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홍 지사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며 “무상급식 예산을 서민과 소외계층 자녀들의 교육사업 보조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경남도 각 시·군에서도 무상급식 중단 지지 선언이 잇따랐다. 양산시는 가장 먼저 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어 “경남도가 예산편성을 하지 않으면 우리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며 무상급식 중단 지지 의사를 밝혔다. 

양산 지역 학부모 모임인 양산교육희망은 지난 10일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규탄하며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급식 수혜자인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단 한 번 상의도 없이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경남도민 없이 도지사 없고 양산시민 없는 시장 없다”며 “지원 중단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는 이들에게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상급식은 예산 문제다.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게 예산이다 보니 무상급식 시행 당시부터 지원 중단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데 지금 무상급식 논란이 과연 ‘예산’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홍 도지사가 겉으로는 ‘감사 거부’,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들지만 사실상 철저한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 주장 한다. 바로 홍준표 도지사의 과거 이력 때문이다. 

   

▲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 ⓒ 연합뉴스

 

 

홍 도지사는 2010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무상급식에 대해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현혹 공약”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2년 뒤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이후 다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무상급식 예산을 160억 원 삭감했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2월 원상복구했다. 

이런 홍 도지사 전력 덕분에 이번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이야말로 철저하게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결정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실제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 이후 홍 도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로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그가 중앙 정치권에서 밀려나 경남도지사에 출마할 당시만 해도 당선 여부를 떠나 그의 정치 생명은 다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전국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더니 이번엔 무상급식 카드로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홍 도지사의 작전은 ‘대성공’이다. 홍 도지사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안철수, 정몽준 의원까지 밀어냈다. 변방의 노장수가 중앙 정치판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경남도교육청은 내년도 총 무상급식비 1286억 원을 편성한 예산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했다. 매칭해 급식비를 마련해야할 경남도는 무상급식 보조금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경남도는 무상급식 보조금 예산 257억 원을 예비비로 편성해 교육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내년도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장정욱 양산시민신문 기자

 

 

“내년도 예산은 12년 만에 빚내지 않고 편성한 예산으로 경남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사회 각 분야 다양한 세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맞는 말이다. 재정은 건전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 돈이 없어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게 예산의 본래 쓰임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아이들 밥그릇 역시 마찬가지다. ‘감사’가 어찌되건 간에 변방의 한 정치인의 화려한 귀환에 아이들의 밥그릇이 위태로워져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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