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제기됐던 의혹을 인용보도했다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기소된 한 인터넷언론 대표에 중형이 구형됐다. 박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직접 고발하게 한 사실상의 ‘고소인’이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또는 대통령 취임 이후 한 차례도 검찰진술과 법정증언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의 명예훼손 사건 결심공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 6년은, 박지만 5촌살인사건 의혹 보도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2년형과 박 대통령 명예훼손과 도로교통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집회시위 사건 관련 혐의 4년형을 합친 것이다.

백 대표와 변호인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대통령과 박지만씨를 고소인 신분으로 여러차례 증인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명예훼손 고발장은 대리인 김아무개 변호사가 접수했으나 박 대통령이 김 변호사에 맡긴다는 위임장이 포함돼있다고 백 대표는 전했다.

백 대표는 지난 2012년 7월 1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의 의혹들’이라는 미국 인터넷신문 ‘선데이저널’의 글 전문을 서울의소리에 게재했다가 반나절 만에 삭제했다. 이 글은 박 대통령이 정치입문을 할 때 김아무개 전 국무총리가 ‘애도 있는 사람이 무슨 정치냐’고 말한 대목을 근거로 의혹을 정리한 내용이다. 

   
▲ 박근혜 대통령 (왼쪽)과 박지만 EG 회장 (오른쪽)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고소한 이후 검찰이 한 달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은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5월 돌연 백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도 그해 6월 박 대통령 명예훼손과 박지만 5촌살인사건 보도 관련 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백 대표를 기소했다. 박지만 5촌 살인사건을 보도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같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09년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대한문 분향소 집회, 2011년 한미FTA 반대 집회 관련 교통방해혐의 사건 재판이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줄줄이 재개돼 백 대표는 아예 한 사건으로 합쳐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이날 법정 최후진술에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의 검증은 잔혹하리만큼 파헤쳐서 국민들이 바로알고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인터넷 상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 비난의 본보기로 (자신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백 대표의 변호인인 김인숙 변호사는 최후변론을 통해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백 대표가 링크한 기사에 나온 최태민 관련 내용은 당시 박 후보 동생을 비롯한 측근에서부터 오래전부터 흘러나온 얘기”라며 “의혹수준에서만 문제가 됐고 제대로 된 해명은 현재까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후보로서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참모, 친인척, 측근까지 대한민국의 운명에 중대한 결정에 관여할 지위에 비춰볼 때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지만 당사자의 적극 해명이 없으면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할 뿐”이라며 “공인의 지위에 있는 박 대통령과 박지만씨가 이같이 고소하는 행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비방의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았으니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한웅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직접 고소했다 해도 재판부는 스스로 법정에 나와 본인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옳다”며 “박지만 역시 주진우 재판에 나오지 않았는데,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 같으면, 고소인이 안나오는 경우 무죄가 되거나 각하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지만씨에 대한 정윤회씨의 미행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 고소사건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시사저널에 실린 기사 내용의 사실 확인을 위해 박지만씨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냈다고 한국일보가 지난 23일자로 보도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박지만씨가 직접 검찰에 출석해 미행여부를 비롯해 정윤회의 지시에 의한 미행이 확실한지를 직접 증언하느냐에 있다. 그러나 검찰이 박씨를 서면조사 한 것은 자칫 박씨와 정씨 등 박 대통령 실세끼리의 암투가 드러나 현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그 주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 고소고발과 함께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는 최근 분위기가 시사저널 기자들 수사에도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유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28일 미디어오늘 문자메시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수사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 외에 세세한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20여 건의 고발장을 대검에 접수하고 있는 보수논객 심상근씨는 자신의 고발행위를 보도 또는 논평한 해당 피고발인이나 미디어오늘에 대해 지난 24일 추가로 고발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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