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와 중국간 FTA가 30개월만에 전격 타결됐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번에 타결된 한중FTA는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봅니까?

→ 정부는 한중FTA 타결로 우리 경제영토가 세계 3번째 규모로 커졌다고 하고, 또 한중FTA가 경제성장률을 1.25%까지(5년 후) 높여 놓을 것이라며 요란한 홍보를 하고 있는데요. 황당한 것은 언론에 보도된 한중FTA 협상 타결 내용을 보면 알맹이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협상단이 보물을 찾았다면서 중국에서 수레를 끌고 왔는데, 막상 돌아온 수레를 보니 텅텅 비어 있습니다. 

황당한 것은 수레가 텅텅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제적 효과 홍보를 할 때 수레가 가득 차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 놓은 10년 전 수치를 근거로 요란하게 홍보하고 있다는 것, 연구자가 볼 때는 정말 씁쓸한 풍경입니다.

2. 한중FTA 협상 타결 내용에 알맹이가 거의 없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보는 근거가 있나요?

→ 품목별로 살펴보면 한중FTA 협상 타결 내용에 알맹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대중국 수출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전기전자 수출품. 반도체, 컴퓨터 등 전기전자 수출품 대다수는 지금도 국제 협정인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관세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한중FTA로 인한 수출 확대 효과도 거의 없습니다.  

둘째, 대중국 수출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중국 현지공장이 많아 수출 비중은 작지만 한중간 수입관세율이 각각 8%, 25%로 격차가 커서 일각에서는 자동차가 한중FTA의 최대 수혜품목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양국이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를 양허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요. 중국은 한중간 관세율 격차를 두려워했고, 한국은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현지공장에서 한국으로 자동차 수출을 대폭 확대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양국이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를 양허대상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한중FTA로 인한 자동차 수출 확대 효과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3. 그래도 석유화학 업계는 한중FTA의 혜택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요?

→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석유화학 업계가 한중FTA의 혜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합성수지 제품에 5.5~6.5% 관세율을, 기초유분과 중간원료에 2%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유가하락으로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정유업계도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현재 중국은 휘발유·중유에는 1% 관세율을, 경유·항공유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아스팔트에는 5.6%, 윤활유에는 5.4%, 윤활기유에는 6%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철폐된다면 정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4. 한중FTA로 철강과 섬유 수출 등에는 어떤 영향이 있게 됩니까?

→ 철강 제품의 경우에도 의미있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초민감품목으로 분류하여 관세철폐대상에서 제외했을 가능성이 높고, 설령 민감품목으로 분류하여 관세가 10~20년 사이에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하더라도 중국의 철강 기술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섬유 제품의 경우에는 국내 영세 섬유업체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중국산 저가 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5. 한중FTA 협상 타결 내용에 알맹이가 없다면 한중FTA로 경제성장률을 1.25%까지(5년 후) 높여 놓을 것이라는 요란한 홍보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입니까?

→ 어처구니 없게도 1.25% 운운하는 정부 주장은 대외경제연구원이 2004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보고서는 이번에 타결된 협상내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관세철폐 정도가 큰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양심적인 정부는 대외경제연구원이 2004년에 발표한 보고서의 가정과 이번에 타결된 협상내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의 효과가 대외경제연구원의 2004년 보고서 효과와 같다고 주장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정부가 그것이 같다고 주장한다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의 효과가 대외경제연구원의 2004년 보고서 효과와 같다고 전제하고 엉터리 홍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사기입니다. 

6. 대외경제연구원이 200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한중FTA 효과는 신뢰할 만한 것인가요? 

