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선체 인양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남 진도 현지에 머물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아홉 가족(실종자 10명) 중 일곱 가족은 24일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와 함께 수색의 최종 수단으로 선체를 인양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종자 가족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인양 논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신문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가족들이 인양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을 두고 “지난 7월 18일 희생자가 발견된 이후 98일 동안 추가 시신 수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잠수사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앙일보는 “가족들이 그동안 금기처럼 여기던 인양의사를 내비친 데는 정부가 곧 수색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전격적으로 선체 인양에 동의한 것은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이 전무한 데다 수색작업에 따른 인명피해 증가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무엇보다 실종자 가족들은 매일 목숨을 걸고 바다에 뛰어들고 있는 잠수사들의 고통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역시 “선체 인양이라는 말을 금기시해왔던 가족들 사이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실종자 수색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해경 관계자 말을 인용해 “잠수수색으로는 더 이상 시신을 찾기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범정부사고대책위는 현재까지 2,705 차례에 걸쳐 세월호 선체 내부를 수색했다고 밝혔다.

   
▲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한 발 나아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시신 수습을 위한 마지막 수색방안으로 선체를 인양하는 데 사실상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인양에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실종 상태인 단원고 학생의 한 어머니가 “마지막 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 인양의 ‘인’자도 꺼내지 마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실종자 가족들은 3분의 2 이상이 인양에 찬성할 경우 모두 그 결정에 따르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인양 결정 과정에서 ‘실종자 아홉 가족 가운데 3분의 2 찬성’ 등의 구체적 기준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수신문, 이제 인양 안 해도 된다? 

정부는 세월호를 인양하려면 최소한 3∼4개의 대형 크레인이 필요하고, 최종 인양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약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부는 인양에 나설까. 

여기서 신문사들의 논조가 미묘하다. 서울신문은 “최근 정부 일각에서는 선체 인양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선체를 인양할 경우 최소 1,000억원 이상의 경비와 기술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인양을 포기할 경우에는 환경적인 문제와 실종자 가족들의 반발 등도 예상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인양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25일자 사설 <세월호 인양해야 하는지 아닌지 논의할 때 됐다>에서 “세월호는 물살이 거세고 시야가 수십㎝에 불과한 바닷속에 누워 있다. 이런 힘든 환경에서 지금까지 매일 평균 32명씩 연인원 5700명의 잠수사가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강조한 뒤 인양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세월호 인양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고난도 작업이다. 화물을 포함하면 1만t이 넘는다. 50층 건물이 옆으로 누워있는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인양 비용도 10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한다. 인양해도 시신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실종자 가족 의견을 반영하면서 사회 각계가 참여해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는지, 인양할 수 있다면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스웨덴 선례를 따를 것인지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 조선일보 25일자 사설.
 

 

   
▲ 중앙일보 25일자 사설.
 

조선일보가 언급한 스웨덴 선례는 이렇다. 20년 전 유럽 발트해에서 침몰한 스웨덴 에스토니아호는 희생자 852명 중 94명 시신만 수습한 상황에서 가족들 동의를 얻어 인양을 포기하고 사고 바다 밑을 콘크리트로 봉인했다. 얼핏 보면 여러 입장을 열어놓은 것 같지만 인양 회의론에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이는 인양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정부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도 사설 <세월호 수중수색 마무리, 검토해야 할 때>에서 “돌이켜 보면 지난 6개월 동안 침몰한 선박에서 294구의 시신을 인양한 것은 세계 해난구조사에도 드문 일”이라고 강조한 뒤 “실종자 수색의 마무리 수단이 굳이 ‘인양’인지는 좀 더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세월호의 중량은 2010년 침몰한 천안함의 10배다. 천안함을 끌어올리는 데 20일 가까이 소요됐다. 더구나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의 조류 속도는 천안함이 침몰했던 백령도보다 더 빠르다. 실종자 가족이나 일반 국민이 예상하는 것보다 인양기간이 오래 걸리고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인양에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김정만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수색에 진전이 없다면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을 위해 선체 인양이 필요하다. 유족들도 뭍으로 올라온 배를 살펴봐야 판단이 더 확실해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겨레신문은 “가족들은 인양론이 대두되면 자칫 수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양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보였지만 ‘수색 지속’이 우선이고 수색을 위한 인양 검토는 추후 문제”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또한 “가족들은 정부가 인양을 결정해도 준비기간이 3개월 정도 필요해 그간 수색활동은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