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가 방사능 폐기물을 무단으로 바다와 대기 중에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은 또 바다와 대기로 흘려보낸 배출량을 10만분의 1로 축소해 거짓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액체폐기물을 통해 배출한 방사능 폐기물은 약 2400조 베크렐이다. 기체폐기물의 경우는 같은 기간 약 3515조 베크렐을 배출해 한수원이 액체와 기체 폐기물로 모두 6000조 베크렐 가량을 바다와 대기 중에 방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 정부가 2012년부터 2년간 방출했다고 인정한 폐기물량(방사능 포함)인 20조~40조 베크렐과 비교해도 엄청난 양이다.

정 의원은 핵종이 주로 삼중수소이며 해당 폐기물을 한 곳에 모을 경우 1억mSV(밀리시버트) 가량의 방사능이 방출된다고 추정했다. 일반인 1인당 연간 허용 피폭량이 1mSV인 점을 감안하면 1억배에 이르는 방사능을 한수원이 무단으로 방출했다는 지적이다.

   

▲ 표=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기체폐기물 방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월성1호기로 1774조 베크렐이었다. 이어 월성2호기 1222조 베크렐, 고리1호기 152조 베크렐, 한빛1호기 109조 베크렐 순이다.

같은 기간 액체폐기물 방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월성1호기로 593조 베크렐이었으며 월성 2호기 432조 베크렐, 한빛3호기 258조 베크렐, 한울1호기 225조 베크렐, 한빛2호기와 고리2호기가 각각 211조 베크렐의 액체폐기물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정 의원은 “삼중수소 반감기가 12.3년인 점을 감안하면 폐기물에서 나온 방사능이 대기와 바다 중에 떠돈다는 결론이 난다”며 “지난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원전 주변지역민의 암 발병이 유관하다’는 판결을 낸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이 폐기량을 속여서 공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의원은 한수원에서 제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액체폐기물 710.7조 베크렐을 바다에 방류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기간 홈페이지에는 액체폐기물 방류량이 69억 베크렐이라고 되어 있다. 약 10만5천배를 속여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 표=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한수원은 기체폐기물도 같은 기간 642.9조 베크렐을 공기 중에 배출했다고 정호준 의원에게 자료를 제출했지만, 홈페이지에는 41조 베크렐만 배출한 것으로 표기했다. 기체폐기물도 15.7배 축소 공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 의원은 한수원의 배출량이 조 단위를 넘는 것에 대해 액체와 기체 폐기물에 대한 총량 규제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현재 관련법에 따르면 액체와 기체 폐기물 모두 1회 배출량 당 방사능량이 규정돼 있지만 하루에 100~1000회를 버릴 경우 방사능 총량을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 “한수원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홍보하면서 몰래 방사능 폐기물을 바다와 공기중에 방출하고 국민에게 방출량까지 속이는 기만적 행태를 보였다”며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홍보는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국제 및 국내 기준에 맞게 배출하고 있다”며 “다만 홈페이지 운영 미숙으로 인해 삼중수소를 제외하고 배출량을 공개한 곳이 있어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환경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며 “액체폐기물의 환경영향여부를 정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또 “1회 배출시 용액 1리터당 삼중수소의 총량이 4만 베크럴을 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이 있고 이를 지키고 있지만 1일 배출 총량 기준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해외도 1일 배출량을 따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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