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수. PD저널리즘의 아이콘이다. 2005년 MBC 에서 6개월이 넘는 취재 끝에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과 줄기세포의 진실을 폭로했다. ‘전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한 희대의 학문적 사기사건’이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한학수PD는 ‘영웅 황우석’을 믿고 싶었던, 믿어야만 했던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가 되어 얼마 전 <제보자>로 돌아왔다. 사회성 짙은 영화지만 어느덧 2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PD님, 진실과 국익 중에 어는 것이 우선인가요.” 영화 속 제보자의 질문에 PD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진실이 우선이죠. 그게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학수 PD는 국민들이 믿고 있던 ‘황우석 신화’에 도전해야 했다. 그를 뒷받침해준 건 CP와 시사교양국장이었다. “그래서, 뭐, 니들이 언제 내 허락받고 취재했냐.” 10년 전 MBC 시사교양국은 국장책임제로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외압을 막아냈다. 

황우석 보도는 한학수 PD 개인의 성과물이 아니다. 취재의 자유를 보장해준 시사교양국과 그를 지지해 준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다. 당시 CP였던 최승호 PD는 2012년 언젠가 “근거를 가져오면 부장이든 국장이든 막으면 큰일 나는 시스템이었다. 그곳이 MBC 시사교양국이었다”고 회상했다. <제보자>를 볼 때마다 자꾸 과 시사교양 PD들의 영광스러웠던 시절이 떠오른다.

2014년 은 고립됐다. 김재철 전 MBC사장은 2011년 국장책임제를 폐지하고 본부장책임제를 만들었다. 2012년, 시사교양국은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쪼개졌다. PD들이 흩어졌다. 며칠 전, MBC는 교양제작국을 콘텐츠제작국과 예능1국 제작4부로 다시 쪼갰다. 은 시사제작국에 남아있지만, 외롭다. 한학수 PD는 현재 콘텐츠제작국 다큐멘터리부에 있다. 

   

▲ 한학수 MBC PD. ⓒ시사인 이명익 기자

 

 

“우리는 공정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진실만을 전달한다.” 한 명의 PD가 한국사회의 욕망 전체와 맞서며 이렇게 외칠 수 있었던 건 시사교양국이란 울타리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사제작국에서, 콘텐츠제작국에서, MBC에서, 더 이상 한학수 PD가 선보였던 저널리즘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장책임제도 없고, 시사교양국은 해체됐고, 정의로웠던 PD들은 비제작부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10여 년 전 한학수 PD를 지켜줬던 최승호 CP는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파업에 참가한 뒤 2012년 MBC에서 해고됐다. 선배마저 곁을 떠났다. 수많은 MBC ‘한학수 PD’들이 성역 없는 제보에도 눈과 귀를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경영진은 2008년 ‘광우병’ 편을 연출한 PD들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제작진이 무죄판결을 받은 뒤에도 사과방송에 나서며 PD저널리즘을 철저히 짓밟았다. 본보기였다. ‘검사와 스폰서’편,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의 영광은 이제 과거가 됐다. 그래서 영화 <제보자>가 지금 이 시점에 등장한 사실이 슬프다. 

‘PD수첩’ 한학수 PD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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