뒤집어버리는 여당 지도부”라며 “국회에서 합의와 조정의 정치는 웃음거리고 대통령만 나부끼는 국회가 된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청와대와 상의한 적 없다”며 “사실 관계를 모르고 추측만 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 예산 심사를 상임위인 교문위에서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미 양당 원내대표부로 위임된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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