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방송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시사평론가와 언론사 고위 간부까지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서울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독교단체인 대한민국 미래연합(강사근 상임대표)이 유창선 시사평론가와 하종대 동아일보 부국장을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 최근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했다. 

한상훈 종로서 수사과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두 사람에 대한 고발장이 지난 7월 16일 접수돼 같은 달 30일 고발인 조사를 했다”며 “검찰에서 종로서로 수사지시를 내려보낸 후 연락처 파악과 출석요구일자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발인에게 통보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유 평론가의 경우 지난 6월 20일 MBC에서 방송된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이라는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당시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이 친일사관에 기인한 것이라고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문 전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됐다.

하 부국장은 지난 6월 12일 채널A의 <뉴스TOP 10> 프로그램에서 한 논평이 고발 대상이 됐다. 하 부국장은 당시 문 전 후보자에 대해 “문 후보자 했던 식민지 지배나 위안부와 관련 말은 일본 정부가 할 때마다 우리 외교부 대변인이 반박하고 자성하라고 했던 말”이라며 “아무리 문 후보자가 교회 특강에서 한 말일지라도 국민이 듣기에는 대단히 거북한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민국미래연합은 지난 7월 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하종대 부국장과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채널A의 ‘뉴스TOP 10’과 MBC의 대담 프로에 출연해 문창극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강연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내용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려 문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강사근 대한민국 미래연합 대표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유 평론가와 하 부국장이 출연한 방송을 내보낸 MBC와 채널A를 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론사까지 법에 저촉되는지는 몰라서 당사자들만 고발했는데 언론사 고발과 관련해서 변호사와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유창선씨 페이스북

 

 

유 평론가는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17년 방송생활을 했는데 토론 프로에 나간 것으로 고발돼 소환 출두 요구를 받은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모를까 문 전 후보자를 어떤 사관으로 판단하든 주관적 의견과 평가이므로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터무니없는 고발로 이런 식의 소모적인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피고발인에겐 정신적·시간적 피해이면서 대한민국 경찰 인력 면에도 낭비”라며 “이번 고발 건에 대해 결론이 나면 사후에 무고죄로 형사상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상훈 수사과장은 “방송 대담이라고 무조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발인이 해당 발언을 하게 된 동기와 내용, 사실이라고 믿게 된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등을 본인에게 들어봐야 한다”며 “피고발인에게 실질적인 내용 확인이 필요해 출석을 요구한 것이고, 고발인과 피고발인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소 혹은 불기소 의견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과장은 지난 9월 18일 검찰이 발표한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사범에 대한 엄정대응 방침에 따른 것이냐는 물음엔 “검찰에 고소·고발이 접수된 사건은 대부분 경찰에서 처리하고 있어 우리는 사건이 들어와서 조사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사지시를 내리는 지는 알 수 없고, 우리는 별도의 지침 변화 없이 똑같이 조사해 의견서를 보낼 뿐 검찰 대응 방침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강 대표는 유 평론가가 무고죄와 손해배상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논평이라고 해도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되고 그들이 한 발언 내용은 명백히 명예훼손”이라며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아는 것도 지혜인데 고발당했으니 대응하겠다는 발상은 공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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