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월 1일 웹사이트에 ‘전직 백악관 경호원의 이야기’가 담긴 ‘What It’s Really Like in the Secret Service’라는 기사를 냈다. 전직 경호원이 두 명의 조지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경호했던 이야기를 쓴 에세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한국에 오면서 단독기사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은 10월 2일 이 기사를 ‘[단독] 백악관 비밀경호국 대통령 경호원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서 출고했다. 그러나 원본 기사 어디에도 단독(Exclusive)이라는 표시는 찾을 수 없다. 게다가 단독이라고 표시할만한 성격의 글도 아니다.

   
▲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판이 지난 10월2일 포털에 출고한 기사. 영문 기사엔 없던 [단독]이 붙어 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외국 언론에도 ‘단독’이라는 개념이 있고, 그들도 클릭율을 높이기 위한 ‘단독장사’를 할까? 미디어오늘이 한국에서 취재 중인 외신 기자들에게 물어봤다. [관련기사 : ‘여기저기 ‘단독’, ‘단독’증에 빠진 한국 언론’]

결론부터 말하면 외국에도 ‘단독’이라는 개념은 있다. 외국 언론도 기사 제목 앞에 ‘Exclusive’를 붙인다. 하지만 대부분 말 그대로 ‘단독기사’다. 한국 언론처럼 모두 알 수 있는 정보를 단독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물론 ‘옐로우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일부 연예, 스포츠 매체 중에는 한국 언론처럼 ‘단독’을 활용하는 언론도 있지만 극소수다.

일본 최대 통신사인 교도통신의 한 기자는 일본 언론은 단독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대한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면 부제나 내용에 ‘단독 입수’라는 표시를 하기는 한다”며 “그러나 종이신문이나 온라인 제목에 [단독]이라고 붙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언론은 단독이 아닌 것도 단독이라고 하더라. 클릭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의 올레그 키라야노프 기자는 “한국에서는 매일 단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볼 수 있다”며 “제목이 관심을 끌기는 하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언론은 제목에 단독을 이렇게 많이 붙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서윤정 기자는 “‘Breaking News’(속보)를 Exclusive(단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다른 언론에서 입수하지 못한 정말 단독 정보일 때만 단독을 붙인다”고 말했다. 서 기자는 미국 정보기관이 무차별적인 감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폭로를 한 ‘스노든 사건’ 보도를 단독기사의 예로 들었다.

   
▲ 월스트리트저널 영문판의 기사 원문. 단독(Exclusive)이라는 표시가 없으며, 내용도 단독이 될 성격은 아니다.
 

외신 기자들로 구성된 서울외신기자클럽의 유춘식 회장(기자)은 “기업을 예로 들면 홍보부서는 당연히 아니고 IR부장이나 전무가 말한 것도 단독이 될 수 없다”며 “언론을 잘 상대하지 않는 회장 정도가 정말 중요한 말을 해야 단독기사라고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기자가 단독을 썼다고 하면, 축하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언론사 내부에서 질문 공세가 쏟아진다”며 “이걸 다 통과해야 단독 기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마다 자기 원칙이 있으니 ‘단독’이라고 붙일 수는 있다”며 “하지만 단독을 남발해서 가치가 떨어지면 독자의 믿음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선 독자의 인식이 크게 언론사의 존폐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의 평가를 무섭게 받아들이는 게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단독’ 표시의 순기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금은 기사 ‘카피’가 너무 많아서, 최초 보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단독’이라는 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팩트 파인딩’인데 점점 큐레이팅과 ‘짜집기’ 기사가 많아지면서 직접 취재의 의미가 줄어들고 있다”며 “(단독을 붙이면) 기자들도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 끌기라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그건 독자들이 눌러보면 알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언론사의 평판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 언론도 '단독' 보도를 표시한다. 이미지=구글 검색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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