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이후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들어 이용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들이 이런저런 혜택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조삼모사 성격이 짙다. 이용자들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야 통신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걸 피할 수 없다.

먼저 아이폰 출고가는 모두 같다. 16GB 모델이 78만9800원, 64GB 모델은 92만4000원, 128GB 모델은 105만6000원이다. 보조금(지원금)은 통신사마다 요금제 마다 조금씩 다르다.

LG유플러스에서 아이폰6 16GB 모델로 가입하는 경우 LTE 음성 무한자유 69 요금제에 가입하면 보조금이 14만2450원, LTE8 무한대 80 요금제는 16만4650원, LTE8 무한대 89.9 요금제는 18만5000원이다. SK텔레콤은 같은 모델이 LTE 85 요금제에 가입하면 보조금이 14만4000원에 T월드 다이렉트 추가 보조금이 2만1600원, 더하면 16만5600원으로 거의 비슷하다. KT의 경우도 모두다 올레 85 요금제에 가입하면 16만6000원이 보조금으로 나온다. 모두다 올레 75 요금제의 경우 보조금이 14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흔히 85 요금제라고 말하지만 부가세를 포함하면 월 9만3500원을 내야 한다. 75 요금제는 월 8만2500원이다. 한 단계 높여서 선택하면 월 1만1000원, 24개월 약정이면 26만4000원을 더 내는데 보조금 차이는 겨우 1만9000원 차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폰6을 지원하는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저가 요금제에 보조금을 더 많이 주고 있고 고가 요금제에서는 KT가 보조금을 더 많이 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전반적으로 인색하다.

눈여겨 볼 부분은 고가 요금제로 가더라도 보조금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34 요금제와 89.9 요금제의 차이가 11만2000원이다. KT의 경우도 34 요금제와 97 요금제가 12만3000원 차이가 난다.

97 요금제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하면 10만6700원,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8만4700원으로 줄어든다. 출고가가 78만9800원인 아이폰6 16GB 모델을 이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보조금이 19만원, 단말기 구매가격은 59만8800원이 된다. 월 이용요금과 할부대금을 더하면 10만9692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 떠들썩하게 홍보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제로클럽. 18개월 뒤에 단말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35만원까지 할인이 되지만 결국 내는 돈은 같은 조삼모사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통법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LG유플러스가 중고 단말기 보상 가격을 미리 할부대금에 반영하는 제로클럽이라는 제도를 도입한 뒤 SK텔레콤이 프리클럽을, KT가 스펀지 제로 플랜을 도입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딱히 실속은 없다.

제로클럽의 경우 18개월 뒤 단말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중고 판매 가격을 미리 할인 받는 방식이다. 만약 반납하지 않고 계속 쓰려면 할인 받은 금액을 12개월 동안 분할 상환해야 한다. 아이폰6 16GB 모델의 경우 32만원을 미리 할인 받을 수 있는데 18개월 뒤에 단말기를 반납하지 않는다면 2만6667원씩 12개월을 내야 한다. 결국 약간의 지금 내나 나중에 내나 차이만 있을 뿐 내는 돈은 같다는 이야기다.

프리클럽과 스펀지 제로플랜도 3만원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같다. 초기에는 통신요금 부담이 적지만 18개월부터 24개월까지는 오히려 부담이 늘어나고 사실상 할부대금을 24개월+6개월, 30개월까지 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통신 3사의 요금제는 저가 요금제에는 보조금을 짜게 주고 그나마 고가 요금제에 조금 더 주면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저가 요금제에 가입하려니 단말기 가격이 부담이 되고 고가 요금제는 턱없이 비싸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제로클럽 등에 가입하겠지만 역시 높은 요금제와 단말기 부담을 착시효과로 상쇄하기 위한 마케팅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통법 시행 이후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 가입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제로클럽이나 프리클럽 등 통신사들이 내놓은 마케팅 상품은 35만원을 깎아준다고 하지만 1년 반 뒤에 단말기를 반납하거나 다시 35만원을 12개월 할부로 갚아야 한다. 결국 내는 돈은 같은 셈이다.

 

 

벌써부터 주식시장에선 통신사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단통법 이후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가운데 장기적으로 고가 요금제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입자당 매출(ARPU)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통신사들 ARPU는 최소 내년 상반기 말까지는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면서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LTE ARPU는 서비스 이후 처음으로 3분기부터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단통법 효과로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거라는 전망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ARPU 증가로 2015년 통신업체 합산 영업이익이 2014년 대비 99.1%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ARPU가 전년 대비 3.9% 늘어나는 데다 마케팅 비용이 올해 대비 5.9%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LTE 도입 이후 2011년 말부터 통신 3사의 ARPU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분기 이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도입되면서 ARPU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G에서는 5만5000원부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있었지만 LTE로 넘어온 뒤 통신 3사가 일제히 무제한 요금제를 없앴다가 8만원 이상의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상위 요금제로 갈아타는 이용자들이 많다. 데이터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무제한 요금제가 아니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단통법 이전에 턱없이 높은 단말기 출고가도 문제지만 애초에 담합한 듯 높게 책정된 고가 요금제를 바로잡지 않는 이상 어떤 요금제를 고르더라도 ‘호갱님(호구+고객님)’이 되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통화량이 많지 않은 데도 데이터 무제한을 이용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8만원 이상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는 이용자들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 처장은 “출고가를 뻥튀기 해놓고 그나마 단통법 핑계로 보조금까지 찔끔 주는데 방통위는 요금인하를 압박할 의지가 없다”면서 “방통위가 통신 3사의 독과점 담합을 방치하고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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