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發로 김태호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하이에서 김무성 대표가 개헌론을 제기하고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태호 의원이 전격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개헌론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개헌론 찬반을 놓고 당내 역학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한 기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저 자신도 국회가 도대체 뭘하는 곳인지, 뭘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고 있는 건 아닌지. 정말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대통령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 시기가 있다, 골든 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해왔다"면서 "그러나 오히려 거기에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 아마 (대통령이) 많이 가슴이 아플 것"라고 말했다.

개헌론에 불을 붙였던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국회의원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전당대회까지만 해도 개헌을 언급하며 혁신을 주장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이 개헌론에 반대하며 최고위원직까지 사퇴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친박인 홍문종 의원을 제치고 3위를 기록해 이변을 일으켰다. 
김 의원은 권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며 개헌론을 앞세웠고, 젊은 기수론에 힘입어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청와대의 출장소가 새누리당이라는 표현도 있지 않느냐. 계파나 파벌 뒤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았는지가 반성의 키 포인트"라며 친박계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며 개헌론보다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김 의원의 행보를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개헌론 찬성파와 대척점에 서서 차기 대권 주자 입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권력'으로 부상한 김무성 대표보다는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충성 서약'을 맹세해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김태호 의원 지난 7월 전당대회 홍보 포스터.
 

새누리당은 김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가 개헌론 갈등의 기폭제가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갑자기 사퇴 발표를 했다. 이전에 당과 상의가 전혀 없었다"며 "저도 조금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김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변에 대해 "개헌을 언급했지만 경제활성화 관련법이 통과 안되고 있는 안타까움에 방점이 직혀 있다고 본다"며 "언론에서 개헌론을 놓고 갈등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인해 당 지도부도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당장 개헌론을 제기했던 김무성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낼지도 주목된다. 

김 의원의 사퇴는 또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오래된 당청관계 불통이 개헌론을 계기로 불거지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의 사퇴가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사이 갈등을 더욱 확산시키면서 '부비트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이번 사퇴가 개인적인 헤프닝으로 끝날지 두고 봐야 한다"며 "김 최고위원의 사퇴는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모두 양쪽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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