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대에게 꼭 이기세요. 더럽고 치사한 나라 살기 싫어 이 생각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다. 해당 노동자는 자살 시도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월 법원은 이 노동자를 현대차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공동대책위(공대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변속기 공장 조합원 성아무개(38)씨가 6일 오전 유서를 남기고 신경안정제 30알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살 시도 전, 오전 3시39분께 엔진·변속기 조합원 단체 채팅방에 “조합원 모두 미안합니다. 저 너무 힘들어 죽을랍니다. 다 되는 것도 없고 제가 죽으면 꼭 정규직 들어가서 편히 사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공대위에 따르면 유서를 확인한 동료들은 곧장 성씨의 자택을 찾았고 112와 119에 신고했다. 동료들은 “문이 잠겨 있어 방충망을 뜯고 들어가니 성씨의 신발이 방 안에 놓여있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전했다. 동료들은 이날 오전 4시20분께 성씨를 세민병원으로 후송했다. 

병원에 도착한 성씨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오후 5시 현재까지 “죽게 내버려두지 왜 살렸느냐”며 위세척은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고 동료들은 전했다.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위 세척을 거부하고 있어 소변 등을 통해 약물이 배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약 기운이 남아 대화를 하거나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고 현재 상태를 전했다. 

   
▲ 성아무개씨가 남긴 유언. 사진=현대차비정규직지회 제공
 

유서에는 현대차와 정부를 원망하는 내용도 있다. 성씨는 “현대 개XX들은 나처럼 죽든지 말든지. 현대에게 꼭 이기세요”라며 “더럽고 치사한 나라 살기 싫어 이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X같이 하는 정부도 싫다”고 썼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손해배상이 노동자들을 여전히 옥죄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울산지방법원은 성씨를 포함한 조합원 122명에게 현대차에 70억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0년 공장점거 파업이 현대차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며 25일간 공장 점거 파업을 벌였다. 공대위는 “불법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조합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의 손해배상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만여 명을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6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데 이어 2010년 7월 22일 대법원, 2010년 11월 12일 서울고등법원, 2012년 2월 23일 대법원도 불법파견을 확인하는 판결을 계속 내렸다.

현대차지부 울산 비정규지회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파업을 벌이고 현대차 울산 공장 앞에서 규탄 투쟁을 열었다.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2005년 울산공장 류기혁, 2013년 아산공장 박정식에 이어 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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