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상호·안해룡 감독)에 대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상영관 배정은커녕 대관마저 불허해 영화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감사원과 부산시의 감사까지 겹치면서 ‘표적 탄압’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3일 오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 등 14개 영화·예술·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의 불공정행위를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상영관 배정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익을 주거나 대관을 거절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의 거래상 지위남용, 거래조건 차별에 해당하는 불공정행위”라며 “대형 멀티플렉스가 <다이빙벨>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이번 주까지 시정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이빙벨>을 연출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현장을 순수하게 영상으로 담아 다시 한 번 4월 16일로 돌아가 함께 울어주자는 영화”라며 “멀티플렉스에서 단 한 개의 스크린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과 다를 게 없는 명백한 문화적 독재가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영화의 내용이 한 치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엄혹한 현 정부 하에서 바로 문제가 됐을 것이고 상영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들어왔을 텐데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다”며 “영화라는 공익적 매체를 유통하는 주체 역시 방송국 수준의 공익적 입장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멀티플렉스 운영업자들이 과연 사회 공공재인 영화를 틀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13일 오전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참여연대 등 14개 영화·예술·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연 기자회견에서 <다이빙벨>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의 불공정행위를 규탄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다이빙벨> 공동 연출자인 안해룡 감독도 “보이지 않는 권력과 자본이 논리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으면서 자기검열과 규제를 통해 영화 상영과 표현의 자유, 발언의 자유를 막고 있는 현실 자체가 대단히 참담하다”며 “이 싸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누려야 할 자유를 억압하는 중대 사태”라고 규정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의 정지영 감독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이빙벨은 세월호 진실 규명에 상당히 중요한 또 하나의 첫 단추이며 언론이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부당하게 상영이 안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며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에서 시장질서에 따라 국민이 보기 원하면 문을 여는 것이 당연한데, 힘 있는 당국이 시장을 조작하고 멀티플렉스가 그들의 압력에 겁을 먹고 문을 안 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다이빙벨>은 개봉 전부터 다양성 영화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다큐 영화로는 드물게 개봉 18일 만에 3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앞서 개봉한 다양성 영화 <족구왕>이 개봉 첫 주 총 43개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60만번의 트라이>는 63개 상영관을 배정받은 것에 반해 <다이빙벨>은 이 영화들보다 좌석 점유율이 더 높았음에도 한 군데도 상영관 배정을 받지 못했다.

뒤늦게 메가박스에서 2주간 하루 1~2회 상영하는 4개관을 배정받은 것도 다양성 영화 지원을 위해 경기도영상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G시네마’라는 프로그램 일환 때문이었다.

 

이 같은 <다이빙벨>의 멀티플렉스 상영관 차별 주장에 대해 CJ CGV 홍보팀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CGV는 중소급 영화를 중심으로 편성하는 ‘아트하우스’를 운영하는데, 대부분 2~3개월 전에 편성을 확정한다”며 “다이빙벨 개봉 당시에는 아트하우스 편성이 완료된 상태였고, 지금은 개봉일이 많이 지나 관람객이 줄고 있는 상황이므로 편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이빙벨>의 대관 상영조차 불허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원칙상 극장 개봉을 안 한 영화에 대해서는 대관도 하지 않고 있다”며 “화제작이라고 해서 이슈에 휘둘리면 원칙과 절차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롯데시네마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는 매주 프로그램 담당팀에서 영화 상영 여부를 결정하는데 현재 <다이빙벨>은 상영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라며 “좌석 점유율뿐만 아니라 여러 상영 결정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리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렸고, 그 이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다이빙벨> 측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선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때부터 준비도 하게 될 것이지만,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히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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