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많은 뉴스가 생산되고 소비됩니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뉴스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기사는 별로 없습니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지지만 사람들은 뉴스를 단순히 소비할 뿐 그 속에서 의미를 찾진 않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리뷰’는 한 주 동안 매체를 통해 보도된 기사나 칼럼 가운데 ‘가장 문제가 있는 기사’와 ‘의미 있는 기사’를 하나씩 골라 비교해주는 코너입니다. 일종의 ‘옥석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사 선정기준은 연재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지극히 사적’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기준’에 따라 기사를 도마에 올려놓고 하나하나 따져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오해하진 마세요. 언론과 기자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위해 준비한 연재는 아니니까요. ‘지극히 사적인 기준’으로 기사를 되짚어보지만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를 짚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편집자 주>

“종편에서 다루는 정치 사회적 이슈들을 오래 접하다 보면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된다(웃음).” 

전직 고교 교장이었다는 70대 할머니가 허문명 동아일보 오피니언 팀장에게 한 말입니다. 허 팀장은 지난 18일 동아일보 34면에 게재한 칼럼에서 ‘생활현장에서 만난 종편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허 팀장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종편 때문에 시청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동아일보 기사보기] 종편 3년, 시청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허 팀장이 만난 분들은 종편에 대해 어떤 얘기를 했을까요. 기사에 소개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종편의 문제점과 폐단에 대해 눈 감은 동아일보의 ‘편파 칼럼’

   

▲ 동아일보 2014년 11월18일자 34면.

 

 

“지난 주말 동네 만두가게에서 만난 주부 세 명과는 최근 핫이슈인 무상 복지를 주제로 즉석 정치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느냐’고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종편 덕분’이라고 했다.” 

“세월호 사건도 종편 아니었으면 그렇게 심도 있게 다뤄질 수 있었겠나.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의 ‘갑질’도 종편 덕분에 집중 보도된 거 아닌가.” 

“선거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주부들은 물론이고 경로당 노인분들까지 정치 돌아가는 일에 훤하다. 이제 정치인들이 뭘 감추고 숨기려 해도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종편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칼럼은 기자의 시각이나 입장이 비교적 잘 드러납니다. 저는 허 팀장이 칼럼에서 언급한 내용에 동의하진 않습니다만 ‘하나의 시각이나 주장’이 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저는 허 팀장이 간과한 것이 있다고 봅니다. 바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허 팀장이 접한 사람들은 종편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자가 그것을 바탕으로 종편에 대해 평가하는 글을 쓴다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변사람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위험하죠. 허 팀장 칼럼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허 팀장은 칼럼 후반부에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입장을 반영해 전문가 시각을 담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손태규 교수는 동아일보 칼럼니스트입니다. 동아일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채널A에 대한 손 교수 평가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보수에 편향된 종편, 국민들에게 정치학습 시키고 있다”

허문명 팀장은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가 종편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고 △정치 현장의 모든 것이 공개됨으로써 유권자의 감시 눈길이 매서워지고 있다고 극찬했지요. 하지만 ‘종편 3년’동안 미디어 생태계가 긍정적으로만 변한 건 아닙니다.

지난 2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산업 생태계 속의 종편채널 요인에 대한 평가’ 토론회에선 허 팀장 평가와는 전혀 다른, 종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종편 비판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기사보기] 보수편향담론 학습시간…이것이 3년차 ‘종편’

“보수에 편향된 종편이 국민들에게 정치학습을 시키고 있다. 그날그날 이슈를 수다 떨 듯 소비하며 일방의 관점을 강요하거나 추측이나 소문으로 정치적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 

 “종편의 해악은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정의, 합의, 평등이란 가치를 자신들의 이해관계로 확대 재생산하는 점이다. 대구에 가면 전부 TV조선과 채널A를 틀어놓는다. 본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준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 

“제가 생각한 종편의 정책목표는 보수정권 획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종편은 정책목표를 충실히 수행했다.” (박건식 한국PD연합회  회장) 

어떤가요. 허 팀장이 자주 듣는 ‘호평’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지요? 이날 토론회에선 주로 ‘종편의 정치적 편향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지난 17일 세계일보가 25면에서 보도한 내용인데요, 간략히 소개합니다.

[세계일보 기사보기] 의학정보 왜곡·간접광고…막나가는 ‘닥터테이너’ 

   

▲ 세계일보 2014년 11월17일자 25면.

 

“TV 건강프로그램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닥터테이너’(의사와 연예인의 합성어)의 일방적 주장이 전파를 타면서 왜곡된 의학 상식이 번지거나 병원, 치료법 등에 대한 간접광고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등 문제가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 특히 종편채널은 제작비 대비 높은 시청률 때문에 건강 인포테인먼트 프로를 프라임 시간대에 모두 편성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출연 의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수술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는 ‘광고 아닌 광고’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면서 “방송의 홍보 효과 때문에 출연자가 방송사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출연 비용을 지급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공정성·객관성 위반 사례 빈번한 종편

사실 종편의 문제점은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왔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인데요,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만 소개합니다.

[미디어오늘 기사보기] ‘DJ는 김일성 고정간첩’이라는 채널A ‘중징계’ 
[미디어오늘 기사보기] 5·18 북한군 개입설 TV조선·채널A에 ‘중징계’

전직 대통령을 김일성이 심어놓은 고정간첩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검증 없이 보도한 곳도 종편이었습니다.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한 SBS 안정식 북한전문기자도 “종합편성채널이 생기고 북한 뉴스가 더욱 자극적으로 나간다”고 우려했습니다. 

통계상으로도 종편의 문제점은 많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의결현황을 보면, 종편4사의 뉴스‧시사보도 심의제재건수는 135건으로 나타났습니다. TV조선이 66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널A가 35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JTBC가 15건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같은 기간 지상파 3사 심의제재 건수가 37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편 뉴스시사프로그램의 ‘편파논란’이 얼마나 심각한 지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 11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종합편성채널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언론노조

 

앞서 토론회에 참석한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종편은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났다”면서 “지상파는 특정분야(여당과 정부)를 회피하고 있지만 종편은 특정분야(야당과 진보단체)를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허문명 팀장님, 상황이 이렇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가 종편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이 확연히 느껴진다”는 본인의 판단이 여전히 유효한 지. 손태규 교수(단국대)께도 묻습니다. “종편이 시청자의 의식 수준을 높였다는 점에 공감한다. 이제 다음 단계는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일”이라는 본인의 평가에 만족하고 계신지.

종편에 대한 호평도 최소한의 객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종편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 싶네요. 제가 두 분께 드리고 싶은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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