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시정연설 중 ‘경제’라는 단어를 59차례나 언급했다. 그러나 당면한 국정현안인 세월호 문제와 경색된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무기한 연기, 개헌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국회 본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은 끝내 외면했다. 유가족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쳐가는 박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죄인이냐”고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전남 진도의 팽목항 방파제 등대 부근에 295번째 시신으로 추정되는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황지현양의 18번째 생일상이 차려졌다. 세월호 참사 발생 200일을 사흘 앞두고 수습된 지현양 시신이 이전에 수차례 수색을 했던 곳에서 발견되자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부실 수색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특별검사 추천권 문제를 양측 간 서면 협약을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또 논쟁을 벌였던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아닌 국가안전처에 맡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제안한 30일 판문점에서의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됐다. 고위급 회담에 합의했던 남북이 30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남측 제안에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내세워 압박을 해 왔다. 이에 정부는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다음은 30일 아침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 대통령 ‘남북’ ‘세월호’는 한마디도 안 했다>
국민일보 <지현아! 생일 축하해>
동아일보 <대통령은 “경제”…野는 “개헌”>
서울신문 <13개월 만에 회동…쌓인 현안 돌파구 없었다>
세계일보 <“세월호 3법·예산안 기한내 처리”>
조선일보 <저 다리만 건너면 북녘땅, 서울까지 한달음인데>
중앙일보 <“마지막 골든타임” 경제 59차례 강조>
한겨레 <”경제“만 59번…전작권·세월호는 쏙 뺐다>
한국일보 <연말정국, 순항-대치 다시 갈림길에>

“경제만 59번”…‘세월호’ ‘남북’ 쏙 뺀 박근혜 시정연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시정연설 중 ‘경제’라는 단어를 59차례나 언급했다. 그러나 당면한 국정현안인 세월호 문제와 경색된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무기한 연기, 개헌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 한겨레 30일자 1면
 

한겨레는 “매년 국회를 직접 찾아 시정연설을 하겠다는 대선 공약에 따라 이날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연설 내용 대부분을 ‘예산안 설명’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데 할애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이며,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연설문 전체 기조도 최근까지 국회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보여왔던 날 선 태도는 자제하고, 법안 처리의 절박함을 전하려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박 대통령은 연설 직후 여야 대표와 만났을 때도 개헌 문제나 전시작전권, 대북전단 등 야당이 의견을 낸 부분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민감한 현안을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은 ‘매년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도 국회에 요청했다”면서 “연금 적자를 매년 국가재정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개혁 당위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에 대한 설득 등 사회적 논의 절차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새정치연합은 최근 당청 간 갈등요인으로 부각된 개헌 논의를 포함해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는 현안들을 적극 거론했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은 거의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감에서 논란이 된 사이버 사찰 논란과 관련해 ‘합법적 감청은 국가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그 범위를 넘는 과도한 감청은 절대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며 “이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도 원론적 수준의 공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살려달라”는 세월호 유족 울부짖음 외면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국회 본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은 끝내 외면했다. 유가족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쳐가는 박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죄인이냐”고 외쳤다.

   
▲ 한국일보 30일자 1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국회 본청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1시간 전부터 대통령을 기다렸던 세월호 유족 90여명은 양쪽으로 줄 지어 선 채 세월호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만나주세요”라고 울부짖었다.

29일 국회 본청 입구에 모 1시간 전부터 대통령을 기다렸던 세월호 유족 90여명은 양쪽으로 줄 지어 선 채 세월호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만나주세요" 라고 울부짖었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경찰과 청와대 경호실 인력에 둘러싸여 유족들의 모습은 가려졌고, 박 대통령은 마중 나온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배웅을 받은 채 서둘러 본청 안으로 들어갔다”며 “박 대통령은 2시간 뒤 여야 지도부 회동을 끝내고 본청을 나갈 때도 유족들을 모른 척 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문희상 위원장이 대통령과 회동 자리에서 재차 유가족의 염원을 꺼냈다. 문 위원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머니 같이 따뜻하게 품는 대통령이어야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된다. 오늘 들어올 때 (유족들과) 악수했느냐. 나갈 때 꼭 악수하시라”고 직접 건의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30일자 사설
 

한겨레는 <세월호 유족에게 눈길도 안 준 대통령>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만나길 간절히 원하며 국회 앞에서 기다리던 세월호 유족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박 대통령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가 말하는 국가 운영의 기조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보듬지 않으면서 ‘국민 통합’을 외치는 게 얼마나 공허한 지는 지난 권위주의 정부 시절 숱하게 보았다”며 “세월호 유족을 냉정하게 외면하는 박 대통령 모습에선 국민을 하나로 모으려는 통합과 열린 소통의 리더십을 발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생일…단원고 황지현양 추정 시신 발견

이날 오전 10시30분 전남 진도의 팽목항 방파제 등대 부근에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황지현양의 18번째 생일상이 차려졌다. 지현양의 부모는 전날 추가로 주검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생존 학생들의 증언으로 지현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4층 여자화장실에서 주검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부부는 이날 밤 수습한 주검을 찍은 사진을 보고 딸이 입었던 옷이라며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하지만 여태껏 고락을 같이해온 다른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해 주검 발견을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난감한 처지”라고 전했다. 주검의 신원을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인 유전자 검사도 남아 있다.

