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새누리당의 반대에도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결정했던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감사원이 공직감찰본부 산하 특별조사국을 동원해 ‘비리’감사를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들은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감사원이 부산시를 통해 회계자료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보복성 표적감사가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번 감사에 대해 감사원은 연초부터 계획된 ‘특정감사’로 <다이빙벨> 상영과는 무관하며 영화제, 연극제 등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전반에 걸친 감사라고 해명하고 있다. 

13일 부산국제영화제와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영화제가 끝난 지난달 중순부터 부산시를 통해 감사원 관련 회계자료를 부산국제영화제측에 요청해 지금까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절차상 자료수집 단계를 거쳐 현재 예비조사 단계의 감사를 진행중이며, 현장에 감사관들이 파견돼 본격 감사를 벌이는 ‘실지감사’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홍성모 감사원 홍보담당관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건에 대해 현재 감사원의 예비조사 단계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예비조사는 이번주부터 시작됐다”며 “아직 ‘실지감사’ 착수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으나 내가 볼 때 실지감사에 들어갈 것 같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과 관련해 홍 담당관은 “국제행사와 관련해 국고보조금이 사용되는 곳은 모두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감사의 명칭이 ‘비리’ 감사로 돼 있는데다 공직감찰본부 특별조사국이 나서는 감사여서 감사의 목적이 영화제 관련자들의 비리를 적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담당관은 감사 명칭에 대해 “‘국고보조금 등 회계취약분야 비리 점검’(가안)으로 돼 있으나 실지감사가 나가야만 공식명칭이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보복성 표적감사라는 목소리에 대해 홍성모 감사원 담당관은 “다이빙벨 상영 결정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 표적감사 논란이 나오는 것에 당혹스럽다”며 “이미 올해 초부터 감사계획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다이빙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홍 담당관은 감사 대상이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영화제, 연극제, 음악제 등 국제행사들이어서 부산영화제만 표적으로 한 것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감사대상에 영화제 등이 포함된 이유에 대해 홍 담당관은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을 받는 행사가 회계취약분야이며, 지자체의 감사를 통해 ‘수익성’이 안난다는 얘기가 수년 전부터 나와 이번에 국제행사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에서 의결한 감사계획서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요구에 홍 담당관은 “어느 쪽으로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계획 공개가 규정위반은 아니라고 홍 담당관은 전했다.

감사명칭에 ‘비리’라는 말이 포함된 것에 대해 홍 담당관은 “작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해를 살 수 있고, 특조국에서 하는 감사결과 비리가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명칭을 지은 것”이라며 “‘특정 감사’라는 것은 비리를 보겠다는 의미이지, 비리가 발견돼 벌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쪽은 이번 감사를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감사원 감사를 한 차례 받은 일이 있으나 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다이빙벨> 문제로 갈등을 빚은 직후에 감사원이 감사하겠다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윤 부산국제영화제 홍보실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09년 이후 감사원이 감사한 경우는 없었으며, 감사원 감사를 자주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표적감사라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것 외에 감사의 목적이나 대상 어느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기금과 관련된 정산서류 등에 대한 자료요청이 영화제가 끝난 뒤부터 들어왔으며, 어떤 목적으로 뭘 보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객관적인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하라고 해서 제출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처음엔 감사원이 부산시를 통해 관련자료를 가져갔으나 최근엔 감사원 감사관이 직접 왔다간 일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고보조금과 지자체 예산지원을 받고 있는 국제행사 가운데 영화제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규모가 크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 서울 청소년 영화제, 여성영화제, DMZ영화제 등도 국고보조금과 지차체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은 연간 100~110억 원 정도이며, 이 가운데 국고보조금이 14억6000만 원, 부산시 예산 55억 원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고 있다. 나머지 예산은 기업협찬(스폰) 등 민간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 구조를 위해 투입됐던 다이빙벨.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09년 감사원 감사 당시 비리와 같은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이후 6개 영화제에 대한 국고보조금 총액이 40여 억 원에서 30억 원대로 약 7억 원 안팎이 줄었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이밖에도 부산시가 소관하고 있는 국제광고제, 국제단편영화제, 국제무용제, 국제음악제 등도 모두 감사원 감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말 <다이빙벨> 상영 결정 이후 여권과 청와대 등의 하명에 따른 감사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대해 홍성모 감사원 홍보담당관은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인 올 초 감사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친 감사계획이라는 것을 제 직을 걸고 말씀드리겠다”면서 “계획서를 공개할 수는 없다. 왜 이렇게 취재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감사한다고 해서 다이빙벨 상영 못하게 할 수 있느냐. 다 끝난 뒤에 하는 감사인데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국제행사 관련 비리도 보지만 수익성도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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