→ 대외경제연구원이 과거에도 늘 그래왔듯이 그것도 한중FTA 효과를 엄청나게 뻥튀기한 것이었습니다. 누리꾼들도 정부의 장밋빛 홍보에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한미FTA와 한EU FTA 협상을 타결했을 때도 정부가 그와 유사한 전망을 내놓았지만 현실로 나타난 실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미FTA와 한EU FTA 협상 이전부터 그 효과가 극히 적을 것이라 전망하곤 했는데요. 한중FTA도 그 효과는 극히 적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7. 한중FTA로 우리나라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요. 한중FTA로 우리나라 농민들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게 되나요?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체결로 인한 우리 농수산업 생산이 2020년 최대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금액으로는 3조3600억 원으로 정부가 집계한 한미 FTA에 따른 농업 피해액 8150억 원의 4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한중 FTA 체결로 인한 농업 피해가 이렇게 큰 것은 중국산 농산품의 가격경쟁력이 매우 높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는 중국산 농산품에 대해서 100~500%에 이르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산은 우리 농산품 시장의 많은 부분을 잠식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수축산물의 60%(수입액 기준)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뺐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중국산 농산품의 가격경쟁력이 워낙 높기 때문에 약간의 변화도 농민들에게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8. 대기업들의 이익을 많이 반영하는 일부 경제전문지들도 한중FTA에 대해서만큼은 그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그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대표적인 사례가 [이코노미스트]라는 잡지인데요. 이 잡지는 중앙일보가 발간하는 경제전문 주간지로 최근 장문의 기사를 통해 한중FTA로 한중 교역상품 1만 2천개 중 83%인 1만개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즉, 한중FTA로 농산품 뿐만 아니라 대다수 공산품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겁니다.    

9. 이 잡지가 이런 주장을 하며 내세운 근거가 있나요?

→ 이 잡지는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샤오미에 역전당한 것이 상징적인 사건이라 전제하고, 중국과 기술격차가 없거나 역전된 업종은 한중FTA로 국내 시장을 중국산에 많이 잠식당할 것이라 우려했는데요. 중국산의 경우 선진국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가격경쟁력에 최근에는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어 중소제조업체에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부터 선진국과 우리나라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는 중국산에 대한 우려를 자주 언급하곤 했는데요.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진보진영 학자들까지 한미FTA에 비해 한중FTA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적은 것 같습니다. 

10. 진보진영 학자들까지 한중FTA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 진보진영 학자들도 경쟁력 하면 기술경쟁력만 사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경쟁력 못지 않게 무서운 것이 ‘가격경쟁력’입니다. 지난 20여년 간의 중국과 일본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보면 가격경쟁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수 있는데요. 1990년과 2012년 사이 일본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7.3%에서 3.9%로 내려 앉았습니다. 시장점유율이 반토막이 난 겁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1.4%에서 10.2%로 상승했습니다. 시장점유율이 7.3배 오른 겁니다.

이것은 기술경쟁력 이상으로 가격경쟁력이 매우 중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이것은 기술경쟁력이 시장 점유율 확대의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지식인들 상당수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기술력에서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으므로 한중FTA의 손실보다 이익이 클 것이라 단정하고 있는데요.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11. 일부 학자들과 언론인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중FTA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경제영토를 가졌다며 그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정부가 그와 같은 방식으로 한중FTA를 홍보하자 누리꾼들이 그것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꼬집었는데요. “경제영토 규모 칠레 1위, 페루 2위, 한국 3위, 이런 순위 아무 의미없다”는 것입니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 관료라면 이런 지적에 얼굴이 화끈거렸을 텐데요. FTA 확대는 소득 많은 수출대기업의 수출을 늘려주기 위해 취약산업 종사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 영토 확장이 아니라 ‘두꺼운 철판 얼굴 확장’이라고 보아야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입니다.

12. FTA는 혜택을 얻는 산업도 낳고, 피해를 입는 산업도 낳습니다. 따라서 피해를 입는 산업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데요. 피해 대책 어떻게 세워야 합니까?

→ 한중FTA로 인한 농어민 피해는 워낙 광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피해 대책은 농어민들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시급한 것은 정치인들의 전시행정 수단으로 전락한 농어촌의 토건사업비를 복지사업비로 돌리는 것인데요. 국회의원들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전시행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토건사업 매칭펀드’를 없애서 지방자치도 살리고 지방 복지도 살려야 할 것입니다. 

‘토건사업 매칭펀드’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국가 토건사업을 유치하면서 그 비용 중 일부를 지자체에 부담시키는 것인데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법규가 ‘토건사업 매칭펀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들에 압력을 가해서 ‘토건사업 매칭펀드’ 자체를 금지하도록 법률 개정을 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매칭펀드란 사실 1980년대까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김영삼 정부가 레이거노믹스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매칭펀드’를 확대했는데요. 이것이 최근에는 지방정부를 죽이고 낭비적인 토건사업을 확대하게 하는 암세포로 전락했습니다. 지방정부도 지방자치를 지키고 국회의원들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매칭펀드’를 전면 금지하는 운동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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