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수사부가 일부 누리꾼에 대해 해군의 고발장에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까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해당 누리꾼 자택을 압수수색까지 벌여 정부 비판 목소리를 위축시키기 위한 과잉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부는 지난 17일 해군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신병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 이후 사이버상 허위 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며 전담팀까지 구성해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A씨를 명예훼손 혐의 수사 중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첫 사례에 해당된다.

현재까지의 고발 및 수사 내용을 보면, A씨는 미국 핵잠수함과 세월호가 충돌했다는 내용과 박근혜 대통령이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로부터 납치당했다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번 사건이 해군으로부터 고발을 접수해 시작한 수사로,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검찰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다. 명예훼손 혐의의 경우 증거가 온라인상 남아있기 때문에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지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데도 압수수색까지 벌여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 전담팀이 해군 고발장을 접수하고 난 뒤 수사를 하다가 A씨가 올린 박근혜 대통령 비판 내용의 글을 인지하고 추가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사실도 밝혀졌다. 해군은 고발대상에 박 대통령 명예훼손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해군 정훈공보실 공보과 장교는 20일 "저희는 정보통신망법 법률에 근거해 미군 핵잠수함이 세월호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부분과 세월호 정규 항로가 군사 훈련 때문에 민간 선박 금지 구역이 되면서 변경돼 돌아가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에 대해 고발을 했을 뿐 대통령 관련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장교는 "당시에는 해군이 대거 투입돼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무근의 내용들이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사기 저하를 시키는 원인이 됐다"며 지난 4월 27일 두 명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군 측의 고발이 있어서 진행된 사안이다. (고발 내용을) 자체 인지했다는 것은 잘못된 내용"이라며 "익명성이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아이피 접속을 통해 특정 장소까지는 추적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범행을 했는지는 디지털 증거 수집을 해야만 피의자 특정이 가능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검사는 하지만 A씨의 KGB 글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관련해 "현재 말씀하신 내용은 기소할 때 어떻게 기소하느냐의 문제"라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혐의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홈페이지
 

A씨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에 들어간 시점의 경우 검찰이 해군의 명예훼손 고발로 시작해 수사를 진행하다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인지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A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해군 고발장으로 시작됐다고 검찰이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명예훼손 사건을 고발자도 없이 검찰이 인지해 수사에 나섰다는 얘기가 된다. 이를 두고 권력 비판적인 입을 틀어막기 위해 명예훼손 수사를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화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법리상으로 보면 명예훼손 당사자의 반대 의사가 없으면 수사를 하고 기소도 할 수도 있지만 통상적인 경우 고소고발 없이 수사를 한 경우는 이례적이고 의도적으로 봐야 한다"며 "검찰 전담팀이 키워드로 검색해 박 대통령과 관련한 명예훼손 부분을 거꾸로 문제를 삼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명예훼손은 개인적 이익 침해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맞지 않고 진위 여부도 당사자만 알고 있다"며 "결국 일반적인 시민의 명예를 보호하는 차원보다는 대통령의 명예를 알아서 침해하는 것을 뒤져서 문제 삼는 것인데 원래 명예훼손 관련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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