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인 듯 선생 아닌 학교비정규직 설움을 아시나요?
선생인 듯 선생 아닌 학교비정규직 설움을 아시나요?
돌봄전담사 등 초단시간 학교노동자 36% 급증…“간접고용 등 학교도 시장화”

“출근 전인 저에게 한 통의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왔습니다. 돌봄교실에 있어야 할 아이가 집에까지 와서 울며불며 일터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고, 속상하다면서 무슨 일이냐고 따지셨습니다. 저도 지금 학교에 너무 가고 싶고 돌봄 아이들을 만나고 싶지만 계약서상의 시간 전에는 오지 말라는 교감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갈 수가 없다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6년째 돌봄전담사를 하고 있는 우아무개씨는 1주일간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기간제법과 노동부의 ‘무기계약근로자 관리규정 표준안’ 등에 따르면 상시·지속적 업무를 2년 이상 했을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하지만 우씨의 경우 이마저도 제외 대상이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무기계약 전환 예외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상한 초단시간의 계약으로 생긴 공백은 자격도 없고 경험도 없던 코디(보조) 선생님에게 주어졌습니다. 저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동네 아줌마에게 맡기듯 대하면서 제 일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음에 너무 속상하고 억울했습니다.”

   
지난 16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간부들이 경기교육청과의 임금교섭 결렬에 항의하며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초등돌봄전담사의 무기계약 전환 회피를 위해 학교에서 편법적인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우씨의 경우처럼 돌봄전담사의 고용불안을 악용해 재계약 시점(주로 2월경)에 초단시간 근로형태로 전환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10분씩 조정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우씨는 “안 그래도 바쁜 부모들 때문에 불안한 아이들인데 학교 돌봄교실에서조차도 영문도 모르고 이 선생님 저 선생님 갈라지고 인건비도 늘어나 수업에 필요한 재료도 돈이 없다며 사주지 않는 현실”이라며 “돌봄 쪼개기의 최종 종착역은 외주 용역화로 학교현장과 돌봄교실을 돈벌이의 장으로 시장화하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3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공동으로 발간한 학교비정규직 관련 정책자료집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교직원 86만5000명 중 학교비정규직은 37만6000명으로 43%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형태는 영양사와 학교 도서관 사서 등 학생복리 증진을 위해 학교에서 일하는 학교회계직원과 비정규직 강사, 용역근로자, 기간제교사 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올해 초등돌봄전담사를 포함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체 학교회계직의 7.5%인 1만709명으로 지난해 7619명이었던 것에 비해 36%나 급증했다. 여기에 단시간 예술·스포츠 강사까지 합하면 전체 교직원 중 11%가량이 초단시간 노동자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평균(2.7%)보다도 4배 이상 높다.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전담인력의 적정한 임금 보장을 위한 인건비 예산 확보 없이 단순히 돌봄교실의 숫자만 늘리는 확대정책을 펼쳤다”며 “그 결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초단시간 노동자가 대폭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학교 간접고용 노동자도 2만7266명으로 전년 대비 7.2%나  증가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학교야간당직기사(야간에 학교시설 보호와 출입통제 등 업무)들은 1년 365일 휴일 없이 6000시간 넘는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평등한 교육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할 학교가 되레 갖은 편법을 동원해 비정규직 양산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비노조는 오는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학교비정규직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차별철폐,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해소 공약 이행 촉구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고 다음달 20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태호 처장은 “기간제법상 적용 예외는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일 뿐 강제 조항이 아니다”며 “노동부 지침에도 상시·지속적 업무의 경우 기간제법 제외 대상이라도 기관의 판단에 따라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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