   
▲ 국민일보 30일자 1면
 

국민일보도 팽목항 현지에서 지현양의 생일 소식을 전했다. 지현이 어머니 심명섭(49)씨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체육관 식당에서 미역국을 끓이고 케이크, 삶은 계란, 과자 등을 곁들여 생일상을 준비했다. 

오전 10시30분 지현이 부모는 팽목항 등대길에 지현이 생일상을 놓고 “힘내서 꼭 돌아오라”고 나직이 속삭이며 음식 일부를 바다에 뿌렸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음식 정성껏 차렸으니 맛있게 먹으렴. 어서 돌아오길. 이 엄마 품으로….” 어머니는 먼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지현양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전날인 28일 오후 5시25분쯤 선체 4층 중앙 여자화장실 부근에서 발견됐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9일 오전 4시8분부터 5시36분까지 시신 인양을 시도했지만 강한 조류로 실패했다. 오후 5시19분쯤 민간 잠수사들이 다시 투입돼 1시간여 만에 시신을 수습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발생 200일을 사흘 앞두고 수습된 지현양 시신이 이전에 수차례 수색을 했던 곳에서 발견되자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부실 수색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관·군 합동구조팀 관계자는 29일 "황양이 발견된 4층 중앙 여자화장실은 그동안 13차례 수색이 이뤄졌던 곳"이라며 "시신이 발견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가 강한 조류에 의해 빠져나와 구명조끼의 부력으로 천장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앞서 103일 전 발견된 이묘희(56·여)씨는 26회 수색 후 완료했던 3층 주방에서 발견됐다. 이곳 역시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자 존재 예상구역으로 지목했었다. 단원고 2학년 윤민지(17)양도 23회 수색 끝에 가족들이 지목했던 중앙통로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이미 수색을 한 곳에서 시신이 발견된 원인 분석을 토대로 수색방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선내 전 구역 수색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유가족이 반대하면 특검 제외키로…소방청 해체 등 반발 예상

새누리당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특별검사 추천권 문제를 양측 간 서면 협약을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서면 협약 내용은 새누리당이 특검 후보 명단을 유가족에게 제시하고, 유가족들이 반대하는 인사를 추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라며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특검 추천권 문제를 서면 협약 방식으로 풀기로 한 것은 특검 임명 과정에서 유가족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 국민일보 30일자 5면
 

국민일보는 또 “여야는 또 논쟁을 벌였던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아닌 국가안전처에 맡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대신 청와대에 가칭 재난안전비서관을 신설해 청와대도 재난 안전의 책임을 지게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조직법을 놓고선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의 존치 여부가 여야 간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해경과 소방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 산하 본부로 재탄생하는 새누리당 안이 최종 채택됐다. 

신설되는 해양안전본부는 구조·연안 경비 등 해상에서 활동하며 바다 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계획이다. 소방방재청도 현장 대응 능력을 강화시킨 소방본부로 재조직된다.

   
▲ 경향신문 30일자 1면
 

한편 조성완 소방방재청 차장이 29일 전격 경질됐다. 정부가 소방방재청을 해체해 국가안전처로 흡수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소방관들의 ‘소방방재청 존속과 소방관 국가직화’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남상호 소방방재청장(61·차관급)에게도 ‘이번주까지 사퇴하라’고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복수의 소식통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남 청장과 조 차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북 삐라’ 못 막아 결국 남북 고위급 접촉 무산

정부가 제안한 30일 판문점에서의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됐다. 고위급 회담에 합의했던 남북이 30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남측 제안에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내세워 압박을 해 왔다. 이에 정부는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대북전단 중단 문제를 회담의 전제조건화하고 있다”며 “남북 간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간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지만 북한의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북한의 태도 때문에 30일 고위급 접촉 개최가 어려워진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30일자 7면
 

앞서 북한 국방위 서기실은 서해 군사통신선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남측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삐라(전단)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측이 관계 개선의 전제이자 대화의 전제인 분위기 마련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이미 합의했던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4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인천 방문 이후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전기를 마련할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대북전단이 문제가 돼 다시 훈풍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실어 날리는 풍선에 고사총 사격을 가하는 도발을 처음으로 감행했고 이 때문에 해당 접경지역 주민과 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충돌까지 벌였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통일 문제 전문가들은 남북이 입장을 급선회하지 않는 한 상당 기간 남북한이 대화의 단초를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며 “박대통령이 제기한 ‘통일대박론’과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건설 같은 구상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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