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순방을 다녀온 박근혜 대통령이 연말 국회 예산심의를 앞두고 돌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예산안과 공무원연금 개혁과제의 적기처리에 여당이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국회활동을 간섭하려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 여당 대표단과 청와대에서 만나 해외순방 성과를 간략히 설명한 뒤 “이제 앞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FTA들도 빨리 통과시키고, 예산안이라든가 민생법안이라든가, 또 공무원연금 개혁과 같은 이런 개혁과제들도 적기에 처리가 된다면 경제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여당이 힘을 모아서 많이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불참한 데 대해 “사실 오늘은 야당도 함께 초청해서 부탁을 드리려고 했는데 좀 안타깝게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 발언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께서 해외순방 하시면서 정상회담, 또 정상회의를 통해서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서 송구스런 마음이 있다”며 “다음부터는 좀더 열심히 해가지고 올리신 성과가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함께 회동 참가 요청을 받았지만 부적절한 자리라며 반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에 대한 의례적인 당부를 넘어선 월권이자 국회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20일 회동. 사진=청와대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및 보도국장 출신의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다 불렀으나 우리가 안간 것은 현재 여야가 협상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간섭할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예산심의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인데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 주듯이 언제까지 처리하라는 것은 월권이며, 더구나 국회 지도부를 불러 ‘협조 당부’라는 형식을 빌어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러 국가와 타결된 FTA 비준안 처리를 요구한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김 대변인은 “여당 지도부 말처럼 ‘하청업체’도 아니고, 협상 내용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빨리 비준동의하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우리가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했는데도, 대통령이 시한을 정해놓고 통과시키라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누리과정 예산도 합의해놓고 여당 스스로 깼을 뿐 아니라 박 대통령 자신이 공약해놓고 한마디 언급도 안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자원외교 비리의 경우 국정조사하라는 것이 국민여론이며, 여당 최고위원도 하자고 하는데 이런 논의는 않고 그저 하고 싶은 것만 국회에 요구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도 함께 초청했으나 거절한 것에 대해 김 대변인은 “애초에 대통령이 요청한 것을 우리가 걷어차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아예 (부적절한 회동에) 청와대가 우리 지도부를 초청한 것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으나 여당 쪽에서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공개된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들어갔다 해도 ‘사자방’ 비리 국정조사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다 얼굴만 붉히고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여야가 예산 논의를 하는 것이 먼저인데 왜 대통령 자신이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에게 김무성 대표가 ‘업적을 갖고 오셨는데 당이 뒷받침 못해 송구스럽다’ ‘다음부터 열심히 하겠다’, ‘성과가 결실이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김 대변인은 “자신들끼리 (대통령에게) 민망한 행동을 하든지 말든지 우리는 별로 할 말도 없다”고 밝혔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의 MBC 보도국장 시절. 사진=MBC
 

 

[기사일부 수정 11월 22일 오후 5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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