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을 하러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살려달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호소를 외면한 채 그냥 지나쳐 가족들의 원성을 샀다.

국회본청 앞에서 농성을 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여 명은 28일 오전 9시42분 경 국회본청에 입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했으나 박 대통령은 쳐다도보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10시에 국회 시정연설차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여명은 지난 28일 저녁부터 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국회에서 철야농성을 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 상준군 어머니 강지은씨는 “어젯밤에 바람이 많이 불어 무척 추웠다”며 “대통령이 우리에게 약속했던 ‘유가족들이 함께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어제 세월호에서 1명의 학생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앞으로 수색을 어떤 식으로, 언제까지 해줄 건지도 대통령에게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아침 8시가 되자 경찰들이 국회본청 중앙통로를 갈랐고, 유가족들을 막아섰다고 한다. 원석군 어머니 박지민씨는 “어젯밤부터 경찰들이 이곳에 있었고 아침이 되자 우리를 막아섰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리는 대통령을 해코지 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리는 그저 진실을 알려달라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 뿐”이라고 토로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구호를 외면하고 국회본청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눈길한번 주지 않고 국회본청에 입장하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금준경

 

9시42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청으로 입장하자 유가족들은 일제히 피켓을 높이 들며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국회에 입장했다. 유가족들은 “어떻게 한번 쳐다보지도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유가족은 “대통령이 웃으며 입장했다”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한 후에도 유가족들은 “살려달라”는 외침을 이어갔다. 이후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국회본청에 입장했으나 “국회의원님!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유가족들의 호소에 묵묵부답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눈길한번 주지 않고 국회본청에 입장하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9시50분 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원혜영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회 본청에 입장하던 도중 유가족들 앞에 서서 피켓에 쓰인 문구를 읽었다. 문 의원은 “대통령이 유가족들 손을 한번 잡아줬으면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석군 어머니 박지민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수학여행을 보내는 게 아니었다”며 “우리 막둥이가 수학여행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오열을 했고 이를 지켜본 다른 유가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는 “설마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외면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청운동에서 노숙을 몇 십 일 동안하며 여러 번 면담신청을 했는데 답 한번 안 줬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대통령이 우리들에게 눈길한번이라도 줬더라면 유가족들은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피켓 문구를 읽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세월호참사 희생자 원석군 어머니 박지민씨가 오열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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