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농협 조합장에 재선한 후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심을 산 한 여직원에 대해 부당해고·징계를 일삼은 지역농협 조합장이 결국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경북 김천 직지농협 여직원 성희롱 사건이 터지면서 언론에 보도된(관련기사 :성희롱·인권침해 ‘김천판 도가니’? 동네농협에서 무슨 일이…) 직지농협 인권유린 사건은 당시 가해자였던 이아무개 전무가 징계해직되면서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피해자인 김아무개(47) 직지농협 과장은 지난 9월 5일 지난해 있었던 경미한 업무 실수를 이유로 다시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직지농협 직원들이 외국 출장으로 업무 공백이 생겼을 때 김 과장이 규정을 어기고 예금업무 처리를 했다는 사유였다. 

당시 하규호(55) 직지농협 조합장이 요청해 실시한 농협중앙회 감사에서는 ‘사안이 경미하니 자체 시정조치 하라’고 했음에도 1년이 지나서야 직지농협 인사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들어 김 과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 1월 15일 대구KBS ‘시선 오늘을 보다’ <어느 '왕따' 여직원의 절규> 방송 갈무리
 

김 과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인권 모욕이 심해 하 조합장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고 이 사건이 지난 6월 불구속 공판으로 넘어갔는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하 조합장과 관계가 더 악화됐다”며 “지난 1월 본점에서 지점으로 발령 나 근무하면서도 민원 발생 등의 이유로 계속 본점으로 불려가 사유서 작성과 빈 책상 근무를 했다”고 밝혔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지난 6월 27일 “하 조합장이 김 과장을 고소한 횡령죄가 혐의없음 처분되고 김 과장이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해 직지농협에 복귀하자 김 과장에게 앙심을 품게 됐다”며 “‘김 과장이 횡령을 했다’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김 과장을 모욕했다”고 하 조합장을 법원에 기소했다.

이에 대해 하 조합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의 기소 내용 중에는 내가 가지도 않은 곳도 있고 모욕죄 적용 부분은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라며 “혐의 사실 전부가 사실이 아니므로 당연히 무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반박했다.

하 조합장은 김 과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나를 포함해 이사 4명과 직원 3명 등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해직으로 결정한 것을 내가 그래도 기회를 주자고 말해 정직 2개월로 낮춘 것”이라며 “작년 11월에 자체감사를 했는데 성희롱 사건이 터져서 징계를 미룬 것이지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 과장은 지난해 11월 같이 근무하던 전무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동료들의 집단따돌림 등으로 수면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아직까지 약을 복용 중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최근엔 3개월 빈 책상 대기 근무로 계속 일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 보니 목에 심한 통증이 와 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다”며 “성희롱 사건 이후 3개월간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지금도 정신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2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제의 파장이 일어나게 주도한 조합장은 아무 제재도 안 받고 그대로 활개 치고 있다”며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누가 더 문제가 큰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사학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은 “지적받은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현장에 가서 직접 감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하 조합장이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8일 중앙회 조감처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갔다”고 밝힌 데 반해, 중앙회 홍보실 관계자는 “아직 감사계획만 수립하고 감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두식 조감처 검사역은 “국감 지적사항에 대해 의원실에 모두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성엽 의원실 관계자는 30일 “농협중앙회로부터 공식 답변이 온 것은 없고 유 의원이 지적한 이후 자기들 입장이 이렇다는 동향 설명 차원에서 가볍게 설명해 준 것밖에 없다”며 “관계법상 중앙회가 개별 법인으로 존재하는 단위조합에 직접 관여하거나 조합장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농협노조 대경본부는 지난 28일부터 직지농협 앞에서 김 과장에게 지속해서 가하는 반인권적인 가혹행위를 규탄하고 가해자인 하 조합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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