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디어다음’은 중앙일보, 한겨레와 함께 ‘도전 뉴스왕’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두 언론사가 하루의 이슈를 10문제의 퀴즈로 만들면 이용자들이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출시 초기 하루 평균 1만4000명까지 이용했으나,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출시 7개월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경성(하드)뉴스 중심이라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전 뉴스왕’은 뉴스와 게임을 접목한 것으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화)’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사례다. 게임화는 여러 분야에서 시도되며 주목받고 있지만 실패 사례도 부지기수다. 특히 뉴스 미디어에선 더 처참하다. 하지만 좀 더 재밌고 몰입감 있는 ‘뉴스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와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 지난 1월 다음과 중앙일보, 한겨레가 함께 만든 ‘뉴스 도전왕’. 이미지=다음 사이트 갈무리.
 

지난 27일 ‘블로터 오픈스쿨’에선 이런 주제로 강의와 토론이 열렸다. 기자 출신으로 책 ‘게이미피케이션: 세상을 플레이하다’의 공동 저자인 정진영 SK UX HCI랩 프로그램 디렉터는 다양한 분야의 게임화 사례를 발표했고, 참가자들은 뉴스 미디어에서 어떤 게임화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게임화는 마케팅 등 일부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성공한 모델을 선보였다. ‘나이키 플러스’와 닌텐도 위(Wii)는 무게중심의 차이는 있지만 운동과 게임요소를 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엔 온라인 3차원 게임 폴드잇(Fold it)이 화제가 됐다. 연구목적으로 만든 이 게임에 5만7000여명이 동참해 난치병에 대한 ‘단백질 접힘 구조’를 풀어 게이머들이 학술지 ‘네이처’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실패 사례는 더욱 많고, 특히 뉴스 미디어와 관련해서는 성공 사례라고 뽑을 만한 것도 별로 없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주요 언론사도 게임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뉴스의 게임화가 어려운 이유는 재미와 유익함이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Play)’하는 것이다. 기꺼이 하는 ‘재밌는 놀이’가 돼야 하는데, ‘정보 전달’ 성격이 강한 뉴스와 접목하면 금세 어려워진다. 반대로 재미를 추구하면 저널리즘이라는 가치가 희석돼 버린다. 

   
▲ 뉴욕타임스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노리고 만든 ‘스팟 더 볼(Spot the ball)’. 이미지=뉴욕타임스 사이트 갈무리.
 

‘뉴스 도전왕’은 전자의 경우고, 뉴욕타임스의 ‘스팟 더 볼(Spot the Ball)’은 후자의 사례다. 영국종이신문이 하던 프로모션을 온라인으로 옮긴 뉴욕타임스의 스팟 더 볼은 재미있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내용면에서 저널리즘과는 연관성이 크게 없다. 정진영 디렉터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며 “특히나 보수적인 뉴스 미디어 분야에서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와 토론에선 뉴스의 게임화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나 방향성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힌트를 줄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가장 많이 강조된 건 이용자에게 ‘리워드(Reward·보상)’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 디렉터는 “독자가 언론에 원하는 건 독점적인 정보를 1분이라도 빨리 얻는 것”이라며 “충성도 있는 독자에게 그 기사에 대한 접근권을 먼저 주는 것도 하나의 리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독자의 팬심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협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기사’ 대신 독자들이 투표로 이달의 기사, 기자 등을 뽑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미국 IT매체 ‘와이어드’가 2009년 만든 게임. 소말리아 해적 입장에서 인질의 몸값을 협상하는 게임을 통해 ‘해적 비즈니스’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이미지=와이어드 사이트 갈무리.
 

기사를 읽는 행위에 리워드를 주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 참가자는 “기사를 읽는 행위에 5, 10, 100점 등 포인트를 주고, 이걸 ‘이마트 쿠폰’ 등으로 바꿔준다면 독자의 참여를 이끌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인트를 꼭 독자에게 직접 주지 않더라도 헤비타트 등과 결합해서 감동적인 활동 등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와 게임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건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크게 게임스럽지 않으면서도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은 이미 실험되고 있다. 최근 부산일보가 만든 인터랙티브 뉴스 ‘석면쇼크’는 이용자가 자신의 거주지를 입력함으로써 뉴스에 참여하게 했다. 단순히 콘텐트를 수용하는 독자에서, 능동적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 쪽으로 한 발 가까이 간 것이다. 

   
▲ 부산일보가 21일 공개한 ‘석면쇼크, 부산이 아프다’ 웹사이트 첫 화면. 이미지=부산일보 ‘인터랙티브 뉴스’ 사이트 갈무리.
 

블로터가 시도하는 ‘퀴즈뉴스’ 등 형식적인 실험도 사례가 쌓이다 보면 적절한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도 뉴스를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갈 것이다. 정 디렉터는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실험은 무엇이겠느냐”는 말로 발표를 끝내며, 게임 전문가인 제시 셸(Jesse Schell) 카네기 멜론 대학 교수의 말을 전했다.

“Words are crap. We should all shut up and make stuff.” 

쓰레기 같은 말(논쟁)은 그만하고, 일단 뭐라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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