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초 ‘박근혜 5촌 살인사건’ 의혹을 보도한 뒤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시사주간지 <시사IN>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이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구형했다. 주진우 기자는 징역 3년, 김어준 총수는 징역 2년으로 1심과 같다.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이를 무시한 구형이다. 검찰은 17일 결심공판에서 2심판결이 1심판결과 뒤집힐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 주진우는 허위사실을 공표해 대선 당시 특정후보의 가족을 반인륜적으로 묘사해 선거에서 불리하게 하려 했다”며 선거법 위반을 주장했다. 검찰은 “언론의 자유란 미명아래 나온 낙선을 위한 허위사실 유포는 제한돼야 한다”며 재차 유죄를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주진우 기자의 무죄를 평결한 1심 국민참여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다수 국민에게 (판결의) 납득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힌 뒤 “(1심 판결로) 국민참여재판의 입법적 논의까지 촉발되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주진우 기자 무죄에 ‘감성적 판결’이라니>)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무죄를 내린 1심판결을 뒤 짚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국민참여재판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번복된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총수. ⓒ 연합뉴스

 

검찰은 또한 “<나는 꼼수다> 방송은 호외편까지 내면서 특정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방송을 지속했으나 다른 특정 후보자에 대해선 명백하게 우호적 입장을 밝혔다”며 주 기자의 시사IN 보도 내용을 방송한 <나는 꼼수다>가 기사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측 변호인단은 1심판결에 대한 검찰측 주장에 대해 “검찰의 항소야말로 감정적”이라고 반박한 뒤 “이 사건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며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했다. 

피고인측 변호인단은 1973년 동아방송 고준환 기자가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구속된 사례를 언급하며 “기자탄압 사례는 유신시대에나 있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유신시대의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 뒤 “공직선거에 있어 후보자의 적격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2012년 10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찰수사 기록을 입수했기 때문에 선거 직전 보도는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2012년 12월 10일자 시사IN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박용철‧박용수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5촌관계 인물로, 경찰은 박용수씨가 금전문제로 박용철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냈다. 용수씨는 용철씨가 살해된 현장에서 3km 떨어진 곳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시사IN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수사기록 등을 입수해 “단순 살인으로 보기 힘든 정황을 발견했다”며 의문점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나는 꼼수다>에서도 소개됐다.

보도가 나간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해당 기사를 쓴 주진우 기자와 나꼼수 진행자 김어준씨를 형사 고소했다. 변호인단은 “박용철씨가 살해되던 당시 박지만씨와 관련된 증언내용을 번복하고 있었다. 박용철의 죽음이 증언을 막기 위한 어떤 것이 아닐까라는 것은 기자로서의 합리적 의심이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박용철 살인에 박지만이 연관되어 있다고 단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고도 밝혔다. (관련기사=<주진우·김어준 ‘국민참여재판’, 어떤 내용 오갔나>)

   

▲ 주진우 시사인 기자. ⓒ 연합뉴스

 

 

이날 3차 공판에선 5시간 동안 박용철‧박용수 사망을 둘러싼 공방이 반복됐다. 변호인단은 박용수가 박용철을 살해할 만한 동기가 불분명했다는 점, 박용수가 박용철을 살해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주진우 기자의 악의성을 강조하려 했고, 변호인단은 민사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건은 주 기자의 단순 실수였다고 반박했다. 

한편 주진우 기자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이번 취재는 정말 무서웠다. 제가 취재할 때 육영재단 사람이 와서 죽는다고 말렸다. 수사기관에서 유력후보의 주변일이라고 해서 아무도 수사하지 않고 외면했다. 증거들이 사라졌다. 제가 그 증거를 확보했다. 그것을 무섭다고 눈감아야 하나. 다른 뜻 없었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었다면 보도했을 것이다. 취재현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말했다. 

김어준 총수는 최후진술에서 “저희도 솔직히 이 사건을 다루고 싶지 않았다. 주진우는 이 사건을 취재하며 처음으로 생명보험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상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말해야 했다. 기자의 존재 이유다. 이상한 사건을 이상하다고 말할 권리는 보호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재판부는 “재판 부담이 있다”며 선고기일을 2015년 1월 16일로 정했다. 

이에 <나는 꼼수다> 멤버였던 김용민 국민TV라디오제작국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5년 1월 16일은 법원 인사철 코앞이다. 그럴리 없겠으나 검찰 구형이 확정된다면 주진우는 대선 직후인 2018년 1월, 김어준은 총선이 지난 시점인 2017년 1월 출소한다”며 “판사님의 양식만 믿을 뿐이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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