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연합뉴스가 보도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한국판 롯폰기힐스' 허용法 국토위 통과
병원 호텔 백화점 아파트 동일건물 입주허용 골자
   
“병원과 호텔, 백화점과 아파트 등 용도가 다른 시설이 한 건물에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심과 철도역사, 터미널, 3개 이상의 대중교통 노선 교차 지역, 노후·불량 건축물 밀집 지역 등을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입지규제최소구역에서는 건축물 용도, 건폐율, 용적률 등의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일본 도쿄의 명물인 롯폰기힐스처럼 주거·상업·업무·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도심 속 복합 지역개발이 허용된다. 
현행 제도상 도시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등의 정해진 용도로만 개발할 수 있지만,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되면 병원과 결합된 호텔이나 주거와 관광의 복합단지 조성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개정안 내용이 과도한 규제 완화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입지규제최소구역 제도에 5년 일몰제를 적용키로 했다.”

2. 최근 새정치연합의 박지원 의원이 자기 당에는 경제통이 없다고 자조했는데 또 새정치연합이 대형 사고를 쳤군요. 일본의 롯폰기힐스를 벤치마킹해서 병원과 호텔, 백화점과 아파트 등 용도가 다른 시설이 한 건물에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한다구요? 일본의 롯폰기힐스에 대해서 기초자료조사라도 해 보았나요? 롯폰기힐스의 한 건물에 병원과 결합된 호텔이 한 건물에 들어가 있나요?

 

   

▲ 롯폰기 힐스 ⓒ 위키피디아

 

3. 롯폰기힐스는 2003년 롯폰기언덕에 ‘모리타워’로 불리는 54층짜리 사무실빌딩과 초고층 거주용 맨션 두 개 동 등 8개의 건물이 완공되면서부터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복합단지를 보면 사무실빌딩에 1만5000여명, 방송센터에 3000여명, 주거동 (오피스텔) 건물에 2000여명, 도합 2만여 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심 빌딩인 모리타워에는 1만1000명(2006년 기준)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70%가 IT기업과 금융회사입니다. 

4. 새정치연합 국토위 의원들은 의료민영화에 관심도 없었겠지만,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한 건물에 병원과 결합된 호텔이 들어가는 것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의료민영화의 핵심은 영리 자회사를 만드는 것인데, 영리 자회사의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한 건물에 병원과 결합된 호텔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유럽의 근세 초기에 상인들이 수공업자를 고용하여 많은 돈을 벌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큰 건물을 가진 부자들로 하여금 영리자회사를 만들게 허용하고, 이들이 의사들을 고용하고 호텔업을 하게 해서 많은 돈을 벌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5. 이런 시도에 대해서 대형병원들도 찬성하는데요. 그 이유가 뭐냐?
대형병원 (실제) 소유주들이 맥쿼리와 같은 투자회사를 차리거나, 이것에 투자해서 큰 건물을 소유하고, 맥쿼리 등이 세운 영리자회사를 통해 많은 수익을 빼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병원 (실제) 소유주들은 월급에 만족할 수 없다, 영리자회사 허용하면 그것에 투자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민영화에 찬성하는 거지요. 

6. 대형병원 의사들은 이것에 왜 찬성하느냐. 자신들도 영리 자회사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올리겠다, 이거지요. 대신 이들의 이런 욕망을 실현시켜 줄 의료민영화가 구체화되면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이나 우면산 터널 등에서처럼 모회사는 알거지가 되는 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공익법인(비영리법인)인 모회사를 알거지로 만드는 것은 그렇게 해야 정부 지원이 늘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의 근거는 모회사의 경영난이 심화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최근 의료업계가 건강보험공단의 누적 흑자 10조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공단의 재정이 파탄난다고 협박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그렇게 해야 건보료를 올릴 수 있고 의료수가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7. 신혼부부 임대주택 논란 등으로 국민들의 관심사가 다른 곳에 집중된 사이 국토위가 조용하게 “병원과 호텔이 한 건물에 들어설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병원과 호텔이 한 건물에 들어서 있지도 않은 일본 롯폰기힐스를 팔아서 말이지요. 

의료의 ABC도 모르는 졸부들이 의사들을 고용해서 지배하고 같은 건물에 호텔을 들여 부대사업을 확장하는 이유, 그 이유는 명명백백합니다. 쥐들이 고구마 창고를 야금야금 갉아가듯이 영리병원(영리자회사)을 도입하고 확대할 기반을 차곡차곡 쌓는 거지요. 그리고 그 배후에는 삼성병원 등 대형병원과, 건강보험 붕괴를 노리는 거대한 민간의료보험 자본이 있습니다.

8. 언젠가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던 저의 중학교 동창이 밑도 끝도 없이 대화 중에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 친구가 민간회사로 옮겼지만 얼마나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의 로비가 집요하면 그 친구가 그렇게 밑도끝도 없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9.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필터링’(설익은 정책을 골라서 배제하거나 수정 보완)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 헛발질을 하는 거지요. 세정치연합은 민주정책연구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서 이런 약점을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정책연구원의 개혁을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고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구차한 변명입니다.

국회의원의 전직 보좌관,비서관들이야 선진국에 비해 보수가 엄청나게 많은 지방의회에 진출해서 충분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민주정책연구원이 이들의 하인 역할을 해야 하나요? 

야당도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