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용혜인(24)씨를 비롯해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참가자들이 검찰의 공소장과 ‘반성문’ 관련 해명에 대해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려는 노력조차 없는, 언론과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침묵행진 제안자 용씨 등은 지난 4일 연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언론에 공개한 공소장을 보면 ‘세월호 추모 청년모임을 결성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단체를 결성한 적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전화를 걸어 ‘나이도 어리고 초범이니 서약서를 쓰면 선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고, 검찰에 찾아갔더니 A4 용지를 주면서 맨 윗부분에 ‘반성문’이라고 적으라고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검찰의 허위 수사와 인권침해 등이 논란이 되자 검찰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경찰에서 자백한 내용을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당사자가 검찰에 나오겠다고 했고, 종이를 줬더니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필로 ‘반성문’을 썼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세월호 추모 청년모임’이라는 단체명을 공소장에 기재한 것에 대해서도 “침묵행진 당시 언론 기사를 통해 이미 수차례 해당 단체명이 보도됐고, 공문서인 경찰의 정보상황 보고서에도 이 단체명이 적혀있다”고 해명했다.

   
▲ 지난 4월 30일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앞에서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 제안자 용혜인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대해 침묵행진 참가자들은 지난 5일 ‘반복되는 검찰의 허술한 거짓말과 언론의 침묵동조에 대한 입장’을 통해 “검찰이 입장을 밝힌 후 우리는 기자회견 이전보다 더 큰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나 반성문 사건에 대해 ‘종이를 줬더니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자필로 반성문을 썼다’는 해명은 거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더라는 수준의 질 나쁜 농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상식적으로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굳이 찾아오겠다고 하는 피의자를 상상하기는 어렵다”며 “심지어 시키지도 않은 반성문을 써왔는데 ‘내용이 부족하다’고 고치라고 지시한 점, 그리고 내용의 부족을 문제 삼으면서 정작 ‘반성문’이란 제목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던 점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4일 반성문을 쓴 안명진(18)군의 통화 녹취록에서 검찰 수사관이 “초범이고 나이도 어려 기소유예 대상이 된다. 서약서를 작성해 첨부하면 기소유예한다고 (담당)검사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어 “세월호 추모 반성문 사건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검찰의 반성문뿐”이라며 “검찰은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는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고 제대로 된 반성문을 제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검찰이 주장하는 ‘세월호추모 청년모임’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지난 5월 18~19일 이틀간 언론이 일제히 이 단체 명칭을 언급한 것은 경찰의 요구 혹은 위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며 “언론에 ‘세월호추모 청년모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8일 오후 6시부터인데 12개 매체가 동시에 같은 단체명을 보도한 것은 취재원이 경찰이라는 것 외에는 출처가 없다”고 말했다.

침묵행진 참가자 김성일씨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집회에 한 남성이 찾아와 ‘주최단체가 어디냐, 나도 위에 보고를 해야 하니 적당한 단체명이라도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주최 단체가 없다고 답하니 ‘그럼 대충 세월호 추모 청년모임이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말하고 갔다”고 증언했다.

김재현 헤럴드경제 기자도 지난 5일 <‘세월호추모청년모임’은 실제로 존재할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난 4월 29일 용씨와 침묵시위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면서 “‘혹시 단체 혹은 모임의 이름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용씨는 ‘그냥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연락된 것이지 무슨 단체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며 “그래서 ‘세월호 침몰을 걱정하는 청년 모임’ 정도로 부르면 되겠느냐고 묻자 용씨는 ‘그러시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침묵행진 참가자들은 “검찰은 당시 기사에 언급된 ‘세월호추모 청년모임’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 달라. 우리는 이 문제를 언론중재위원회가 아니라 저널리즘에 호소하고 싶다”며 “피의자들의 진술거부를 핑계로 증거와 사실을 창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잘못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공개사과와 함께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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