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지만 보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되고 징계를 받았던 윤석열 검사(대구고등검찰청)가 회자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인에 대해 진술 거부를 강요했다며 징계를 요청했지만 윤 검사가 국정원의 수사 방해 등을 폭로할 당시 검찰 수뇌부는 오히려 국정원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윤 검사 입장에서는 검찰의 이중적인 잣대로 볼 수밖에 없다.  

윤 검사는 지난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수사 외압을 느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윤 검사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혐의가 있는)6만여 개의 트윗이 나오고 구체적인 분석을 하면 훨씬 많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은 선거사범 중 유례를 찾기 힘든 중범죄라고 봤다"며 10월 16일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다음날 집행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은 변호인을 통해 지시를 받고 진술을 거부했다. 윤 검사는 "국정원 직원들 검찰 조사과정에서 (국정원 측) 변호사들이 입회해 계속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진술불허 지시를 반복해서 주입시켰다"고 폭로했다. 트위터를 통한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혐의가 짙어진 상황에서 긴급하게 체포한 직원을 상대로 조사를 했지만 변호인을 통해 국정원장의 진술 거부 지시에 따라 조사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검사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 변호사가 입회해 '진술시 고발될 수 있다'고 내용도 반복적으로 주입했다. 검찰은 하지만 오히려 "체포한 국정원 직원을 풀어주고 압수물을 돌려주라는 지시"(윤석열 검사)를 내렸다.

장경욱 변호사의 징계 사유로 들었던 진술 거부 강요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지만 검찰은 국정원에 어떤 법적 대응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정원을 두둔한 셈이다. 

검찰은 대신 국정원 직원 체포의 절차 과정을 지적하며 윤 검사에게 직무 배제 명령을 내렸다. 당시 국감장에서 윤 검사는 "(10월) 15일 관내 회의 때문에 일과시간 내 보고가 어려워 보고서를 사전에 준비하고 일과 후 (조영곤 서울중앙 지검장)지검장의 자택에 방문해 보고했다"며 "이날 보고서에 트위터 계정과 관련된 내용 등을 보고서에 담았으며 신속한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향후 수사계획 등을 보고서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윤 검사는 "수사를 계속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낸 뒤 하라며 크게 화를 냈다"며 수사 외압을 느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은 "보고서가 A4용지 두장으로 지나치게 간략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포영장 청구를 승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윤 검사는 체포영장 전결 처리하고 국정원 직원을 긴급 체포한 이유에 대해서도 "석방하라, 압수물 돌려줘라 이런 지시가 내려오는 것으로 봐서 국정원 직원들 불러 할 수 없는 것이다. 댓글 사건 73개 수사하고 한명 부르는데도 밀고 당기고 시간 걸리는데 이건 신속한 체포 아니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 지검장은 체포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견에 대검과 법무부 재가를 받고 하자는 이유를 대면서 반대했다.

   
▲ 지난해 10월 21일 국감장에 출석한 윤석열 국정원 특별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이치열 기자 truth710@
 

결국 윤 검사는 보고 절차상 하자가 있고 단독으로 영장을 집행했다는 이유로 수사팀의 업무에서 전격 배제됐다.

당시 윤 검사의 긴급체포영장 청구와 체포 조사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될 때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것이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한 조영곤 지검장이 징계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법무부는 윤 검사에 대한 업무배제에 이어 상사의 지시를 위반하고 보고 없이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했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국정원 직원들의 노골적인 진술 거부 지시를 받고 수사를 방해해도 오히려 '석방하라'고 했던 검찰이 장경욱 변호사의 변호 활동에 대해서는 진술 거부를 강요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요청한 것은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재화 민변 변호사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석열 검사가 이번 징계 요청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직원들을 조사할 때 그때야말로 명시적으로 진술 거부권을 강요한 건데 검찰이 한마디도 못하고 이제 와서는 정당한 변호활동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고 있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간첩사건에서 이씨는 장경욱 변호사가 진술 거부를 강요했다고 편지를 썼지만 피의자 신문 조서를 하면서 장 변호사를 모른 상태에서 작성됐고 편지를 작성된 경위를 제출하라고 하자 스스로도 장 변호사를 잘 몰랐고 교도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며 “법조인들의 상식으로 보면 장 변호사에 대한 징계 요청이라는 발상은 생각하지 못한다. 외부의 압력이 없으면 이런 짓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무죄가 아닌 경우에도 변론을 해야 하고 변호인이 의뢰인을 유죄라고 하면 오히려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법조윤리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라 장경욱 변호사에 대한 징계 사유가 적법한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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